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욱의 안보 브리핑] “동북아시아 패권을 잡아라!”
  •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수석연구위원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10.27 16:09
  • 호수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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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주변 중국·러시아·일본 등 3국 군사력 비교

한반도 정세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으로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들도 바짝 긴장한 상태다. 오는 11월 대통령선거가 끝나는 미국의 향후 대북정책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에 대한 ‘선제적 타격론’이 제기되면서 한반도 상공에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안보 문제가 그 어느 때보다 중대한 과제로 떠오른 것이다. 이에 시사저널은 이번 호부터  안보 전문가인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수석연구위원 겸 합참정책자문위원의 ‘안보 브리핑’을 격주로 연재한다. 이번 호에선 첫 번째로 ‘동북아의 군사 굴기(崛起) ①’를 게재한다. 다음 호에선 ‘동북아의 군사 굴기②’를 싣는다. [편집자 주]​

국가는 국민과 영토, 그리고 주권으로 구성된다. 국가라는 개념에서 사람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바로 그 나라의 땅이다. 대한민국의 경우에는 헌법상으로는 한반도와 부속도서(島嶼·섬)가 영토이지만, 현실적으로는 한반도의 남쪽에 자리 잡고 있다. 소위 지정학이라는 측면에서 한반도의 위치를 두고 참으로 비극적이라고 평가하는 이들이 많다. 항해기술이 제한되던 시대에는 꼼짝없이 중국 대륙의 영향권에서 휘둘리면서도 어렵게 나라를 지켜냈다. 그러나 산업혁명 이후 제국주의 시대를 맞으면서는 해양세력인 일본에 정복당하는 수모를 겪은 것도 모자라, 2차 세계대전 종전으로 해방되나 싶더니 심지어는 나라가 두 동강이 나버렸다. 지금의 남북 대치구도는 우리 자신의 선택이 아니었고, 결국 냉엄한 국제정치에서 철저한 약자로서 짓밟혔을 뿐이다.

 

현재 세계에서 안보적 긴장이 가장 높은 곳 가운데 하나가 바로 동북아시아다. 애초에 6·25전쟁으로 냉전의 시작을 알린 것도 한반도였다. 지금은 미국과 러시아가 ISIS(극단 이슬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lamic State)’의 별칭)와 직접 교전 중인 시리아·이라크 지역보다도 더욱 팽팽한 긴장감이 존재한다. 두말할 것 없이 문제의 핵심은 북한이다. 정권의 생존을 위해 시작한 핵개발은 미사일 발사와 함께 동북아의, 아니 세계의 악몽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북한뿐만 아니다.

 

경제적으로 자신감이 생긴 중국은 중국몽(中國夢)을 외치면서 아시아의 맹주로 자리 잡기 위해 군사역량을 거세게 강화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은 ‘아시아-태평양 재균형 정책’을 내세우면서 미래의 시장을 지키겠다고 나섰다. 아베 정권 이후 동작이 기민해진 일본은 집단적 자위권을 내세우면서 군사적 부활을 꿈꾸고 있다. 미국과 반목하는 러시아는 어떻게든 돌파구를 찾기 위해 좌충우돌하고 있다. 북핵이 아니더라도 세계의 초강대국들이 이미 부딪치고 있는 곳이 바로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의 상황이다. 도대체 얼마나 강력한 역량을 펼치고 있는 걸까. 군사력 위주로 한 번 훑어보자.

 

‘중국의 꿈’을 상징하는 중국 해군의 주력 랴오닝 항공모함 © 양욱 제공

‘아시아 맹주’ 노리는 중국

 

마오쩌둥(毛澤東) 시기만 해도 중국은 ‘인민전쟁’으로 수세적 방어 전략을 취할 수밖에 없는 구식 군대였다. 그러나 덩샤오핑(鄧小平)이 권력을 잡은 후 중·월전쟁의 사실상 패배 등 뼈아픈 교훈을 바탕으로 인민해방군(중국군)의 현대화가 시작됐다. 1980년대부터 프랑스·이스라엘 등 서구의 방위산업체들이 중국과 교류를 시작하면서 현대화는 가속됐다. 그러나 중국군에 충격을 준 것은 역시 1996년의 대만해협 위기였다. 미국이 항모전단을 2개나 급파하면서 대만 방어에 나서자 좌절감을 느꼈던 중국군은 1996년부터 2015년까지 매년 꾸준히 평균 11%씩 국방비를 증가시켜왔다.

 

특히 후진타오(胡錦濤) 시대에 중국군은 ‘새로운 역사적 임무’라면서 본격적인 해외파병을 추진했다. 즉 국익을 지키기 위해 해외로 나가서 전쟁할 능력을 키우기 시작했다. 시진핑(習近平) 시대에 들어와서도 계속적으로 군 개혁의 요구가 강해지고 있다. 특히 ‘중국의 꿈’을 국가적 목표로 내세움에 따라 ‘위대한 중화민족의 부흥’을 뒷받침할 군사력이 더욱 절실해졌기 때문이다. 우선 손댄 것은 지휘구조다. 당과 중앙군사위원회의 중앙집중적인 지휘를 강화해 시진핑의 군 장악력을 더욱 높였다. 또한 현재 지역별로 나뉜 군구(軍區)도 재조정해, 7대 군구 체계가 통폐합돼 올해 2월1일부터 5개 전구로 개편됐다. 여태까진 각 군의 합동 작전이 이뤄지지 않아 비효율성이 높았지만 5개 전구로 개편하면서는 더욱 통합군 성격이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역시 해군의 약진이다. ‘랴오닝’(2012년 취역)을 시작으로 미래에는 자국산 항공모함을 최대 5~6척 건조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항모전단을 구성할 구축함·호위함 함대를 증강하는 것은 물론이고 원자력잠수함도 꾸준히 건조 중이다. 물론 이런 계획이 완성되더라도 여전히 중국의 해군력은 미 해군 전체에 비하면 열세다. 그러나 적어도 미국의 태평양 해군전력과는 유사하거나 우위에 있게 된다. 남중국해와 동중국해 등으로 국력을 확장하기 위해선 해군력 증강이 필수다.

 

중국 육군은 230만 명으로 세계 최대이자 아시아 최대의 지상군 병력을 자랑한다. 그러나 작년 전승절 기념식에서 시진핑은 지상군 30만 명을 감축할 계획을 밝혔다. 중국군은 무려 8000대에 가까운 전차를 보유하고 있으나 99식 전차 600여 대만이 3세대 전차로 분류돼, 여전히 본격적인 현대화가 부족한 실정이다. 공군력으로는 러시아제 Su-30과 자국산 J-11(Su-27 면허생산형) 도합 300여 대가 현재 주력 전투기로 활약하고 있지만, 자국산 스텔스 전투기인 J-20과 J-31 등도 개발하고 있다. 또한 폭격기로는 H-6 계열을 여전히 운용 중으로, 초음속 스텔스 폭격기인 H-20의 개발에 열중하고 있다. 한마디로 현대화에 집중적으로 예산을 투자하고 있으나, 그 성과가 나오기는 아직 이르다. 그러나 중국군의 진짜 문제는 부패한 지휘부와 전투를 회피하는 일선 병력이다. 중·월전쟁을 마지막으로 전쟁을 치른 지 37년이 된 중국군으로선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러시아의 차기 주력 전차인 T-14 아르마타 © 양욱 제공

봉쇄를 뚫어야만 하는 러시아

 

2012년 세 번째로 대권에 도전하면서 푸틴은 ‘강한 러시아 건설: 국가 안전보장’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즉 러시아가 대국의 지위를 회복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과거에도 이런 노력은 있었다. 이미 러시아는 1997년과 2003년 군 개혁을 추진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하지만 2008년 러시아·조지아 전쟁에서 러시아군은 엄청난 조직적·기술적 문제점들을 드러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지자 개혁은 실질적인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2008년 개혁안은 덩치는 줄이고 효율성은 늘리는 게 핵심이었다. 즉 숫자와 물량으로 압도하던 총력전 태세를 대신해 현대의 위협에 맞도록 서구화·현대화된 군대를 보유하는 게 목적이었다. 궁극적으로는 모병제 전환을 목표로 부분적 모병제를 시행 중이며, 징병 복무기간도 2년에서 1년으로 줄였다. 이에 따라 병력은 2012년까지 100만 명 수준으로 줄이고, 장교를 줄이는 대신에 전문성 갖춘 부사관단을 형성하며, 사령부의 규모를 줄이고 65개의 각종 학교를 10개로 통합했다. 공산정권 시절의 ‘낭비’를 줄이고 실질적인 전력을 갖추는 데 집중한 것이다.

 

그리고 2012년부터 2020년 전까지는 재정예산에서 20조 루블(약 6667억 달러)을 조달해 군사력을 재건한다는 야심 찬 계획이 추진되고 있다. 앞으로 2~3년 내 군 시설 수백여 곳과 사실상 거의 모든 군 장비를 현대화한다는 것이다. 우선 해군은 2015년까지 잠수함 전력의 51%를 교체했고, 2020년까지는 70% 이상을 신형으로 교체할 예정이다. 함령(艦齡)이 높아지는 소브레메니급 구축함을 교체할 신형 구축함은 2018년 말까지 개발을 완료하고 이듬해부터 건조에 들어갈 예정이다.

 

지상군도 본격적으로 바뀐다. 2015년부터는 전차 강국 러시아답게 무인포탑을 자랑하는 신형 T-14 아르마타 전차를 필두로, 같은 차대의 T-15 아르마타 보병전투차, 칼리차-SV 자주포 등을 개발해 실전배치를 시작했다. 부메란 신형 차륜형 장갑차나 타이푼-K나 타이푼-U 등 지뢰방호차량도 도입했다. 심지어는 러시아군을 대변하던 AK-74소총도 AK-12나 A-545 가운데 하나로 교체할 예정이다.

 

헬기 전력도 신형기종의 비중을 현재의 56%에서 2017년까지 76%로 끌어올리려고 한다. 전체 전투임무기 중 신형 교체율은 2020년까지 70%로 계획 중이다. 스텔스기인 T-50 PAK-FA는 2017년부터 양산되고 S-500 차세대 장거리 대공미사일은 올해 안에 실전배치 예정이다. 전략군은 2020년까지 차기전력으로 교체가 완료돼 다중블록 극초음속기동 핵탄두를 장착한 RS-24 ‘야르스’ 총 186기가 ‘토폴’과 ‘토폴-M’을 완전히 대체하게 된다. 스텔스기에 차세대 핵전력까지 완성되면 러시아는 다시금 미국에 커다란 압박을 가할 수 있게 된다.

 

일본은 수륙기동단을 창설해 해병여단을 보유하게 됐다. © 양욱 제공

새로운 기회 맞은 일본

 

현재 북한의 핵실험에서 가장 많은 전략적 이익을 얻는 것은 일본일 것이다. 일본은 줄곧 전수(專守)방어를 국방전략의 기조로 삼으며 집단적 자위권을 부정하면서 일체의 교전을 회피하는 스탠스를 취해 왔었다. 냉전 시절엔 가상적국을 소련으로 한정하고 국방을 대부분 미국에 의존하는 전형적인 무임승차 국방노선을 채택했다. 그러나 1998년 대포동 1호 미사일의 발사 이후, 일본은 북한을 실질적 위협으로 받아들이고 자위적 방어태세에 총력을 다했다. 그러나 일본의 숙적(宿敵)은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군사적으로 부상하는 중국이다.

 

최근 일본은 안보전략의 변화를 국가안보전략서와 방위대강에 적시할 만큼 자신감을 드높이고 있다. 특히 ‘국제평화주의에 기반한 적극적 평화주의’라는 기조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즉 미국이 혼자 꾸려가던 안보질서에 일본도 당당히 한 국가로서 참여하겠다는 것이다. 마치 영국처럼 미국과 모든 전쟁을 함께함으로써 세계질서에 당당한 지분을 요구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또한 센카쿠(尖閣) 분쟁으로 중국과의 충돌이 가시화되는 반면 미국이 충분한 보호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고, 일본 스스로 나서고 있는 것이다.

 

자위대는 육자대 15만 명, 공자대 4만7000명, 해자대 4만5000명 등 현역 24만여 명에 예비역 5만6000여 명으로 구성된다. 인구수에 비하면 결코 많지 않은 규모의 군대이다. 특히 육자대의 규모는 방면대(군단) 5개와 중앙즉응집단(특전사)으로 구성되며, 보유하고 있는 전차 숫자는 1000대를 간신히 넘는다. 이러한 별 볼일 없는 지상군이지만, 센카쿠 분쟁으로 인해 해병대에 해당하는 여단급 부대인 수륙기동단을 창설하고 AAV7 강습상륙장갑차와 MV-22 오스프리 틸트로터 수송기를 도입해 화력과 기동성을 높였다. 또한 이런 상륙전력을 실어 나를 249m급의 헬기강습함인 이즈모급의 실전배치는 초도함은 작년에 이뤄졌고, 2번함 카가는 내년 3월에 취역 예정이다.

 

일본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요격을 위해 패트리어트 PAC-3를 도입하고 있으며, 현재는 사드(THAAD) 도입도 논의되고 있다. 물론 이지스 탄도미사일 방어체계는 미국과 공동개발이 꾸준히 추진 중으로, 사거리가 2500km까지 증가한 SM-3 블록2는 2018년부터 배치될 예정이다. 공군력을 보면 일본이 독자 개발한 스텔스 개념 실증기인 ATD-X가 올해 4월22일 초도비행에 성공했다. 2011년 차기 전투기로 선정된 F-35A는 초도기가 9월23일 출고돼 곧 인도될 예정이다. 일본은 42대의 F-35A 도입을 결정해 4대는 미국으로부터 직도입하고 나머지 38대는 일본 미쓰비시가 최종 조립하는 방식으로 생산된다. 여태까지 그래 왔듯 최소한 해군과 공군 측면에서 일본은 동북아에서 가장 강력한 능력을 유지하려고 계속적인 투자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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