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Insight] 북한 핵잠수함 수면 위로 떠오르나
  • 이영종 중앙일보 통일전문기자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9.06 13:22
  • 호수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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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SLBM 성공에 남한에서도 핵잠수함 추진론

한·미 정보 당국의 대북 감시망의 초점이 북한 잠수함에 맞춰지고 있다. 지난 8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동해상에서 이뤄진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의 성공을 계기로 해서다. ‘북극성’으로 이름 붙여진 북한 SLBM이 실린 잠수함이 한반도 인근 해역을 은밀히 기동하게 된다면 한국은 물론 주한미군이나 인근 국가의 안보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게 우리 군 당국과 군사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예상보다 빠르게 북한의 SLBM 전력화가 진행되고 있고, 현실화할 경우 대응에 가장 어려움이 큰 북한의 무기체계가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물론 현 단계에선 북한의 잠수함을 철저히 추적하는 방식으로 상당부분 대응이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국방백서에 따르면, 북한은 로미오급(길이 76.6m, 배수량 1859t) 잠수함과 잠수정 등 모두 70여 척의 잠수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북한이 SLBM 시험발사에 사용하고 있는 잠수함은 배수량 2000t급의 신포급으로, 1990년대 옛 소련의 골프급 잠수함을 도입해 역설계 방식으로 만들어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8월25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실험에 대해 “성공 중의 성공”이라고 밝혔다. © AP 연합


“핵잠 보유, 김정은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

 

이들 잠수함정은 모두 디젤엔진을 장착하고 있다. 적어도 2~3일에 한 번 물 밖으로 나와 산소를 보충하는 ‘스노클링(Snorkeling)’을 해야 한다는 약점이 있다. 디젤엔진을 돌린 뒤 축전지를 이용해 은밀한 기동을 하는데 재충전을 위해 주기적으로 수상으로 나와야 한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한·미 연합전력이 동선을 충분히 감시할 수 있다는 게 군 관계자의 설명이다. 

 

문제는 북한이 SLBM 성공을 계기로 새로운 잠수함 건조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SLBM 발사 소식을 전한 8월25일 보도에서 김정은이 “우리 식의 위력한 전략잠수함 건조와 탄도탄 제작을 직접 틀어쥐시고 헤아릴 수 없는 노고와 심혈을 바치시며 완강히 추진시켜오셨다”고 밝혔다. 중앙통신이 말한 ‘전략잠수함’은 SLBM을 발사할 수 있는 신형 잠수함을 가리키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결국 핵잠수함으로 갈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핵잠수함은 연료공급 없이 사실상 무제한 잠수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디젤엔진과는 차원이 다르다.

 

북한이 극비리에 핵잠수함 보유를 추진해 왔고, 마무리 단계에 돌입했다는 주장은 그동안 심심찮게 제기돼 왔다. 북한 내부 소식통은 “핵잠수함 보유는 김정은의 최고 관심사 중 하나”라며 “북한이 3500t급 핵 추진 잠수함 2기를 건조 중이며 곧 진수할 수 있는 상황이란 말까지 나온다”고 귀띔했다. 김정은은 2014년 6월 동해 해군부대를 방문해 로미오급 잠수함에 직접 탑승한 뒤 훈련을 지휘했고, 잠망경을 보는 사진 등을 공개한 바 있다. 그만큼 최고지도자의 관심이 크다는 것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옛 소련 퇴역 잠수함 2기를 도입해 핵잠수함으로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핵잠수함의 동력원인 리액터(reactor)를 적어도 2m 이하로 소형화해 탑재하는 것이 난관이었지만 지난해 말 기술적 문제를 해결했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노동당 군수공업부 93과가 이를 맡아 추진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정은이 북한 권력층 사이에 ‘3월 회의’(3월초 개최)로 불리는 자리에서 핵잠수함 보유를 국방과학 분야 핵심 과제로 꼽았다는 첩보도 있다.

 

우리 군 당국은 이런 설에 대해 그동안 무게를 그다지 두지 않는 분위기였다. 여러 엇갈리는 첩보가 있지만 사실로 확인할 정도의 신뢰성이 있는 건 없다는 얘기였다. 군 관계자는 “핵잠수함에 필수적인 리액터 개발·제작이나 운용에 요구되는 첨단기술을 북한이 보유했다고 보긴 어렵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3500t급에 이르는 잠수함 동체를 한·미 정보 당국의 감시망을 벗어나 은밀하게 핵 추진 방식으로 개발한다는 건 쉽지 않다는 측면에서란 얘기다.

 

반면 군사 전문가들은 개연성이 충분하다고 지적한다. 정부가 북한의 능력을 과소평가해 무시하지 말고 추가 첩보수집 등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수석연구위원은 “김정은으로서는 잠수함 전력을 핵 추진 방식으로 바꾸는 게 가장 합리적 선택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핵탄두를 장착할 수준의 SLBM을 구형 디젤잠수함에 탑재해 운용한다는 건 난센스란 것이다.

 

북한의 SLBM 발사성공을 계기로 우리 정부의 입장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8월29일 열린 국회 국방위 현안보고에서는 북한이 SLBM 추가발사는 물론 핵추진 잠수함 등 신형 잠수함 건조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군 당국에 의해 제기됐다. 국방부는 보고 자료에서 “북한의 SLBM 신뢰도 검증을 위한 추가발사와 잠수함 작전능력 점검 등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북한 조선중앙TV는 8월25일 낮 12시30분 전날 실시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 장면을 담은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은 김정은이 잠수함에 탑재되는 SLBM을 바라보는 모습. © 조선중앙통신 연합


“北 잠수함정 충분히 감시할 수 있다”

 

우리 정치권과 군 일각에서도 북한에 대응해 우리 자체적으로 핵잠수함을 보유해 운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8월2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군 당국은 핵 추진 잠수함 도입 등 북한의 SLBM을 근본적으로 봉쇄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검토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국방부에 따르면, 우리 해군이 보유한 잠수함은 214급(1800t급) 6척과 209급(1200t급) 9척 등 모두 15척이다. 70여 척에 이르는  북한과 비교하면 수적으로는 열세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군 당국은 잠수함 전력 증대를 위해 고심해 왔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3년 우리 군은 4000t급 핵잠수함을 추진하다 중단된 사실도 있다.

 

하지만 핵잠 보유를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기술적 측면에서 디젤엔진을 소형 원전으로 바꾸면 된다. 우리의 기술 수준이나 한 척당 1조3000억원 정도의 건조비용(국방부 추산)을 감안하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문제는 핵잠수함 원료로 사용하는 저농축우라늄(우라늄 235 동위원소가 205 미만)의 생산과 사용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통제는 물론 ‘군사적 사용’을 금지한 한·미 원자력협정도 걸림돌이다. 김정은의 핵·미사일 드라이브는 SLBM 성공이란 변곡점을 지나 점차 돌이킬 수 없는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여기에 핵잠수함 보유는 중대한 전략적 지형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그만큼 김정은이 핵잠수함에 집착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얘기다. 여기에 맞서 한국 내에서도 핵잠 보유론이 힘을 얻어갈 경우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수역에서는 남북 간 잠수함 전쟁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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