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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中 파워블로거 한마디에 韓 엔터업계 휘청

‘한한령’ 파문, 한류 위기의 본격적 신호탄 사드 제재 위기 속 한류의 컨트롤타워 부재 상황 심각

정덕현 문화 평론가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11.30(Wed) 12:40:28 | 141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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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쑤(江蘇)성 방송국 책임자가 한국 스타가 출연하는 모든 광고 방송을 금지하라는 상부 통지를 받았다. 사태가 긴급하다. 방송사 모두 행동에 들어갔다.” 중국 웨이보에 올라온 이 글은 곧바로 중국 인터넷 연예 뉴스에 ‘한한령(限韓令·한류금지령) 전면 업그레이드’라는 제목으로 대서특필되었다. 그리고 이 내용은 또한 외신을 타고 국내의 한 일간지에 보도되었고, 그 일간지의 단독보도는 다른 매체들의 인용보도로 이어졌다.

 

그리고 이러한 보도의 파장은 곧바로 중국과 관련된 국내 엔터업계들과 화장품업계의 주식이 연중 최저가를 기록하는 결과로 나타났다.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조치 우려가 나왔던 지난 7월부터 SM엔터테인먼트의 주가는 지금까지 무려 30% 이상 빠졌다. 이는 여타의 다른 엔터업체들도 마찬가지다. 이날 쇼박스는 14.57%, 초록뱀은 8.03%, YG엔터테인먼트는 6.9%, CJ CGV는 4.37% 빠져 연중 최저가를 기록했다. 중국 수출 비중이 큰 화장품주 역시 올 들어 최저가를 기록했다.

 

© 일러스트 정찬동


광전총국의 비공식적 지침, 도대체 뭐길래

 

결과적으로 보면 이것은 공식 문건이 아니고 중국의 한 파워블로거가 던진 말 한마디일 뿐이다. 하지만 이 한마디가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되며 만들어내는 여파는 의외로 크다. 지난 8월에도 중국의 환구시보가 “한국 연예산업의 침체를 가져올 것”이라는 내용의 사설을 싣자 관련주들이 급락한 바 있고, 10월에도 중국 정부가 한국 방문 관광객 수를 20% 줄이라는 지침을 내렸다는 소식으로 또 한 번 관련주들이 추락한 바 있다.

 

물론 이럴 때마다 중국 측은 그것이 공식적인 입장이 아니라며 부인한다. 이번 ‘한한령 전면 업그레이드’ 기사가 쏟아져 나온 후에도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관련 내용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한한령에 대해 들어본 일이 없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미묘한 뉘앙스의 이야기를 남겼다. 즉 한국과 중국의 문화교류는 민심에 기초해야 하는데,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 대중들의 정서가 좋지 않다는 이야기였다. 결국 이 이야기는 공식적이지는 않지만 비공식적인 기류들이 있다는 것이고, 그래서 중국의 방송사나 엔터업계가 그 정서에 따라 자발적으로 선택하고 있다는 의미가 깔려 있다.

 

공식적으로 부인하고 있지만, 비공식적인 결과들은 이미 가시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를테면 한·중 합작 드라마인 후난위성TV의 28부작 《상애천사천년2: 달빛 아래의 교환》에서 주인공으로 캐스팅됐던 유인나가 전체 분량의 3분의 2를 찍었지만 사드 배치가 결정된 후 대만 배우 곽부설로 교체되었고, 《함부로 애틋하게》를 마친 김우빈과 수지의 중국 팬미팅이 갑작스럽게 취소되었다. 중국판 《나는 가수다》에 출연해 인기를 끌었던 황치열은 그 인기에 힘입어 중국판 《아빠 어디가》시즌4에 합류했지만 많은 부분이 편집되었고, 《태양의 후예》로 중국 대중들을 들썩이게 만들었던 송중기가 중국산 스마트폰 광고 모델에서 다른 중국인 모델로 교체되었다는 점은 중국의 한류 제재의 상징처럼 거론된다. 한류 배우들이 광고모델로 주로 섰던 중국 화장품업계도 심상찮다. 송중기를 모델로 한 프로야(珀萊雅·PROYA), 김수현의 한허우(韓後), 송혜교의 쯔위안(滋源), 안재현의 훠취안(活泉) 등등 한류스타들의 모델 교체를 검토 중이라고 한다.

 

무엇보다 주목되는 건 이번 한한령 보도에 담겨진 그 구체적인 지침 내용들이다. 거기에는 △한국 단체의 중국 내 연출 금지 △신규 한국 연예기획사에 대한 투자 금지 △1만 명 이상을 동원하는 한국 아이돌의 공연 금지 △한국 드라마, 예능 협력 프로젝트 체결 금지 △한국 연예인이 출연하는 드라마의 중국 내 송출 금지 등은 물론이고 △한국 기업, 브랜드, 광고모델 등 한국을 나타내는 어떤 요소도 방송을 금지한다는 조항도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만일 이것이 공식화된다면 그 파장은 거의 전면적인 한류의 제재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한국 단체의 중국 내 연출 금지’란 《신서유기》 같은 중국을 로케이션으로 하는 예능 프로그램을 더 이상 찍을 수 없다는 이야기고, 나아가 중국 로케이션을 생각하고 있는 영화나 드라마 제작도 어렵다는 이야기다. 이미 중소기획사들의 중국 내 공연은 취소되는 경우들이 많았지만 그래도 대형기획사들의 공연은 종종 허가되고 있었던 걸 염두에 두고 보면, ‘1만 명 이상을 동원하는 한국 아이돌의 공연 금지’는 사실상 이것조차 막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게다가 위성TV만이 아닌 인터넷을 통한 송출까지도 막겠다는 것은 원천적인 한류의 봉쇄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기획사들 중심으로 이어지는 공연이야 중국이 안 되면 다른 곳을 찾아보면 그만이다. 아직까지 일본 시장이 중국보다 훨씬 더 많은 공연 수익을 가져다주는 것이 현 한류의 실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드라마 같은 경우는 이야기가 다르다. 국내 드라마가 최근 들어 활기를 띨 수 있었던 건 중국과의 연관성을 떼놓고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별에서 온 그대》나 《태양의 후예》 같은 작품들이 중국 내에서 신드롬을 만들면서 본격적인 한·중 합작 드라마의 새로운 그림을 그릴 수 있게 했고, 그래서 중국의 자본이 우리네 드라마 제작에 활기를 주었던 것이다.

 

하지만 오는 12월 한·중 동시 방영을 예정하고 있는 《화랑》처럼 일찌감치 중국의 심의를 받아놓은 작품은 문제가 없지만, 현재 국내에서 방영되고 있는 《푸른 바다의 전설》이나 내년 1월 방영 예정인 《사임당》 같은 작품에는 이러한 한한령 보도가 지극히 민감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게 됐다. 《푸른 바다의 전설》은 《별에서 온 그대》의 박지은 작가와 배우 전지현, 그리고 《상속자들》의 이민호가 함께하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중국 시장을 빼놓고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제작비가 무려 220억원이나 투입될 수 있었던 건 결국 중국 시장을 통한 회수의 가능성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하지만 한한령이 현실화되면 어떤 식으로든 이 작품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아무리 다른 나라에 광범위하게 방영된다고 해도 중국만큼의 투자 회수를 기대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민호와 전지현이 출연하고 있는 SBS 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 © SBS


7월부터 중국 내 한류 흐름 서서히 끊겨

 

《사임당》도 마찬가지다. 216억원이 투자된 이 작품에는 중국의 엠퍼러그룹이 100억원을 투자했지만 이 투자금들이 회수되기 위해서는 애초에 목표로 했던 한·중 동시 방영이 가능해져야 한다. 하지만 당초 올 10월 방영 예정이었던 작품이 내년 1월까지 미뤄지게 된 건 지난 7월에 넣었던 사전심의가 아직까지도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임당》 측이 불안해하면서 이런 보도가 나올 때마다 “공식적인 발표가 아니다”고 말하고 있는 건 그래서다.

 

한한령이 공식화된 것도 아니지만 단지 소문 하나만으로도 이렇게 국내 관련 업계들이 휘청하는 건, 결과적으로 보면 우리네 한류가 분명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걸 말해 준다. 한류의 흐름이 이미 지난 7월부터 서서히 끊어지기 시작했다는 전언이다. 중국의 대형기획사 위에화엔터테인먼트코리아의 이상규 대표는 “정부 당국의 정확한 지침이 없어 뜬소문이라는 이야기가 많지만, 실제로 현재 중국에서는 한국 드라마와 예능프로그램, 한국 연예인이 모델로 나선 광고를 볼 수 없다”고 얘기한 바 있다.

 

물론 지금 한류가 거두고 있는 최대 수익의 텃밭은 여전히 일본이다. 하지만 이미 한·일 관계가 냉각기를 겪으면서 혐한론(嫌韓論)이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라 일본 역시 안심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중국은 향후 문화 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으로 가는 중요한 교두보라는 점에서 당장의 피해 그 이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위기에도 정작 우리의 사정은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문화 관련 부처의 컨트롤타워 기능마저 마비된 상황이다.

 

그저 소문일 뿐이라고 말하며 낙관론을 얘기하는 이들이 내세우는 건 ‘경제적인 논리’다. 이미 중국이 한 대규모 투자를 전면 중지를 통해 손실로 껴안기에는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그래서 중국 당국은 이를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식의 행보를 보일 가능성은 적다. 대신 투자한 방송사나 관련 업체들이 스스로 물러나게끔 비공식 채널을 통해 지시하는 게 훨씬 좋은 그림이라고 판단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식의 비공식 채널이 실제 현실에 적용되고, 그로 인해 서서히 산업의 지형도가 바뀌어 가는 것이 바로 중국 시장의 특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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