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우리은행 산하 우리P&S, 수상한 빌딩 매입 의혹
  • 송응철 기자 (sec@sisapress.com)
  • 승인 2016.12.22 12:50
  • 호수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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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지인 빌딩, 수십억 부풀려 매입 시도” 매입 반대 임원 ‘보복 인사’ 주장도 제기

우리은행 산하의 빌딩관리 업체 우리P&S에서 잡음이 일고 있다. 수익형 부동산 매입을 검토하는 과정에서다. 이 회사 최고경영자(CEO)가 지인의 빌딩을 시세보다 수십억 비싼 가격에 사들이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 빌딩 매입 건은 임원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그러나 이후 매입을 반대했던 임원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가 하면, 빌딩 매입에 대한 논의가 담긴 회의록을 삭제하도록 지시하는 등 증거 인멸마저 시도한 정황이 드러나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임원 회의서 “감정가 높다” 반대 부딪혀 무산

 

우리P&S는 우리은행 행우회가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다. 행우회는 우리은행 전·현직 임직원들의 친목단체로, 은행원들이 내는 회비로 운영된다. 이 회사는 우리은행과 지분관계는 없지만, ‘손자회사’ 격으로 분류된다. 행우회 회장은 우리은행장이, 그리고 우리은행 노조위원장과 부위원장이 우리P&S의 사외이사를 맡는 등 경영에도 깊숙이 개입해 있다.

 

인사권도 사실상 우리은행에 있다. 그러다 보니, 우리P&S는 우리은행 퇴직자들의 ‘안식처’로 이용돼 왔다. 이 회사 대표직은 관례적으로 우리은행 부행장 출신들의 몫이었다. 실제 현 대표이사인 이아무개 사장도 우리은행 부행장 출신이다. 그만큼 지원도 확실하다. 우리P&S는 우리은행에 매출 상당부분을 의존하고 있다. 우리은행에 부동산 자산관리와 경비인력 파견, 인테리어, 인쇄물 등을 공급하면서다.

 

그런 우리P&S에서 내홍 조짐이 감지된 것은 올해 9월이다. 이 회사는 올해 초부터 수익형 부동산 매입을 검토해 왔다. 보유하던 부동산을 매각해 발생한 유보금으로 수익형 빌딩에 투자, 임대수익을 얻겠다는 판단에서였다. 이를 위해 △매입가 100억~130억원 △준공 15년 이하 △지하철역 도보 5분 이내 △수익률 4% 이상 등의 매입 원칙도 수립했다.

 

우리P&S가 입주한 서울 광진구의 우리W타워 © 시사저널 고성준

빌딩 매입 건은 이 사장과 그의 측근인 오아무개 상무가 주도적으로 추진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오 상무는 9월13일로 예정된 경영협의회 전날 임원들에게 ‘수익형 부동산 매입(안)’을 전달했다. 해당 문건에는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에 위치한 한 빌딩이 단일 물건으로 올라와 있었다. 해당 빌딩의 소유주는 이 사장의 지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 상무는 50여 개 빌딩을 검토해 봤지만, 조건에 부합하는 것은 해당 빌딩뿐이라고 밝혔다.

 

일부 임원들 사이에서 논란이 시작됐다. 매입가를 두고서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수익형 부동산 매입(안)’ 문건에는 빌딩의 매물가액과 감정가액이 각각 135억원과 130억원으로 명시돼 있다. 그러면서 127억원의 협상가액을 제시했다. 일부 임원들은 빌딩의 감정가액이 지나치게 높게 산정돼 있다고 지적했다. 의도적으로 감정평가액을 부풀린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평소 거래해 오던 감정평가법인이 아닌, 전혀 새로운 법인에 감정평가를 의뢰한 점도 이런 의심에 무게를 실었다. 또 통상 대형 매물을 매입하는 경우, 공정한 가격비교를 위해 복수의 감정평가법인으로부터 감정가를 받는 것이 통상적이지만, 단 한 곳의 가격만 받은 점도 석연치 않다는 평가를 받았다. 무엇보다 매입가에 의문을 품은 한 임원이 평소 거래해 오던 감정평가사에게 감정평가를 의뢰한 결과, 100억원에서 105억원 규모의 감정가가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매입을 속전속결로 진행하려 한 점에도 물음표가 따라붙었다. 문건의 추진일정 항목을 보면, 9월23일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중도금 납부 없이 9월30일 잔금을 치르는 것으로 돼 있다. 대형 매물 매입 건의 경우, 통상 계약 1개월이 지난 시점에 중도금을 치르고, 최소 3개월 이후에 잔금을 납입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단히 이례적인 과정이라는 평가다. 이를 두고 이 사장의 임기인 12월31일 이전에 거래를 마무리하기 위한 ‘속도 내기’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런 가운데 9월13일 이 사장과 임원진이 참석한 가운데 경영협의회가 열렸다. 시작부터 임원들의 반발이 적지 않았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회의록에 따르면, 한 임원이 ‘사적인 인맥 또는 개인적인 사욕으로 부동산 매입을 검토했다면 대단히 잘못된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전직 CEO는 물론 임원들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는 경고와 ‘컨설팅 전문업체를 선정해 빌딩 매입을 공정하게 추진하지 않은 것이 아쉽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후 부동산 매입의 위험성과 문제점들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그 결과 임원들의 반대로 부동산 매입 건은 부결됐다. 그럼에도 이 사장은 빌딩 매입을 포기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반대표를 던진 임원들을 별도로 만나 빌딩 매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해 달라고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자신의 뜻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이 사장은 오 상무에게 9월22일 임원회의를 소집하게 한 뒤 반대 의견에 대한 설명회를 열었다. 그러나 끝내 임원들이 반대 의견을 고수하면서 빌딩 매입 건은 무산됐다.

 

그러던 10월14일, 문제의 빌딩은 제3자에게 매각됐다. 시사저널이 해당 빌딩의 등기부등본을 확인해 본 결과, 거래가는 105억원이었다. 이 사장 측이 제시한 127억원보다 22억원이나 낮은 가격이었다. 회사 내부에서는 “거래가를 부풀려 지급한 뒤 그 차액을 리베이트로 되돌려 받으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우리P&S 관계자는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진행되다 임원진 반대 의견에 무산된 건”이라며 “가격을 부풀려 매입하려 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회의록 삭제 지시”에 우리P&S “사실무근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후 보복성 인사가 진행됐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빌딩 매입을 주도적으로 반대한 부동산자산전문가 손아무개 상무를 직위 해제시키고 대기발령을 낸 것이다. 영업부진과 관리소홀이 징계사유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인사위원회 등 정상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았고, 징계 사실을 일방적으로 통보했다는 데 있다. 이에 대해 우리P&S 관계자는 “직원에 대한 징계는 빌딩 매입 건과 관계가 없다”며 “인사 조치에 문제가 있더라도 우리 회사가 노동부와 해결할 문제”라고 주장했다.

 

증거 인멸을 시도했다는 의심도 사고 있다. 이 사장이 경영협의회에서 회의 내용을 기록해 온 반대파 직원에게 10월11일 측근을 보내 그동안 작성한 내용들을 모두 지우라고 주문했다는 증언을 시사저널은 취재 과정에서 확보했다. 특히 해당 직원은 9월13일자 회의록은 눈으로 삭제 여부를 확인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록 삭제에 대한 명확한 이유는 없었다. 다만 직원들 사이에선 향후 불거질 수 있는 잡음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행보가 아닐까 하는 추정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우리P&S 관계자는 “전혀 사실무근이어서 확인해 줄 것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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