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카는 포기해도 자율주행차 소프트웨어는 포기 못한다?
  • 김경민 기자 (kkim@sisapress.com)
  • 승인 2016.09.12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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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에게 ‘자동차 산업’은 오랜 꿈이자 아픈 손가락이다. 애플은 지난 2년 간 비밀리에 자율주행차 개발 산업을 진행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름하야 바로 ‘타이탄 프로젝트’다.  

 

지금까지 애플은 공식적으로 이 프로젝트를 인정한 적이 없다. 하지만 자동차 업계에서 이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로 여겨져 왔다. 팀 쿡 애플 CEO 역시 올 초 주주총회에서 “자동차 산업이 드라마틱한 변화의 시기를 겪고 있다”고 말하며 애플의 자동차 산업 부문이 실재함을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그런 ‘애플카’의 꿈이 무산될 위기에 놓인 것 같다. 적어도 애플 카 프로젝트는 지금 급격한 변화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비밀리에 추진해오던 ‘타이탄 프로젝트’의 참여 인력을 최근 대거 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는 9월9일(현지시간) 최근 이 프로젝트에서 해고된 세 명의 제보자의 말을 인용해 “애플이 자율주행차 개발 프로젝트를 접으면서 수십 명을 해고했다”고 보도했다. 

 

 

혼다가 탑재한 애플의 자동차 소프웨어인 '애플카' 시연 모습. 애플은 차체와 디자인 등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 쪽으로 애플카 프로젝트의 무게중심을 옮긴 것 같다. (사진-유튜브 캡처)
 

베일에 가려있던 ‘애플카’ 개발은 2년 전부터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자동차 산업 베테랑들과 배터리 전문가, 컴퓨터 영상 시스템인 머신 비전 분야 전문가들을 상대로 한 영입활동을 적극적으로 했다. 애플 내부 인력이 타이탄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경우도 이어졌다. 익명의 애플 해고자들은 뉴욕타임스에 “타이탄 프로젝트를 시작한 지 18개월 만에 팀의 규모가 1000명 이상으로 불었다”고 말했다. 

 

팀의 규모는 커졌지만 해결돼야할 문제는 많았다. 자율주행차량 개발사업에는 이미 BMW, 테슬라 등 글로벌 기업들이 뛰어든 상황이었다. 자동차 산업이 처음인 애플은 이들 기업과 기술적 차별화를 할 방법을 찾는데 골몰했던 것으로 보인다.

 

고민이 깊어지는 것과 더불어 애플 카 프로젝트를 이끌 수장의 자리는 오랫동안 공석이었다. 프로젝트 초반부터 2년 간 애플카 프로젝트를 견인했던 스티브 자데스키가 올해 초 개인적인 사유로 회사를 떠났다. 이 자리는 오랫동안 비어 있다 올해 7월 전 하드웨어 기술담당 수석 부사장이었던 밥 맨스필드가 영입되면서 채워졌다. 

 

업계는 이번 대량 해고가 의미하는 바를 예의 주시하고 있는 는 분위기다. 이전 해고가 타이탄 프로젝트의 새 수장으로 온 밥 맨즈필드의 작품인 만큼 이 프로젝트가 새로운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란 예측도 나오고 있다. 특히 애플이 전기차를 기반으로 하는 자율주행차량 산업 가운데 차체 개발 및 디자인 부문을 대폭 축소하고 소프트웨어 기술에 집중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힘을 받고 있다. 당초 2020년으로 잡았던 애플 카 출시일이 2021년으로 미뤄지면서 아예 산업경쟁력을 원점에서 재검토하자는 의견이 나왔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외형보다는 기반기술 개발을 주력으로 해 미래 자동차 산업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애플카 전략의 변화는 7월 말 이미 감지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7월29일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애플은 블랙베리 출신 자동차 소프트웨어부문 수석개발자 댄 다지를 영입했다”며 “내부 소식통은 최근 애플이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팀 쿡 애플 CEO는 올해 초 주주총회 미팅에서 “어릴 적 크리스마스 이브를 기다리던 기분을 기억하나. 자고 일어나면 머리맡에 어떤 선물이 놓여있을지 몰라 설레던 그 마음을 기억하나”며 자동차 산업에서 애플의 혁신이 나오길 기다리는 마음을 크리스마스 이브를 기다리는 어린 아이의 마음과 비교해 말했다. 애플의 크리스마스 선물은 이뤄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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