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방부 검찰단 성과상여금 나눠먹다 딱 걸렸다
  • 송응철 기자 (sec@sisapress.com)
  • 승인 2016.10.26 14:58
  • 호수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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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진상 파악 나서…법질서 지켜야 할 검찰단에서 벌어져 더 충격

국방부 검찰단이 성과상여금 나눠먹기 논란에 휩싸였다. 시사저널은 이런 취지의 민원이 감사원에 접수돼 진상 파악에 나선 사실을 확인했다. 감사원은 최근 국방부 검찰단에 민원 접수 사실을 고지하고, 감사관을 파견해 의견을 청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공무원들이 지급받은 성과급을 균등하게 분배하는 것을 엄격히 금하고 있다. 공직사회 내 경쟁력을 높이고, 일하는 분위기를 확산하겠다는 도입 취지를 훼손한다는 이유에서다.

 

성과상여금 나눠먹기는 공직사회의 오랜 관행이었다. 그동안 물밑에서 끊임없이 벌어져왔다. 그러나 대부분 성과급 나눠먹기 논란은 지자체에서 불거진 것이 사실이다. 군에서 성과급 재분배 사실이 외부로 알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어느 곳보다도 법질서를 지키는 데 앞장서야 할 검찰단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최근 국방부 검찰단이 성과상여금을 나눠먹었다는 민원이 접수돼 감사원이 진상 파악에 나섰다. © 연합뉴스·시사저널 포토

최근 국방부 검찰단이 성과상여금을 나눠먹었다는 민원이 접수돼 감사원이 진상 파악에 나섰다. © 연합뉴스·시사저널 포토

 

성과상여금 거둬들인 뒤 ‘짬밥순’ 재분배

 

이런 정황은 시사저널이 입수한 ‘성과상여금 지급현황(세금 계산 후 조정 예상액)’ 자료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군 검찰단 내부에서 작성된 해당 문건에 따르면, 검찰단 소속 직원들은 3월18일 지급된 성과급을 ‘균등하게 나눈 금액’대로 재분배했다. 균등하게 나눈 금액의 기준은 이른바 ‘짬밥순’이었다. 계급별 기준액의 130%가 균등하게 나눈 금액으로 책정됐다. 장교는 △소령 387만5294원 △대위 272만2618원 △중위 181만2336원 등으로, 부사관은 △준위 404만1156원 △상사 303만4099원 △중사 194만1761원 등으로 각각 금액이 정해졌다. 군무원의 경우는 △5급 410만6195원 △6급 353만379원 △7급 300만1449원 등이었다. 

 

실제 지급된 상여금 항목을 보면, 최소 130만원부터 최대 470만원대까지 액수가 다양했다. 그러나 검찰단은 균등하게 나눈 금액을 초과해 상여금을 수령한 직원의 경우 그 차액을 반납하고, 이를 다시 균등 금액에 미치지 못하는 액수를 받은 직원에게 전달하는 식으로 성과급을 재분배했다. 이로 인해 자료에 이름을 올린 이들 가운데 절반가량은 자신이 받은 상여금 가운데 50만원에서 70만원가량을 토해 내야 했다. 이 성과급은 최대 120만원대까지 낮은 업무평가를 받은 직원에게 전해졌다. 이로 인해 가장 큰 금전적 손실을 본 것은 7급 군무원(71만원)이었고, 가장 큰 수혜를 입은 것은 소령(124만원) 계급장을 단 군인이었다.

 

검찰단은 특히 성과급 차액을 반납할 때 세금까지 공제하는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문건 하단을 보면, 실제 성과상여금을 수령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지방세와 지방소득세를 공제했다는 대목이 명시돼 있다. 다만 건강보험료와 장기보험료는 공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군인의 경우 성과상여금 지급 시 건강보험료를 공제했으나, 군무원의 경우 5월에 장기보험료와 건강보험료를 공제할 예정이어서 금액이 특정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는 성과상여금 제도의 취지를 정면으로 부정한 행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해당 제도는 1998년 중앙부처에 도입된 후 2003년 지방자치단체로 확대됐다. 일 잘하는 공무원이 더 많은 보상을 받도록 해 전반적인 업무의 질을 높이겠다는 취지에서다. 업무실적을 평가해 등급을 나누고, 그에 따라 성과급을 차등지급하는 것이 원칙이었다. 하지만 검찰단이 이를 균등하게 나누면서 구태여 일을 열심히 할 필요가 없는 환경을 만들어온 것이다.

 

그러나 검찰단 내부에서는 좋은 의도에서 비롯된 관행이라는 푸념도 나온다. 성과상여금 제도가 지나친 경쟁을 부추기고, 이에 따라 조직 내 위화감이 조성될 수 있다는 것이 이유다. 실제 군은 2010년까지 성과상여금의 90%를 균등분배해 왔다. 나머지 10%에 대해서만 근무 평점 등급에 따라 차등으로 지급했다. 이로 인해 그동안 성과상여금의 차이는 20만원에서 30만원 정도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후 정부는 이런 운용방식이 제도의 취지를 훼손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군에 상여금의 100%를 차등지급하라고 했다. 검찰단은 이런 정부의 지적을 외면한 채 성과급 나눠먹기에 골몰해 왔다. 그럼에도 자성은커녕 현재 ‘제보자 찾기’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국방부 한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검찰단은 감사원으로부터 이런 내용의 민원이 접수됐다는 사실을 고지받은 이후 내부 문건을 외부로 빼돌린 직원을 색출하는 작업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용산 국방부 내에 위치한 고등군사법원 대법정 내부 © 연합뉴스

국방부 “감사원 확인 중이어서 답변 어렵다”

 

공무원들의 성과상여금 나눠먹기 논란은 비단 검찰단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동안 공직사회에서 비일비재하게 벌어져온 ‘고질병’이다. 지난해에만도 광주광역시 서구청, 부산시, 경기도, 세종시 등에서 성과급을 재분배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이처럼 성과급 나눠먹기가 끊이지 않자, 행정자치부는 지난해 4월부터 전국 광역기초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였다. 제도 도입 이후 첫 조사였다. 

 

그 결과 상당수 지자체에서 성과급을 재분배한 정황이 포착됐다. 이에 정부는 그해 9월 상여금 재분배 관행 근절을 위한 제도 개편에 나섰다. 먼저 상여금 지급 관련 내용이 담긴 지방공무원 보수업무 등 처리지침 예규를 대통령령인 지방공무원 수당 등에 관한 규정으로 한 단계 강화했다. 제재 수위도 높였다. 부정 수령한 공무원에 대해선 성과상여금을 전액 환수하고, 적발 시점부터 1년 내 성과급을 주지 않도록 한 것이다.

 

그럼에도 성과급 나눠먹기 관행은 사라지지 않았다. 실제 올 8월에도 광주 북구청 공무원들이 성과급을 재분배한 정황이 드러나 조사가 이뤄진 바 있다. 군 검찰단도 이런 경우다. 이로 인해 검찰단은 향후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라 지급받은 성과상여금을 모두 반납하고, 이듬해 성과급 지급 대상에서 제외될 처지에 놓였다. 이와 관련해 국방부 관계자는 “감사원의 확인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중이어서 해 줄 수 있는 답변이 없다”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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