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는 말한다 두산의 한국시리즈 2연패를
  • 배지헌 엠스플뉴스 기자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10.04 18:05
  • 호수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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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시즌 가을야구 전망

2016 KBO리그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5개 팀의 윤곽이 드러났다. 9월29일까지 5위 KIA와 6위 SK의 승차는 2경기. KIA가 5경기, SK가 4경기만을 남겨두고 있어 SK가 남은 경기 전승을 해도 KIA가 3승2패를 거두면 KIA가 5강행 막차를 타게 된다. 시즌 후반 연승행진으로 5강을 노리던 삼성은 9월29일 더블헤더에서 NC에 2연패(連敗)하며 가을야구 희망이 사라졌다. 이로써 올해 가을야구는 1위 두산, 2위 NC, 3위 넥센, 4위 LG와 5위 KIA의 구도로 펼쳐지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그렇다면 올해 가을야구의 패권은 5팀 중 어느 팀이 거머쥐게 될까. 워낙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는 야구의 특성상 어느 팀이 100% 우승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약간의 수학적인 방법을 동원하면 포스트시즌에서 각 팀의 승패를 어느 정도 예측해 볼 수 있다.

 

여기서는 세이버메트릭스의 대부(代父)로 불리는 빌 제임스(Bill James)가 고안한 공식, Log5를 이용할 것이다. 팀 승률을 기준으로 리그 평균 승률(0.500으로 가정) 팀과 맞대결 시 승률을 구한 뒤, 이를 바탕으로 각 팀이 맞대결할 때의 승률을 구하는 방식이다. 단순 승패로 계산하는 승률 대신 득점과 실점을 통해 구하는 피타고리안 기대승률을 이용하면 정확도를 더욱 높일 수 있다.

 

9월2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kt와의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고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한 두산 선수들이 모자를 던지며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와일드카드 게임


KIA 5강 시 KIA 우세, SK 5강 시 LG 우세

 

이제 이 공식을 활용해 와일드카드 게임부터 한국시리즈까지 승패를 예측해 볼 차례다. KIA 타이거즈가 5강 진출에 성공할 경우, 와일드카드 게임은 4위 LG와 5위 KIA의 대결로 펼쳐진다. 정규시즌에서 LG의 기대승률은 0.492, KIA는 0.508로 KIA가 다소 좋은 득실점 차이를 기록했다.

 

이를 바탕으로 계산하면 LG가 KIA와 1경기 대결에서 이길 확률은 0.484로 5할이 되지 않는 반면, KIA가 이길 확률은 0.516으로 더 높은 수치가 나온다. 반면 기대승률 0.478의 SK가 극적으로 5강 진입에 성공할 경우, LG는 0.514의 확률로 와일드카드 게임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다.

 

물론 0.516과 0.484는 종이 한 장 차이라고 볼 수 있다. 단판승부의 특성상 선발투수와 선수진의 컨디션, 감독의 전략 등 다양한 변수에 의해 숫자와는 다른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LG의 경우엔 첫 경기를 져도 1경기를 더 할 수 있지만, 5위팀은 첫 경기에 이겨도 2차전까지 잡아야 준플레이오프에 나갈 수 있다는 불리한 점도 있다. 

 


■준플레이오프


LG 진출 시 넥센 우세, KIA 진출 시도 넥센 우세

 

와일드카드 게임 승리팀은 3위 넥센과 준플레이오프를 치르게 된다. 여기서부터는 앞의 공식을 좀 더 응용해서, 시리즈 승패에 따른 승리 확률을 구해 볼 것이다. 정규시즌에서 넥센의 기대승률은 0.535를 기록했다. 1경기 승패만 놓고 보면 LG가 올라와도 0.543, KIA가 와도 0.527의 확률로 승리를 거둘 확률이 높은 편이다. 그렇다면 5전3선승제로 펼쳐지는 준플레이오프에서는 어떤 결과가 나오게 될까.

 

LG가 올라올 경우 넥센은 58%의 확률로 시리즈에서 승리,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가능성이 있다. 3승1패로 4차전에서 시리즈를 끝낼 확률이 22%에 달한다. 또 KIA가 올라올 경우에도 넥센은 55.1%의 확률로 준플레이오프에서 승리 가능성이 꽤 큰 편이다. 역시 3승1패로 4차전에서 시리즈를 끝낼 가능성이 20.8%, 3승2패로 5차전까지 가서 이길 확률도 19.6%다.

 

변수는 넥센이 후반기 들어 전반기에 비해 크게 경기력이 떨어진 모습을 보였다는 점이다. 밴헤켄-맥그레거 외국인 투수가 호투해 주고 있지만, 전반기 에이스였던 신재영의 페이스가 후반기 들어 급격히 떨어졌다. 여기에 포스트시즌 4선발로 점찍은 강윤구가 복귀 후 첫 등판에서 1이닝 만에 팔꿈치 부상으로 이탈했다. 이에 넥센은 포스트시즌을 3선발 체제로 치를 가능성이 커졌다. 시리즈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넥센에게는 불리한 상황이 펼쳐질 공산이 크다. 

 

 

■플레이오프


어느 팀이 올라와도 NC 우세

 

플레이오프는 어느 팀이 올라와도 NC의 압도적 승리가 예상된다. NC는 넥센이 플레이오프에 올라올 경우 62.2%의 확률로, LG 진출 시에는 69.5%의 확률로 시리즈 승리 가능성을 보였다. 4차전 이내에 3승1패로 끝낼 확률도 넥센 상대 23.6%, LG 상대 26.4%로 나타났다. 막강한 타선과 해커-스튜어트의 원투펀치, 강력한 불펜진(陣)을 감안하면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문제는 NC가 9월29일 터진 테임즈의 음주운전 적발 파문으로 포스트시즌에 100% 전력으로 나서지 못할 가능성이다. 테임즈는 9월30일 열린 KBO 상벌위원회에서 정규시즌 8경기와 포스트시즌 1경기 출장 정지 처분을 받았다. NC는 플레이오프 1차전을 4번타자 테임즈 없이 치러야 한다. 테임즈는 시즌 막판 해외진출설에 음주 파문까지 터지며 팀의 복덩이에서 골칫덩이로 전락한 상태다. 여기에 외국인 투수 스튜어트도 시즌 후반 들어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만약 NC가 자랑하는 외국인 선수들이 포스트시즌에서 제대로 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NC의 포스트시즌은 정규시즌 전력과는 전혀 다른 결과로 끝날 수도 있다.

 

 

■한국시리즈


두산이 NC에 4승2패 우승

 

정규시즌 전력만 놓고 보면, 한국시리즈는 1위 두산과 2위 NC의 대결이 될 가능성이 크다. 앞서 소개한 공식을 바탕으로 계산한 우승 확률은 두산이 59.6%, NC가 39.9% 정도로 나온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두산이 6차전 승부 끝에 4승2패로 우승할 확률이 18.2%, 7차전 끝에 4승3패로 우승할 확률이 16.6%로 나온다. KBO리그 역대 한 시즌 최다승을 올린 두산은 명실상부한 2016시즌 리그 최강팀이다.

 

다만 두산의 딱 한 가지 약점이 있다면 선발에 비해 취약한 불펜진이다. 올해 두산 불펜의 평균자책점은 5.07로 리그 5위에 불과하다. 반면 NC는 평균자책 4.18로 리그 최고 불펜을 자랑한다. 세이버메트릭스 전문가들은 단기전 승리와 가장 상관관계가 큰 요소로 팀의 수비력, 투수진의 탈삼진 능력, 그리고 마무리투수를 비롯한 불펜진을 들고 있다. 경기력이 뛰어난 팀들끼리 대결하는 포스트시즌이니만큼, 공격력보다는 수비와 마운드 높이가 승패를 좌우한다는 얘기다.

 

수비력만 놓고 보면 두산과 NC는 리그 최고 수준의 대등한 수비력을 자랑한다. 반면 탈삼진 능력은 NC가 9이닝당 8.03개로 압도적인 1위, 두산은 6.86개로 비교적 큰 차이로 3위다. 불펜 역시 임창민-김진성-원종현-이민호를 앞세운 NC가 한 수 위다.

 

두산으로서 희망적인 부분은, 후반기 들어 부상 선수, 군 제대 선수들의 합류로 불펜이 전반기에 비해 한결 향상됐다는 점이다. 윤명준이 탄탄하게 마운드를 지키는 가운데 제대한 이용찬과 홍상삼이 강속구를 앞세워 불펜 필승조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 젊은 투수 3인이 좋은 활약을 이어간다면, 두산의 불펜 불안은 생각만큼 치명적인 약점은 아닐지도 모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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