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박근혜 정부, 산은 9명·대우조선 5명 낙하산 인사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press.com)
  • 승인 2016.10.25 16:38
  • 호수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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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지분 보유 회사 대표·사외이사 분석 9년간 ‘산피아’ 낙하산으로 115명 내려가

올여름 정국을 뜨겁게 달궜던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의 대우조선해양 호화 접대 논란의 불똥은 송 전 주필의 친형에게로까지 튀었다. 송 전 주필의 친형인 송희준 이화여대 교수(행정학)가 대우조선해양 비리의 몸통으로 지목된 남상태·고재호 전 사장의 사장 재직 시절, 이 회사 사외이사(감사)로 활동해서다. 송 교수는 이 회사의 사외이사를 2009년부터 2012년까지 4년간 지냈다.

 

대우조선해양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재직기간 중 송 교수를 비롯해 대우조선해양 사외이사들은 1인당 연평균 5680만~6000만원의 급여를 받았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업계와 무관한 행정학 전공자인 송 교수가 사외이사를 맡은 것을 보고 누가 이상하게 보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실제로 송 교수는 사장 자리가 교체되던 2012년에는 사장추천위원장을 맡았다. 연임을 꿈꾸거나 새롭게 사장 선임을 바라는 쪽에서는 송 교수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 당시 대우조선해양의 최대주주는 지분 31.3%를 보유한 산은이었다. 하지만 당시에도 산은은 구조조정이라는 본연의 업무보다는 권부(權府) 눈치 보기에만 급급했다. 산은 내부 관계자는 “일부 사안에 대해서는 구조조정 당사자인 대우조선해양이 우리보다 더 목소리를 크게 냈다. 권력 실세들을 믿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최대주주가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하면서 대우조선해양 부실 규모는 눈덩이처럼 커졌다. 그 과정에서 사외이사는 거수기로 전락했다.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이사회에서 올라온 안건에 대해 사외이사들은 100% 찬성표를 던졌다. 김해영 민주당 의원이 2008년부터 올해까지 대우조선해양 사외이사를 분석한 결과, 선임된 24명의 사외이사 중 정치권·관료 등 ‘낙하산 인사’가 17명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 의원은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현재까지 산업은행과 산은캐피탈, 산은금융지주 등 계열사에 선임된 인사 중 낙하산 인사로 분류되는 사람은 무려 9명이나 된다”고 주장했다.

 

대우조선해양 사외이사인 조전혁 전 의원, 신광식 김앤장 상임고문과 산업은행 사외이사인 김상헌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왼쪽부터) © 시사저널 포토·뉴시스·연합뉴스


KAI·동부제철에도 낙하산 내려가

 

ⓒ 시사저널 미술팀

2013년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뒤, 대우조선해양은 조전혁 전 새누리당 의원, 신광식 전 김앤장 상임고문, 고상곤 전 대우증권 사외이사 등 4명의 사외이사를 새로 선임했다. 이 중 신 전 고문은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 후보 캠프에서 경제민주화추진위원회 위원을 지냈고, 고 이사는 보수단체 자유총연맹 이사 출신이다. 2015년에는 지난 17·18대 국회의원을 지낸 이종구 현 새누리당 의원이 잠시 이 회사의 사외이사를 지냈다. 그는 올해 4·13 총선에서 서울 강남 갑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 다시 국회로 돌아갔다. 2015년부터 사외이사로 있는 이영배 이사는 농림식품부 장관 정책보좌관과 ‘친박 핵심’인 유정복 인천시장의 보좌관을 지냈다. 조전혁 전 의원은 산은이 현물출자 형식으로 32.9%의 지분을 갖고 있는 한국전력공사의 사외이사를 함께 맡고 있다. 이 밖에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해 논란이 된 미네르바 사태를 수사했던 김주선 전 천안지청장과 이강희 전 의원, 안충영 동반성장위원장 등도 이 회사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산은의 김상헌 사외이사는 지난 대선에서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 정부개혁추진단 추진위원으로 활동해 ‘보은성 낙하산’ 지적을 받고 있다.

 

6월말 현재 산은이 지분 18.8%를 갖고 있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는 통상교섭본부장과 경제통상대사를 지낸 박태호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와 조유행 전 하동군수가 사외이사로 활동 중이다. 박 교수는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이 수학한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위스콘신 동문’이다. 동부제철에는 강창희 국회의장 시절 국회 대변인을 지낸 배성례 전 SBS 기자가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또 금호타이어에는 15·16대 국회의원과 국회 사무총장을 지낸 윤원중 전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의원과 신동혁 전 은행연합회장, 박해춘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신상민 전 한국경제신문 사장이 사외이사로 포진해 있다. 아울러 아시아나항공 사외이사에는 임인택 전 건설교통부 장관, 김종창 전 금융감독원장, 정창영 전 연세대 총장이 활동 중이다.

 

낙하산 인사 논란으로 사장 선임까지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던 대우건설에는 현재 권순직 전 동아일보 기자, 박간 전 한은 금융결제국장(현 사회복지 해관재단 이사장), 지홍기 전 영남대 교수 등이 사외이사로 있으며, 8월23일 주총에서 우주하 전 코스콤 사장을 추가로 선임했다. 이 중 지 전 교수는 박 대통령이 이사장으로 재직한 영남대 출신으로 2014년 대구시장 선거에서 새누리당 예비후보로 출마한 조원진 새누리당 최고위원의 정책자문교수단장으로 활동했다. 조 의원은 친박 핵심으로 분류되는 인사다. 남상구 전 고려대 교수, 김세형 매일경제신문 주필, 김정기 전 삼성화재 상무는 KDB생명의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지엠에서는 2015년부터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조영종 이사가 주목받는다. 조 이사는 국정원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이 정책금융 형식으로 투자한 회사 중 푸드사이언스는 철강재 판매기업 금강철강의 계열사다. 금강철강은 주광남 대표가 가칭 ‘반기문을 존경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반존사)’ 회원으로 알려지면서 ‘반기문 테마주’로 꼽힌다. 이외에도 산은이 현재 3.7%의 지분을 갖고 있는 휘닉스소재의 경우,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의 동생인 홍석규 보광그룹 회장이 최대주주다. 이 회사는 현재 2차전지를 생산하고 있다. 홍석규 회장은 박원순 서울시장과 경기고를 같은 해에 졸업했다. 뿐만 아니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서울대 외교학과 동문이고, 졸업 후 함께 외교부에 근무한 이력이 있다. 때문에 휘닉스소재는 ‘박원순 테마주’와 ‘반기문 테마주’로 동시에 거론되고 있다. 2006년 첫 지분을 취득한 보타메디는 올 8월 주가조작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홍헌씨(탤런트 견미리의 남편)가 회장으로 있었던 보타바이오가 주주로 있다.

 

매년 국정감사 때마다 산은이 지적받는 사안 중 하나가 바로 산피아(전·현직 산업은행 출신 인사)의 관계사 재취업 문제였다. 그때마다 산은은 “출자회사의 경영정상화, 기업가치 제고 및 사업의 효율적인 추진을 위해 재취업이 필요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때 산은이 밝힌 선임 논리는 투자자 또는 채권자로서 산은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이며, 구조조정 등에 대한 경험과 전문적인 금융지식을 갖춘 적임자가 필요한데 그 인사가 바로 산은 출신 임직원이라는 것이다. 논란이 계속되자 산은은 비로소 올 2월 “퇴직 임직원이 비금융 출자회사에 재취업할 경우, 민간위원이 과반수 이상으로 구성된 ‘출자회사 관리위원회’에서 적정성을 심의하도록 하겠다”는 자구책을 마련했다.

 

이학영 민주당 의원의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산은은 지난 9년간 관계사 요직에 임직원 115명을 내려보낸 것으로 밝혀졌다. 김관영 국민의당 의원은 더 나아가 “산은이 국정감사 기간에 산은 퇴직자 중 38명이 관계사에 재취업했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최소 24명 더 많이 자회사로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산은은 이번 국정감사를 준비하는 정무위 소속 의원실에 투자자 및 대주단의 권리보호 차원에서 18명, 주주로서의 관리·감독 필요성 차원에서 금융기관에 8명, 효율적 경영관리를 위한 경영 정상화를 위해 7명 등 총 38명의 퇴직 임직원이 자회사에 재취업했다고 밝혔다. 김관영 의원실에 따르면, 현 대우건설 감사위원 중 한 명이 산은 출신이며, 대우건설 자회사인 포천민자개발에는 산은 자회사인 KDB인프라자산운용 퇴직자 3명이 근무하고 있다. 금호타이어·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의 사외이사 자리에도 산은 출신이 포진해 있다. 대우조선해양 자회사인 디섹·웰리브·삼우중공업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이외에도 산은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형태로 진행 중인 각종 민자 사업에도 퇴직자를 내려보내고 있다. 경기남부도로·평택동방아이포트 대표이사를 비롯해 강남순환도·서울북부고속도로·수도권서부고속도로 부사장에 각각 산은 출신 인사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한 산은 출신 관계자는 “정부 기금이 제대로 관리되는지를 관리 감독하는 자리이니만큼 산은 출신이 내려가는 것 자체를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낙하산이 아니라고 주장하던 대우조선해양 부사장이 현재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것을 보면, 산은 출신 낙하산 인사가 관련 분야에 전문성이 있다고 보기 힘들며, 이는 결국 산은의 이익을 보호하지도 못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 시사저널 미술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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