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은택의 포레카 사태 본질은 '헐값 매각'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press.com)
  • 승인 2016.11.15 17:32
  • 호수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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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은택 강탈’ 논란은 인수자 한아무개 사장과 차씨 간 지분조정 갈등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차은택씨의 포레카 지분 강탈과 관련한 조사를 받기 위해 11월11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출두하고 있다. © 시사저널 최준필

‘문화계 황태자’ 차은택씨가 자신의 인맥을 동원해 포스코 계열 광고회사 ‘포레카’를 강탈하려 했다는 보도가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관련 보도가 나간 후, 여론은 ‘차씨가 사적 이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며 차씨를 비난했다. 보도대로라면, 이번 사태에서 가해자는 차씨이고, 피해자는 포레카를 빼앗길 뻔한 한아무개 ‘컴투게더피알케이’ 사장이 된다. 하지만 시사저널이 접촉한 전·현직 포레카 직원들의 설명은 다르다. 이들은 “차씨가 권력의 힘을 등에 업고 포레카를 가지려 한 것은 맞지만, 인수에 있어 한 사장은 피해자가 아니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한 사장과 차씨, 함께 포레카 인수에 나서

 

이번 사건은 여러 부문에서 의구심을 갖게 만든다. 공개된 한 사장의 녹취록에는 차씨 측근인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이 인수자(당시 우선협상자)인 한 사장에게 “지분 80%를 ‘그들’(차씨로 추정)에게 넘기지 않으면 당신 회사와 광고주를 세무조사하고 당신도 묻어버린다”고 말한 대목이 있다. 그런데 애초부터 차씨가 포레카를 가질 생각이었다면 왜 100%가 아닌 80%만 넘기라고 했을까?

 

이 의문을 풀기 위해서는 포레카 매각 과정을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포레카는 포스코가 100% 지분을 가지고 있던 종합 광고대행사다. 설립 시점은 2010년 6월 무렵으로 정준양 회장 시절이다. 하지만 2012년 포스코의 실적이 악화되면서 사업 재편이 화두로 떠올랐다. 정 회장은 그해 정기주총에서 연임에는 성공했지만, 70여 개에 달한 계열사를 50여 개 수준으로 줄일 것을 공식화했다. 그 결과, 구조조정 대상에 포레카가 포함됐다. 그리고 그해 연말 입찰에 들어가 중소 광고회사 컴투게더(한 사장 개인회사)와 글로벌 광고사 JWT애드벤처, 한국대학신문의 모회사 캠퍼스라이프 등 3곳이 인수전에 참여했다. 컴투게더가 포레카 입찰에 등장한 것은 이때부터다. 한 사장은 유명 광고 카피라이터 출신이다.

 

‘문화계 황태자’ 차은택씨는 컴투게더로부터 포레카 지분을 강탈하려 했다는 혐의로 최근 구속됐다. © 뉴스뱅크이미지

당시 최고가를 쓴 곳은 캠퍼스라이프였다. 관련 업계에서는 당시 캠퍼스라이프가 입찰가로 120억원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포스코는 최고가를 쓴 캠퍼스라이프를 탈락시키고 컴투게더와 JWT애드벤처 등 2곳을 우선협상자로 선정했다. 탈락 이유에 대해 포스코는 당시 ‘캠퍼스라이프가 다른 후보와 달리 광고 대행 경험이 없다는 점’을 꼽았지만, 실제로는 포레카 내부 반발 때문이었다. 전직 포레카 직원 A씨는 “포스코 계열이었던 회사가 하루아침에 중소 신문사의 계열사로 바뀌는 것에 대해 직원들이 반발하면서 포스코 경영진이 매각을 철회했다”고 밝혔다. 1차 매각은 그렇게 흐지부지 끝났다.

 

원점으로 돌아간 매각 작업은 2013년 정권이 바뀌고 권오준 현 포스코 회장이 취임하면서 재개됐다. ‘포스코 구원투수’를 자처한 권 회장은 취임 일성으로 ‘비철강 계열사 매각’을 선언했다. 여기에 ‘경제민주화’를 핵심 경제공약으로 내건 박근혜 정부가 ‘일감 몰아주기’를 ‘부당 내부거래’로 보면서, 포레카는 다시 M&A(인수·합병) 시장에 나왔다.

 

매각에 속도를 내기 위해 2014년 3월 포스코는 포레카 신임 사장에 김영수 대표를 선임했다. 김 대표는 현재 언론으로부터 ‘차은택 사단’이라고 의심받는 인물이다. 김 대표는 6개월가량 제일기획에서 광고기획자(AE)로 활동한 것 외에는 광고계와 특별한 인연이 없어 선임 당시에도 ‘낙하산 인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포레카 전직 임원 B씨는 “사석에서 만나면 ‘저 여기(포레카) 어떻게 온 줄 아시죠?’라는 말을 자주해 ‘청와대 라인’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김 대표는 시사저널과의 전화통화에서 “광고업계에서 일한 경험은 많지 않지만, 삼성을 비롯해 해외 유명 기업에서 경력을 쌓았기 때문에 회사 경영에는 무리가 없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또 “차씨와는 일면식도 없으며, 헤드헌팅 회사의 제안을 받아 사장직에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 취임 후 포레카 매각은 속도를 냈다. 2014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매각 작업에 착수, 12월말 포스코는 협상대상자로 엠허브와 1차 인수전에서 탈락한 컴투게더를 선정했다. 엠허브는 롯데그룹의 자회사인 대홍기획이 지분 99.05%를 갖고 있는 롯데그룹의 손자회사다. 인수전에 문제가 발생한 것은 지난해 초부터다. 전직 포레카 직원들은 “컴투게더의 자금 사정이 좋지 않다는 소문이 업계에 파다했다”고 말했다. 한 대형 광고업체 관계자도 “포레카를 컴투게더가 인수했을 때 광고시장에서는 ‘새우(컴투게더)가 고래(포레카)를 삼켰다’는 말이 많았다”며 “실제로 당시 업계에는 컴투게더가 하청업체들에 제때 대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소문이 파다했다”고 전했다.

 

 

헐값 매각 확인 시 ‘경영상 배임’

 

이번 사태의 중요한 단서는 ‘지분 80%’다. 차씨 쪽에서 한 사장에게 ‘100%가 아니고 80%만 넘기라고 했다’는 것은 컴투게더의 한 사장이 차씨 쪽과 함께 포레카 인수에 나섰고, 두 사람의 지분 비율이 2대8이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김 대표는 시사저널에 “지난해 3월께 컴투게더의 자금 사정이 좋지 않다는 소리를 듣고, 한 사장에게 투자자를 소개해 줬다”고 밝혔다. 다만 김 대표는 “자금의 출처가 ‘차은택’인지까지는 알 수 없지만, 내가 한 사장에게 소개해 준 사람은 차은택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지난해 6월5일 한 사장은 김 대표에게 “(나는) 20%만 가지고, 80%를 (차씨 측에게) 줘라 했는데, 그건 너무 심하다”고 말한다. 지분 조정 과정에서 한 사장이 차씨 쪽의 조건에 불만을 품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자금력이 없었던 한 사장의 지분은 20%에 그쳤고, 나머지 80%는 다른 사람 몫이었던 셈이다. 6일 후인 11일 컴투게더는 포스코와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송 전 원장이 한 사장을 압박한 시점은 계약을 체결한 지 4일 뒤인 15일이다. 송 전 원장과 차씨는 광고업계에서 기획자와 광고 감독으로 손발을 맞췄으며 송 전 원장과 한 사장은 대학 동문에 제일기획에서 함께 일했다. 결국, 두 달 뒤인 8월31일 컴투게더는 잔금을 내고 포레카를 완전 인수했는데, 당초 함께하려 했던 차씨 쪽의 자금이 아닌, 다른 자금을 끌어들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 계약 이후 한 사장은 차씨 쪽과 완전히 갈라섰다.

 

이번 매각 과정에서 중요한 점은 포레카가 지나치게 헐값에 매각됐다는 데 있다. 2012년 말 진행된 1차 매각에서 캠퍼스라이프가 120여억원의 입찰가를 썼음에도 매각이 불발됐던 것과 달리, 2차 매각에서 컴투게더는 40억1000만원을 쓰고 최종 인수자로 결정됐다. 하지만 2015년 감사보고서를 보면, 포레카의 은행예금·현금 등 ‘현금성 자산’은 36억5000만원이다. 2014년에는 이 금액이 57억5000만원에 달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포레카가 포스코와 계열사 광고를 주로 수주해 재무 상태가 우량했다고 평가한다. 2015년의 경우, 당기순손실 금액(5억7000만원)을 감안해도 자본 총계는 33억6000만원이었다. 통상적으로 기업 M&A에서 중요한 기준은 회사 가치를 평가하는 ‘자본 총계’다. 이를 기준점으로 삼고, 미래 가치(밸류에이션)를 평가하는데 통상 ‘경영권 프리미엄’도 여기에 포함된다.

 

포레카가 홍보 및 운영을 책임졌던 2012 여수엑스포 포스코관(왼쪽 사진)과 포스코 기업광고

하지만 현금성 자산이 36억원, 회사가치(자본총계)가 33억원이며, 계약 후 4년간 매년 100억원씩 홍보비를 지급하는 알짜 계열사를 넘기면서 포스코는 컴투게더에 오히려 혜택을 줬다. 포레카가 대신 제작한 포스코신문을 폐간한 것과 포스코 계열사에서 떨어져 나가는 것에 대한 위로금 명목으로 11억5000만원을 돌려준 것이다. 결국 컴투게더가 포레카를 인수하면서 들어간 돈은 29억원에 불과하다. 33억원짜리 회사를 29억원에 산 것이다. 물론 관련 업계에서는 이 같은 거래에 대해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한 광고업계 관계자는 “회사 가치가 1년 사이에 120억원대에서 30억원대로 떨어진 것은 업황을 감안해도 말이 되지 않으며, 헐값 매각이 사실이라면 경영상 배임으로 간주된다”고 주장했다.

 

또 한 가지 의문점은 포스코 경영진이 왜 포레카 매각을 고집했느냐 하는 점이다. 공교롭게도 입찰 과정에서 엠허브는 중도 포기했다. 포레카 전직 직원들에 따르면, 당초 포스코가 △매각 후 1년 내 구조조정을 하지 않을 것 △매각 후 2년간 사내 유보금을 사용하지 않을 것 △퇴직금을 별도 계좌에서 관리할 것을 이행 조건으로 내걸었고, 부담을 느낀 엠허브가 입찰을 포기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또 전체 홍보비로 500억~600억원을 지급하던 포스코가 계열 분리 후, 순수 광고비 명목으로 100억원 정도만을 지급하겠다고 결정한 것도 엠허브의 입찰 포기에 영향을 미쳤다는 후문이다. 결과적으로 포레카 매각은 컴투게더 단독입찰로 마무리됐다.

 

 

韓 사장, 인수 후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서

 

하지만 약속과 달리 한 사장은 회사 인수 후, 구조조정에 나서 작년 12월과 올 3월 등 두 차례에 걸쳐 직원들을 내보냈다. 그 결과 인수 전 58명에 달했던 포레카 직원 수는 현재 11명으로 줄었다. 올 3월 포레카에서 해고 통보를 받은 한 직원은 “당초 약속을 이행하지 않은 것에 대해 포스코가 반발하자 한 사장 측이 ‘더 이상 경영에 대해 간섭하지 말라’고 말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오히려 약속을 이행하지 않은 쪽은 한 사장이었다는 것이다.

 

포레카(컴투게더피알케이)의 2015년 감사보고서를 보면,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이 눈에 띈다. 2014년 감사보고서에는 없었던 15억원 상당의 단기금융상품이 등장한다. 포레카는 이 상품을 담보로 하나은행으로부터 15억원을 대출받았다. 김영수 대표는 “한 사장이 회사를 인수한 바로 그날, 회사 통장을 모두 가져갔으며, 이후 회삿돈을 담보로 대출받았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말했다. 약속과 달리 사내 유보금을 임의대로 사용했다고 볼 수 있다. 시사저널은 사실 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한 사장과 전화통화를 시도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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