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배치로 골프장 주면 롯데 손해일까?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press.com)
  • 승인 2016.09.01 17:2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드 배치의 새로운 후보지로 떠오른 자사 소유 골프장 성주CC를 둘러싼 롯데의 손익계산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불똥이 롯데그룹으로 튀었다. 당초 정부는 경북 성주군 초전면에 사드를 배치할 계획이었지만, 성주군민과 시민사회단체의 반발에 부딪힌 상태다. 결국 8월22일 성주군이 성산포대를 제외한 성주군 내 제3의 장소를 사드 배치 장소로 정해달라고 정부에 건의함에 따라 현재 국방부는 새로운 후보지를 물색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주요 언론에서는 유력 후보지로 롯데스카이힐이 소유한 골프장 성주CC가 떠오르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현재 국방부는 공식적으로 “부지 선정과 관련해 확정된 것은 없으며, 현재 해당 지방자치단체와 협의만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주군 초전면에 위치한 롯데스카이힐 성주CC가 사드 배치 적합지로 꼽히는 이유는 우선 해발 600~700m에 위치해 있어 북한군 미사일 방어 및 탐지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또 현재 해당 부지가 롯데그룹 계열사인 롯데스카이힐 소유의 땅이기 때문에 인근에 민가가 없다. 진입도로 및 전력, 수도 등 인프라 등이 모두 갖춰져 있다는 점도 이점이다.  

 


운영난 겪던 골프장, 롯데가 공사비 대신 떠안아

 

소식이 알려지자 롯데그룹은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총수 일가가 경영권 분쟁 및 조세포탈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는 와중에서 자사 보유 자산이 군사작전용으로 거론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지금 상황에서 롯데스카이힐 성주CC를 사드배치 부지로 넘기는 것이 롯데그룹에게 불리한 일일까. 관련업계에서는 ‘겉으로는 롯데가 곤혹스러워 할 수 있겠지만, 현실적인 문제로 들어가면 꼭 나쁜 거래는 아닐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 골프장은 애초 롯데그룹에서 만든 것이 아니었다. 당초 이 골프장은 지역 내 부동산 시행사인 ㈜연우에서 개발, 운영해왔다. 원래 이름은 헤븐랜드CC다. 2007년 6월 개장했지만, 때마침 불어 닥친 미국발 금융위기로 회원권 분양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운영사가 경영난을 겪었고, 공사비를 받지 못한 롯데기공이 2009년 2월 하나은행의 공매 입찰에 참여해 소유권을 넘겨받았다. 이후 롯데는 회원제였던 해당 골프장을 대중골프장으로 바꿔 운영해오고 있다. 

 

최근 몇몇 회원제 골프장이 대중골프장으로 바뀌는 이유는 운영 수익률과 연관이 있다. 경기불황으로 골프장 회원권 값이 고점 대비 50% 이상 떨어지면서 회원제 골프장은 심각한 영업난을 호소하고 있다. 회원권 값이 떨어지면서 분양시장도 덩달아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반면, 대중골프장은 최근 일반 골프인구 증가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롯데가 헤븐랜드CC를 인수하면서 운영방식을 회원제에서 대중제로 바꾼 것도 이러한 시장 변화를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 

 

하지만 롯데스카이힐 성주CC는 해발 600~700m 고지에 위치해 있어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는 골프장 문을 닫는다. 눈도 많이 내리는데다 기온이 낮다는 것이 최대 단점이다. 여기에 대구와 지리적으로 떨어져 있다는 점도 매출 증가의 한계로 지적받는다. 코스가 18홀로 구성돼 있는 것도 운영사 입장에서 볼 때 매출 성장이 이어지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일반적으로 대중골프장은 27홀로 구성돼 있다. 그래야만 이용객 회전율을 높일 수 있다. 

 

물론 당초 개발사도 이곳에 27홀 골프장을 계획했지만, 현재의 골프코스를 제외한 나머지 부지는 암반이 많아 개발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개발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업계에서는 이러한 이유 탓에 롯데스카이힐 성주CC의 매출이 연 100억원 수준에 머무는 것으로 파악한다. 김기세 KS골프 대표는 “롯데스카이힐이 운영하는 다른 골프장과 비교하면 매출이 많지만, 대중골프장 평균 수준과 비교하면 매출이 많은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롯데 스카이힐 성주C.C 이미지 ⓒ롯데스카이힐 홈페이지


893억 비용 대비, 1천억은 받을 수 있을 듯

 

만약 사드가 성주CC에 배치되는 것으로 결정 난다면 어떤 방식으로 소유권이 이전될지가 관심사다. 롯데상사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롯데가 이 골프장을 매입하면서 쓴 돈이 893억원이다. 하지만 현재는 땅값까지 포함할 경우 자산가치가 1000억원은 훌쩍 뛰어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형회계법인 관계자는 “공공기관이 민간 소유의 땅을 매입할 때 보통 공시지가가 기준이 되는데, 현재 이 골프장은 공시지가로만 봐도 1000억원은 족히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공시지가 수준으로만 매각해도 롯데 입장에서는 손해 볼 장사가 아니라는 뜻이다. 

 

또 하나의 방법은 토지교환이다. 쉽게 말해 비슷한 규모의 토지로 맞바꾸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성주군 내 비슷한 면적의 토지를 확보하는 게 급선무다. 롯데스카이힐은 전체 면적이 178만㎡이며, 이 중 96만㎡가 골프장이다. 나머지 82만㎡는 임야다.

비슷한 규모의 토지로 바꿀 경우, 현재 성주군 내 부지로는 수륜면·가천면 등이 후보지다. 성주군에 따르면, 이들 면은 가야산국립공원을 끼고 있어 대규모 국공유지가 많다. 현재 성주군 내 국방부 소유 토지는 당초 사드 배치가 검토됐던 성산포대와 막골부대 등 두 곳이다. 두 곳의 부지 면적을 합쳐도 83만㎡에 불과하다. 대구와의 인접성을 고려할 경우 선남면·용암면·성주읍 등이 유력하다. 

 

그러나 반대로 사드 배치에 롯데가 토지를 제공했다는 소식이 전해질 경우, 롯데의 주 고객인 중국인 관광객 수요에는 적잖은 타격이 예상된다. 롯데그룹으로선 이래저래 정부의 행보를 조심스럽게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