잇따른 테러…한계 다다른 ‘톨레랑스’
  • 최정민 프랑스 통신원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8.03 10:44
  • 호수 13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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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테러 대응책 놓고 정부-야당 진흙탕 싸움

니스 테러의 상처가 채 가시지 않은 프랑스가 또다시 테러의 충격에 빠졌다. 7월26일 오전 인구 2만8000명의 작은 도시인 프랑스 북부의 셍테티엔 뒤 루브레의 성당에서 미사를 집전 중이던 신부가 무참히 살해된 것이다. 평소처럼 오전 9시, 2명의 신자 그리고 2명의 수녀와 함께 평일 미사를 집전하던 자크 아멜 신부(86)는 ‘이슬람국가(IS)’에 충성을 맹세한 두 명의 19세 테러리스트에 의해 참변을 당했다. 프랑스의 가톨릭 사회는 경악했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가톨릭 교회의 최대 행사 중 하나인 ‘세계청년대회’가 폴란드에서 개막된 날이었다. 프랑스의 가톨릭 일간인 ‘라 크루아’의 이자벨 드 골만 편집인은 프랑스 보도전문 채널인 BFM TV와의 인터뷰에서 “테러범이 세계청년대회 개막을 의식하고 범행을 감행했다고 보진 않는다”며 선을 그었지만 “다에쉬(IS의 아랍어 명칭)의 조직망은 대단히 강력하다”고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가톨릭 교회에 대한 IS의 위협은 이미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프랑스 내무부 발표에 따르면, 2015년 4월 파리 지역 성당을 목표로 한 테러가 사전에 파악돼 무력화된 사례가 있었다. 이러한 이유에서 지난해 1월 샤를리 에브도 테러 직후 국가 비상사태에 들어선 이래, 파리 노트르담 사원을 비롯한 프랑스 전역의 주요 성당들에는 군 병력이 배치돼 왔다.

 

프랑스 셍테티엔 뒤 루브레 시청에 세워진 임시 기념비 위에 7월26일(현지 시각) IS 테러리스트에게 살해된 자크 아멜 신부의 사진이 꽃과 함께 놓여 있다.


“니스 테러 왜곡 보고서 제출 압력” 주장도

 

이번 테러는 7월14일에 있었던 니스 테러 이후 여진이 채 가라앉지도 않은 상황에서 12일 만에 다시 발생했다는 점에서 프랑스 사회에 충격을 던져줬다. 프랑스인들이 더 분노한 것은 테러 대상이 86세의 고령 신부였고 미사를 집전 중이었다는 사실이다. 테러 당시 미사 현장에 있었던 다니엘 수녀는 BFM TV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너무나 훌륭한 성직자였다는 점을 잊지 말아주기 바란다”고 말하며 울먹였다.

 

잇따른 테러로 인해 프랑스인들의 분노는 IS뿐만 아니라 정치권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프랑스 정치권은 니스 테러 직후 정부와 야당이 극한의 대립양상을 보이고 있다. 우파 야당의 주류 정치인들은 일제히 정부의 조치를 비판하고 나섰다. 그 이전의 테러 이후 반응과는 사뭇 다른 행보였다. 가장 먼저 나선 것은 니스가 속한 파카 지역 지방자치단체장인 크리스티앙 에스트로지였다. 에스트로지는 사건 직후 베르나르 카즈뇌브 내무부 장관과 테러 대응을 두고 격렬하게 대치하며, 정부의 테러 조치에 대한 해명에 대해 ‘국가적 거짓말’이라고 맹비난한 것이다. 우파 야당의 유력한 대선 주자인 알랭 쥐페 보르도 시장 역시 독일 방문 일정 중에도 정부에 대한 비판의 날을 세웠다. 급기야 우파 공화당의 당수인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니스 참사의 피해자들을 위한 추모 미사에 참석한 자리에서 “6개월마다 테러로 눈물을 흘릴 수는 없다”며 “누구의 잘못인지를 따져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런데 이러한 정가의 격앙된 반응이 내년 대선을 의식한 행보라는 점에서 여론의 시선은 곱지 않다. 사르코지 전 대통령을 비롯한 우파 정객들의 일방적인 정부 비판에 대해서 프랑스의 좌파 일간 ‘누벨 옵세르바퇴르’는 ‘프랑스의 경찰력을 약화시킨 사르코지 정부의 5가지 정책’이라는 제하의 특집 기사를 통해, 현재 프랑스 경찰력 약화의 주된 원인은 오히려 이전 정부의 정책 변경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7월14일(현지 시각) 프랑스 수사관들이 니스 테러에 동원됐던 대형 트럭을 정밀조사하고 있다.


프랑스 성당 4만 개 평소처럼 미사 집전

 

이런 상황에서 여야의 내분에 불을 지른 것은 니스 일선 경찰이 주장한 ‘내무부 압력설’이다. 니스 지방경찰 소속의 산드라 베르탱 감시카메라 부서장은 7월25일 프랑스 주간 ‘르 주르날 뒤 디망쉬’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사건 이튿날 내무부 소속의 한 인사로부터 사건 당시의 국립경찰 배치에 대해 왜곡된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압력을 받았다”고 주장한 것이다. 베르나르 카즈뇌브 내무부 장관은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보도가 나온 25일 저녁 프랑스 공영 뉴스에 출연해 “내 휘하의 어느 누구도 산드라 베르탱과 접촉한 사람은 없다”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상황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정작 내무부의 압력을 주장한 산드라 베르탱이 니스 지역의 지자체장이자 야당 우파인 에스트로지의 열렬한 지지자였다는 점과, 사건 당일 저녁과 이튿날 사이에 그녀 개정의 트위터가 삭제된 점,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녀에게 보고서를 요구한 것은 정작 내무부가 아닌 국립경찰 산하의 중앙정보국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그녀의 증언이 의심받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반정부 성향의 야당 단체장의 영향력 아래 있던 지방경찰의 의도적 주장이라는 지적까지 나오기 시작했다.

 

더구나 사건 초기부터 정부를 비판했던 에스트로지 본인은 물론 어떤 보좌진도 7월14일 국경일 행사를 준비하기 위한 안보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전해지며 양측의 공방은 진흙탕 싸움으로 번졌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대통령까지 나서서 진실을 밝힐 것을 약속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니스 테러 대응의 진실 공방을 덮어 버린 것은 진실규명이 아닌 새로운 테러 사건이었다. 성당 테러로 혼란스럽던 7월27일, 프랑스 경찰은 니스 테러 당시의 국립경찰 배치에 대한 감찰 결과를 발표했다. 프랑스 경찰의 감찰 업무를 담당하는 국립경찰총감사관(IGPN)은 지난 3년간의 경찰 투입인력을 비교하며, 테러 당시의 경찰 배치는 적절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니스 테러의 방식과 강도는 기존의 예상을 넘어선 것’이라고 해, 논쟁은 일단락됐다.

 

그러나 테러 위협이 여전히 존재하는 지금, 프랑스 정부가 군 인력을 포함한 경계 인력을 2만3500명 증원하겠다고 밝혔지만 상황 개선은 요원하다. 프랑스 전역에만도 4만여 개 성당이 있으며 거의 대부분의 성당에서 셍테티엔 뒤 루브레 성당처럼 매일 오전 9시에 평일 미사가 집전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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