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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최순실 게이트’ , 헛발질하는 야권

야권, 돌발 제안 등 전략적 실책…뚜렷한 해법 제시 못한 채 ‘갈지자 행보’

김현 뉴스1 기자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11.27(Sun) 16:00:28 | 141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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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최순실 국정 농단 파문’으로 혼돈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가운데, 야권도 돌발적인 제안 등 전략적 실책이 잇달아 나오면서 책임 있는 정국 수습은커녕 오히려 혼선을 더해 비판론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2야당인 국민의당 간에는 정국의 해법을 두고 미묘한 입장차가 지속적으로 표출되는 등 신경전 양상도 벌어지고 있다. 이 같은 정국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양당 간 샅바싸움은 혼돈의 정국을 더욱 꼬이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른바 ‘최순실 정국’에서 야권의 전략적 실패는 이번 사태의 초반부터 계속돼왔다. 발단은 청와대 문건유출 의혹 파장이 불거진 10월26일 민주당이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특별검사 도입을 당론으로 채택하면서부터다. 민주당이 특검 도입을 요구하자, 새누리당은 민주당의 제안을 곧바로 수용했다. 이에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새누리당에서 특검을 수용한 것은 다분히 대통령을 보호하려는 정략적인 호도책”이라며 민주당의 특검제안 취소를 요구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선(先) 검찰수사, 후(後) 특검’을 주장한 국민의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튿날인 27일 특검 도입을 위한 협상을 강행했다가 새누리당이 자신들이 구상했던 별도의 특검법 제정을 통한 특검이 아닌 상설특검법에 따른 특검 도입을 고수하자, 28일 △새누리당의 대국민 석고대죄 △우병우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의 사퇴 △최순실 부역자의 전원 사퇴 등 3대 선결조건을 내걸고 협상 중단을 선언했다.

 

 

11월17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관련 회동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와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사진=시사저널 박은숙)


문재인의 ‘거국중립내각’, 실책으로 꼽혀

 

사태 초반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 등을 중심으로 ‘거국중립내각’ 구성을 요구했던 것도 실책 중 하나로 꼽힌다. 문 전 대표는 10월26일 성명을 내고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강직한 분을 국무총리로 임명해 국무총리에게 국정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기라”며 “(박근혜 대통령은) 당적(새누리당)을 버리고 국회와 협의해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다 새누리당이 10월30일 ‘거국내각’ 제안을 수용하고 나서자, 민주당은 “새누리당이 거국내각을 주도하는 것은 최순실 게이트를 덮자는 것”이라고 발을 뺐다. 이에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야당은 자기들이 먼저 제안한 거국내각을 우리 당이 수용하니까 바로 걷어차는 딴죽걸기, 갈지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고, 박지원 위원장도 “민주당에서 거국중립내각 제안을 취소했지만, 참 요즘 민주당이 너무 헤맨다”고 꼬집었다.

 

이는 박 대통령이 11월2일 김병준 신임 국무총리 후보자 등 일부 개각을 단행하자, 야권이 김 후보자 지명 철회 및 국회 추천 총리 수용을 요구했다가 정작 박 대통령이 11월8일 국회를 찾아 정세균 국회의장에게 ‘국회 추천 총리’ 수용 의사를 밝혔음에도 이를 거부하는 모순적 상황으로 이어졌다.

 

거국중립내각을 주장했던 문 전 대표는 당시 “저와 야당이 제안했던 거국중립내각의 취지와 다르고, 민심과도 많이 동떨어져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야당에선 박 대통령의 실질적인 ‘2선 후퇴’가 전제돼야 한다는 것을 거부 명분으로 내걸었지만, 한편으론 뚜렷한 해법은 제시하지 않은 채 사태를 장기화시키는 ‘야권의 갈지(之)자 행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박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을 둘러싼 해프닝은 대표적 실책으로 지적된다. 박지원 위원장은 10월31일 정국 해법으로 박 대통령의 탈당과 여·야 3당 대표와의 영수회동을 제안했지만, 민주당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데다 박 대통령이 일부 개각을 단행한 것을 계기로 박 대통령의 하야 및 탄핵을 요구하는 야권의 강경론이 강해지면서 청와대의 영수회담 개최 노력에도 불구하고 수면 아래로 내려갔다. 그러다 이른바 ‘100만 촛불집회’(11월12일) 직후인 11월14일 추미애 민주당 대표가 박 대통령에게 ‘일대일 영수회담’을 전격 제안, 청와대의 수용으로 성사가 됐다. 국민의당은 물론 당내에서도 강도 높은 반발이 이어지자 결국 추 대표는 제안한 지 14시간 만에 ‘철회’했다. 

 

추 대표의 단독 영수회담 철회 해프닝은 추 대표의 소통능력 부재를 드러냈고, 추 대표에 대한 ‘비선 실세’ 논란까지 불러일으켰다. 민주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 기자와 만나 “추 대표가 제안하기 하루 전인 13일 밤에 우상호 원내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얘기했을 때 우 원내대표도 수긍할 만한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당내와 국민의당과 전혀 상의 없이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이라며 “우 원내대표가 ‘야권 분열 프레임’을 우려해 박지원 위원장에게 사전에 양해를 구하는 게 좋겠다고 조언했지만, 추 대표가 ‘고려해 보겠다’고만하고 그냥 지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추미애의 잇단 강성 발언도 비판의 도마에 

 

추 대표의 잇단 강성 발언들도 비판의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이미 언론에선 ‘헛발질’이라고 지적하고 있을 정도다. 추 대표는 11월18일 구체적인 정보출처는 제시하지 않은 채 “박 대통령이 계엄령까지 준비한다는 말도 나온다”고 했다가 여권으로부터 공세를 당했다. 추 대표는 11월23일 광주에서 열린 당 행사에서 “대통령이 얼마나 뻔뻔한지 청와대에서 장기 농성전에 들어갔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살수차에 물을 끊는 것이 아니라 청와대에 식수를 끊겠다고 할지도 모르겠다”는 발언으로 새누리당의 반발을 불렀다. 

 

추 대표는 또 이 행사에서 박 대통령 탄핵 추진과 관련해 “새누리당에 구걸해서 표가 적당히 모였다고 덜컥 하면 안 된다”고 한 것은 물론 “탄핵에 앞장서겠다”고 한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를 “부역자 집단의 당 대표를 지낸 분”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박지원 위원장은 11월24일 전남 나주의 중흥골드스파리조트에서 열린 호남지역 핵심당원 연수 강연에서 “오늘(24일) 신문에 추 대표가 말실수를 많이 한다고 나왔다”며 “추미애가 당 대표 됐을 때 ‘실수할 거다, 똥볼을 많이 찰 거다’고 했는데 제가 점쟁이 됐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의 한 초선의원도 “추 대표가 그간 당직을 해 본 경험이 많지 않아서인지 계속 조급증을 보이는 듯하다”면서 “특히 단독 영수회담 철회 사태 이후에 예상치 못한 발언들을 하면서 제1야당 대표답지 못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등 국민의당은 최근 탄핵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에 ‘선(先)총리, 후(後) 탄핵’을 주장하면서 야 3당 공조 흐름을 깨기도 했다. 그나마 국민의당이 ‘선 총리론’을 보류하면서 11월24일 야 3당 원내대표 간 회동이 성사됐다. 이 같은 야권의 전략적 실책들이 나오는 데엔 양당 각각의 이해관계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철근 동국대 사회과학대 교수는 “추미애 대표와 문재인 전 대표 등 민주당은 이번 사안을 대선 전략 차원에서 접근을 하다 보니 촛불민심과는 괴리가 있었고, 이런 간극을 급격하게 줄이려다 보니 추 대표의 말실수 등이 나오게 된 것”이라며 “국민의당은 제3당으로서 당대당 대치 국면보단 협상의 국면에 있을 때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으니 그런 국면으로 끌고 가기 위한 전략에서 일부 실책들이 나왔던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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