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당선으로 美·中관계 개선되고 북한 고립돼 통일될 것”
  • 김경민 기자 (kkim@sisapress.com)
  • 승인 2016.11.14 08:27
  • 호수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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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준 前 미국 연방 하원의원이 말하는 트럼프의 승리 비결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당선.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압승을 예측했던 세계는 이 같은 결과에 놀라는 분위기였다. 한국 언론 역시 ‘이변’이라는 말로 트럼프의 승리를 전했다. 

 

트럼프의 승리는 과연 이변이었을까. 10월에 《트럼프 대통령에 대비하라》는 책을 출간한 김창준 김창준미래한미재단(이하 재단) 대표는 트럼프가 대선 레이스에 뛰어들 때부터 그의 승리를 예측했다.(시사저널 제1407호 참조) 그는 1990년 캘리포니아 주 시의원 당선을 시작으로, 2년 후에는 시장, 그 이후 세 차례나 연방하원의원을 지낸 아시아계 최초의 공화당 의원이기도 하다. 그는 “한국 언론이나 정치권은 지나치게 트럼프의 당선가능성을 간과했다”며 “이제부터라도 트럼프가 변화시킬 세계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1월11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재단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사진=시사저널 임준선 기자)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압도적 승리가 예상됐던 대선 레이스 중에도 꾸준히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의 잠재력은 무엇인가.

 

연방하원의원 현직 시절 트럼프를 만난 적이 있었다. 당시의 그는 일개 사업가일 뿐이었고 나는 그와의 만남을 잊을 정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다.

 

처음 트럼프가 대선 출마를 선언했을 때, 문득 ‘저 사람이 미친놈 같지만 제때 나왔다’ 싶었다. 순간 그에게서 오래 전 내 모습이 겹쳐 보였다. 나는 백인 지역구에 하원의원으로 나섰다. 당연히 ‘게임도 안 될’ 줄 알았는데, 결과는 달랐다. 아시아계 최초로 공화당 의원이 됐고 3선이나 지낼 수 있었다. 정치란 숫자나 관례만 따져서 알 수 있는 게 아니다. 그 당시의 분위기가 어떠한지, 즉 민심의 향방을 읽어내는 게 중요하다. 나 역시 당시 캘리포니아 주 민심이 원하던 정치인상(像)에 근접했기 때문에 당선됐다. 트럼프도 그렇다. 새로운 유형의 정치인을 바라는 민심을 읽어낸 것이다.

 

‘시대가 영웅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사람이 제아무리 똑똑해도 시대가 맞아야 하는 것이다. 지금 상황은 트럼프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기업인으로서 트럼프는 매우 합리적이면서도 공격적이다. 정치인 트럼프는 어떤가.

 

미국인들에게 트럼프와 같은 정치인은 처음이었다. 이렇게 ‘새로운’ 사람은 없었다. 그렇게 돌풍이 시작됐다. 정치인 트럼프의 가장 큰 장점은 생각나는 대로 말한다는 점, 즉 솔직함이다. 이 때문에 실수도 잦고 비호감 세력도 만들긴 했지만, 노련한 대신 속을 알 수 없는 힐러리 클린턴과 정반대 이미지를 만들어내면서 결국 성공했다.

 

민심은 후보들을 비교하게 된다. 힐러리는 30~40년간 정치를 해왔다. 그의 남편이 대통령이었고, 오바마 정부에서 국무부 장관을 했으며 이젠 직접 대통령에 나섰다. 일반 대중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혼자서, 혹은 그 패거리가 수십년간 정권을 잡고 있는 것 같지 않겠나. 그 동안 세상은 점점 살기 어려워지기만 하고. 여기에 ‘이메일 스캔들’까지 겹치니 비호감도는 당연히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트럼프의 승리는 트럼프란 개인이 잘났거나 공화당이 잘해서 얻은 것이 아니라, 민주당과 힐러리 클린턴에 대한 반작용인 측면이 더 크다. ‘대통령 트럼프’는 창피한 면이 크지만 ‘그래도 클린턴보다는 낫다’는 생각이 지금의 결과를 만든 것이다.

 

 

이번 트럼프의 승리를 만든 것이 백인층이었다는 분석이 많다.

 

지난 대선에서 최초의 흑인계 미국 대통령을 만든 것은 다름 아닌 백인들이었다. 미국 시민들은 흑인 대통령이 나오면 흑인을 포함한 유색인종의 상황이 더 나아질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8년이 지났다. 흑인들의 지위는 나아진 것이 없다. 오히려 인종 갈등은 더욱 심해졌다. 그러니까 대중들은 ‘소수의 흑인들만 성공할 뿐 전체의 상황은 나아진 게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실망을 하게 된 것이다. 그러니까 이번 트럼프의 승리는 한 마디로 ‘백인들의 반란’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백인 남성들의 반란’이다.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나오겠다고 했다. 흑인 권리를 챙겨주고, 이젠 여성 권리까지 챙겨주고 그럼 백인 남성은 뭐가 되느냔 거다. 하지만 백인 남성들은 오랜 역사 동안 자신들만의 권리를 내세우지 않는 법을 익혀왔다. 조용한 백인들의 반란이었던 것이다.

 

 

트럼프는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고 있다. 그 과정에서 한국인들을 두렵게 하는 말도 거침없이 쏟아냈다. 특히 ‘안보 무임승차론’과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그의 원칙 때문에 걱정하는 시각이 많다. 대통령이 된 트럼프는 후보 때와 달라질까.

 

트럼프가 내건 약속 중에 공화당 정책과 크게 반대되는 것은 조정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대통령의 말은 존중돼야 한다. 우리는 거기에 대해 대비해야 한다. 방위비 분담이나 FTA 얘기는 반드시 나올 것이다. 천만 다행인 것은 이 이슈에 있어서 우리가 추가로 져야 할 부담이 많이 없다는 점이다. 미국 입장에서도 한국과의 이슈는 그렇게 비중이 크지 않다. 거기다 우린 ‘동맹국’이다. 동맹국에 크게 위해(危害)를 가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문제없다.

 

물론 FTA는 재조정하게 될 것이다. 지금 핵심 사안 중 하나가 쌀과 소고기인데, 상황이 한국에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 현제 쌀이 FTA 제외 대상인데, 과거에 비해 지금 상황은 어떤가. 미국은 쌀 소비량이 늘었고 한국은 오히려 줄었다. 이런 부분은 재조정해 협상하면 된다. 6개월 내 쇠고기 추가 협상을 요구하더라도 큰 문제는 없다. 우리 주식(主食)이 소고기가 아니다. 그리고 이런 고기를 들여온다 해도 품목에 연령 표시를 하도록 돼 있다. 때문에 시장에서 소비자가 안 사면 그만이다.

 

 

책에서는 가장 먼저 바뀔 부분을 중국과의 무역적자 해소 문제라고 지적했다. 결국 미·중관계의 변화인데, 그 과정서 한국은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는가.

 

트럼프 당선으로 미·중관계는 더욱 좋아질 것이라고 본다. 클린턴과 달리 트럼프는 중국 내정에 관여를 안 한다. 티벳 문제나 인권 탄압 문제 등에 대해 일절 ‘노터치’다. 오로지 ‘돈’ 문제로만 접근한다. 실용주의적인 중국은 이런 트럼프를 좋아할 수밖에 없다.

 

미·중관계가 좋아지면 우리에게 어떤 장점이 있을까. 북한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중국과 러시아가 트럼프에 우호적이 되면 북한은 완전히 고립이 된다. 그럼 통일될 수 있다. 개인적으로 트럼프 당선은 한반도 문제 해결에 있어서는 하늘이 준 기회라고 생각한다. 지난 오바마 정부 8년 간 통일이 안 보였다. 하지만 이제 보인다. 천만다행인 일이다.

 

 

많은 대북전문가들이 인정하는 건 오바마의 대북 정책이 실패했다는 거다. 새로운 정부는 어떻게든 그 방향을 달리해 북한을 다룰 것이다. 트럼프 정부의 대북정책을 예상해본다면.

 

사실 트럼프 캠프의 대북 정책이란 건 없다. 있다고 해봐야 ‘햄버거 토크(북한 지도자인 김정은 위원장과 직접 만나 김정은과 햄버거를 먹으며 협상하겠다고 한 트럼프의 발언에서 유래)’가 고작이다. 조심스럽게 예상해보면 트럼프와 김정은이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김정은도 국제사회에서 고립이 되면서 급해지니 트럼프가 내민 손을 아주 외면하진 않을 거다. 북한이 그 전에 스스로 붕괴해버리지만 않는다면.

 

 

성공적인 대선후보를 거친 트럼프가 성공적인 대통령이 되기 위해 털고 갈 ‘업’은 없나.

 

왜 없겠나. 다만 그 사람이 뭘 털고 가는 사람이 아니다. 아마 지금까지 그랬듯 그냥 넘어갈 것이다.

 

 

정치인 트럼프의 취약점은 정치경험이 전무하다는 것이다.

 

괜찮다. 주변에 좋은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트럼프 돌풍’에서 당선까지. 결국 기존 정치에 환멸을 느낀 미국 시민들이 변화를 선택한 것 아닌가. 한국은 내년이 대선이다. 한국도 이런 ‘이변’, 그러니까 전통적으로 기성 정치인으로 분류되지 않던 ‘신인’이 무서운 기세로 신드롬을 일으키고, 결국 당선까지 되는 시나리오가 나올 수 있을까.

 

우리나라는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이다. 그렇게 빨리 변화가 오진 않을 것 같다. 보다 나은 민주정치의 실현을 위해서는 공천 제도가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민에게 있어야 할 공천권을 당이 쥐고 있으니 여기에서부터 여러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비례대표제도도 마찬가지다.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줘야 한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한국을 비판하고 싶진 않지만, 이게 대체 있을 수 있는 일이냐. 한 개인이 나라를 이렇게 망칠 수가 있나. 거기에 대통령 측근 인사들, 고위 관료들이란 사람들이 애국심이라곤 없이 자신의 이익만을 좇고…. 그리고 검찰에 가서는 “대통령이 지시한 일”이라고 말한다는 게 말이 되는 상황인가.

 

그동안 한국 사회는 죄에 대한 처벌이 약했다. 걸리면 그때만 모면하면 그만이었다. 정의감이 사라진 사회다. 이번 일은 한국 사회가 반드시 한 번은 겪어야 할 일이었다고 본다. 이것이 우리나라를 크게 바꿔놓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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