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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시진핑-트럼프는 지금 ‘허니문’

상표권 승인 등 트럼프 당선 환영하는 중국

모종혁 중국 통신원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11.23(Wed) 14:00:28 | 141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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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미가 협조를 강화해 양국 경제발전, 글로벌 경제성장, 분야별 교류협력 확대 등을 추진해 국민들에게 더 큰 혜택을 제공하고 상호관계를 더 좋은 방향으로 발전시켜 나가자.”

11월14일 오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처음 전화 통화를 가졌다. 같은 날 저녁 중국 국영 CCTV는 메인 뉴스 프로그램 ‘신원롄보(新聞聯播)’에서 이 소식을 톱뉴스로 전했다. 시 주석은 “세계 최대의 개발도상국인 중국과 세계 최대의 선진국인 미국이 세계 양대 경제체로서 협력이 필요하고 협력해 나갈 일이 매우 많다”고 말했다.

 

CCTV는 “트럼프 당선인도 시 주석의 ‘당선 축하’에 감사를 표시하고 미·중 관계에 대한 시 주석의 견해에 찬성하는 입장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시 주석은 11월9일 트럼프 당선인이 대선에서 승리한 직후 축하전문을 보냈다. 그는 축하전문에서 ‘건강하고 안정적인 중·미 관계 유지를 위해 공동 노력할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 뒤 5일 만에야 두 초강대국 정상의 전화 통화가 이뤄졌다. 다른 나라 정상들에 비해 늦었지만, 대화 내용으로 본다면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불개입주의’를 천명한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를 중국이 반기는  눈치다. 9월3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B20 서밋 개막연설을 하고 있다. © EPA 연합


TPP 폐기 수순 돌입하자 중국 정부 반색

 

트럼프 당선인은 경선과 대선 내내 중국에 대한 저주의 말을 쏟아냈다. 해마다 중국이 막대한 대미 무역흑자를 거두는 현실을 ‘미국에 대한 강간’에 비유할 정도였다. 중국산 제품에 최고 45%의 고관세를 물리겠다는 공약도 전면에 내걸었다. 이런 강경발언에 ‘러스트 벨트(rust belt·제조업이 발달했던 미국 북중부)’ 노동자들이 열렬히 호응했다. 트럼프 당선인뿐만 아니라 공화당은 보호무역주의를 상·하원 선거의 정강으로 채택했다. 따라서 공화당이 행정부와 상·하원을 모두 장악한 결과는 중국에 엄청난 타격이다.

 

그러나 중국 정부에서는 그 어떤 긴장감도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묘한 기대마저 읽힌다. 11월10일 루캉(陸慷)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의 그 어떤 정치인이라도 자국민의 이익에서 출발해 자국민에게 유리한 정책을 펼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이는 트럼프의 ‘45% 고관세 부과’ 공약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밝힌 것이다. 루 대변인은 “중·미 간 경제무역 협력은 양국 관계의 촉진제이자 버팀목”이라면서 “양국 경제협력의 본질은 호혜공영(互惠共榮)으로 양국의 공동이익에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오비이락(烏飛梨落)일까. 중국의 기대에 부응하듯, 11월11일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의회 비준을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트럼프 당선자가 대선 공약으로 TPP의 전면 폐기를 내걸었기 때문이다. TPP는 미국이 주도해서 중국을 제외한 태평양 연안의 우방을 모두 참여시켜 추진해 왔던 자유무역협정이다. TPP가 폐기 수순으로 돌입하자 중국 정부는 반색했다.

 

11월14일 겅솽(耿爽)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은 TPP로 편 가르기를 하거나 정치화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줄곧 밝혀 왔다”면서 TPP의 폐기를 우회적으로 환영했다. 한발 더 나가 “11월19일 페루 리마에서 시작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통해 중국이 다른 국가들과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의 추가 논의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RCEP는 중국이 TPP에 맞서 추진해 온 자유무역협정이다. 현재 한국, 일본, 아세안 10개국 등 16개국이 참여의사를 밝혔다.

 

중국 정부를 기쁘게 하는 소식은 또 있었다. 트럼프 당선인의 국가안보 고문인 제임스 울시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오바마 정부가 AIIB(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설립에 반대한 것은 전략적 착오’라고 비판했던 것이다. 울시 전 국장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쓴 기고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국제질서를 바꾸려는 중국의 의도가 세계경제와 안보구조에서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중국의 발언권이 반영됐음을 이해한다’고 썼다. 위안화의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통화바스켓 편입, G20 정상회의의 항저우(杭州) 개최 등이 ‘중국의 리더십에 대한 국제사회의 또 다른 공인’이라고 예로 들었다.

 

AIIB는 시진핑 주석이 2년 전 제안해 올 1월 정식 설립됐다. 한국을 포함한 57개국이 창립회원국으로 참여해 1000억 달러의 자본금을 갖췄다. 현재 미국의 인접국이자 동맹국인 캐나다마저 AIIB 가입을 신청했다. 새로운 신청국들은 내년 1월 일괄 가입이 이뤄진다. 트럼프 당선인 측의 잇단 선물에, 중국 정부는 상표권 등록으로 화답했다. 2014년 3월 트럼프 당선인은 건설과 건설 정보서비스 분야에 상표권(TRUMP)을 신청했다. 중국 관련 기관은 이를 질질 끌어오다, 11월13일 초기 승인을 결정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을 다룬 중국 언론 © AFP 연합


中 네티즌들, 트럼프 손녀 동영상에 “예쁘다”

 

사실 트럼프는 사업가 시절부터 중국 시장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인식하고 있었다. 2005년부터 자신의 이름을 사용한 상표권을 무려 82건이나 출원했다. 운영 중인 호텔, 골프장, 부동산 등에서 금융, 교육 등까지 업종이 다양했다. 특히 지난해 대선에 도전하기로 결정한 후 40개를 동시다발적으로 신청했다. 이름도 영어부터 중국어인 ‘터랑푸(特朗普)’ ‘촨푸(川普)’ 등 세심함이 돋보일 정도다. 이 때문에 중국 언론은 트럼프를 ‘상표 광인(商標狂人)’이라 부를 정도다. 대선 직후까지 중국 정부는 신청된 상표권 중 78건을 승인했다.

 

이런 중국 정부의 움직임에 발맞춰 중국인들도 친(親)트럼프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의 장녀 이방카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딸 아라벨라의 동영상을 빠르게 퍼 나르고 있다. 이 동영상에는 아라벨라가 중국 전통의상인 치파오(旗袍)를 입고 춘련(春聯·입춘에 문이나 기둥에 써 붙이는 글귀) 앞에서 당시(唐詩) 2수를 읊는 장면이 담겨져 있다. 아라벨라가 암송하는 시는 중국 초등학생들이 가장 먼저 배우는 ‘영아(詠鵝)’와 이신(李紳)이 농민들의 고단한 생활을 읊은 ‘민농(憫農)’이다. 이를 본 중국 네티즌들은 “귀엽다” “깜찍하다”를 연발하고 있다.

 

일부 중국 언론은 다른 나라를 걱정하는 여유마저 부리고 있다. 11월11일 관영 ‘환구시보(環球時報)’는 “트럼프가 사업가 출신이라 방위비용 분담 문제를 취임의 시작으로 삼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외교의 자주성이 필리핀만 못한 한·일 양국이야말로 미국에 바가지를 쓸 가장 적합한 나라”라고 꼬집었다. 15일 같은 신문은 오바마 대통령이 견지해 왔던 ‘아시아 회귀 정책(Pivot to Asia)’을 비판하면서 “트럼프가 미국을 다시 위대한 나라로 만들고 싶다면 항공모함과 핵잠수함을 만드는 대신 경제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일부 경제 전문가들은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 첫날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한다. 또한 그동안 공화당이 안보와 외교 분야에서 강경책을 견지해 왔다는 점에서 미·중 관계의 미래가 마냥 순탄치만은 않을 것은 자명하다. 하지만 경제 이익을 최우선시하는 중국은 사업가 출신 미국 대통령을 환영하는 기류가 뚜렷하다. 중국의 바람대로 트럼프 당선인이 중국과 경제발전을 모색하는 길을 선택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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