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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反인류범죄 앞에 무력한 유엔

국제기구 전문가 클로에 모렐 박사 인터뷰

최정민 프랑스 통신원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12.30(Fri) 19:44:24 | 141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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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기구 전문가 클로에 모렐 박사 © 클로에 모렐 제공

“이것이 반(反)인류범죄행위가 아니라면, 우리는 더 이상 후세에 어떤 교훈도 줄 수 없다.” 프랑스 녹색당의 세실 뒤플로 전(前) 당수는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12월12일 프랑스 녹색당 하원의원들은 내전 중인 시리아의 알레포 방문을 시도했다. 파국으로 치닫는 시리아 사태에 대한 국제사회의 노력을 촉구하기 위함이었다. 프랑스 언론은 시리아, 특히 공습이 집중된 알레포에 대해 “지옥이 생중계 중이다”라며 연일 심각성을 전했다.

 

상황이 최악으로 치달을수록 시선이 쏠리는 곳은 유엔이다. 프랑스-독일 합동 방송 채널인 아르테는 ‘유엔은 어디에 쓰이는가?’라는 주제의 좌담회를 방영했다. 당시 토론자로 참여했던 국제관계 전문가인 제라르 샤리앙은 “유엔에겐 희망이 없다”는 극단적인 견해를 내놓았다. 이 주제를 좀 더 심층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당시 토론자로 출연했던 국제기구 전문가인 클로에 모렐 박사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모렐 박사는 현재 프랑스 국립연구소에서 국제기구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2015년 저서 《유엔에 대한 구상들의 역사》를 출간했다.

 

 

이번 시리아 사태에서 보인 유엔의 무력함에 대해 어떻게 보는가.

 

유엔은 ‘거부권 행사 권한’ 때문에 마비돼 버렸다. 러시아는 공습을 중단시키기 위해 마련된 중재안에 6번이나 거부권을 행사했다. 유엔은 속히 ‘거부권’을 삭제하고 더 민주화돼야 한다. 현재 거부권을 가진 나라는 프랑스·미국·영국·중국·러시아다. 이들은 지구촌 인구의 30%도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 더 많은 나라들에 참여의 권한이 주어져야 한다. 시민을 해치는 범죄가 자행되는 분쟁지역에 보다 필요한 군사력을 동원하고, 유엔 평화유지군에 더 많은 힘을 주기 위함이다.

 

 

파리의 국제관계전략연구소(IRIS)의 파스칼 보니파스 소장은 ‘유엔의 개혁은 불가능하다’고 못 박기도 했다. 유엔이 현재 정체돼 있다고 보는가.

 

유엔의 참모위원회는 15일 간격으로 회의를 열고 있지만 어떤 구체적인 결정도 내리지 못했다. 속히 잠자고 있는 조직을 깨워야 한다. 분쟁지역에 즉각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실질적인 힘을 부여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유엔이 세계를 발전시키고 평화를 정착시키는 역할을 해낼 수 있는 길이다.

 

 

러시아 푸틴과 미국 트럼프, 두 정상들 사이에서 유엔이 자리를 제대로 찾을 것이라고 보는가.

 

미국은 언제나 유엔을 향해 소극적이었다. 그들은 번번이 유엔을 컨트롤하려 했고 그조차 여의치 않으면 참여를 거부했다. 러시아 역시 미국처럼 스스로 국제문제를 해결하려는 일방주의 노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따라서 정체돼 있는 다자주의에 유엔이 다시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 대한 평가도 해 달라.

 

반 총장은 너무나 실망스러웠다. 왜냐하면 그는 국제무대에서 유엔을 어떻게 홍보해야 하는지 알지 못했다. 그는 카리스마가 부족했으며 대놓고 미국의 이익에 헌신했다. 세계 분쟁지역들에 대한 미국의 개입은 번번이 상황의 끔찍함과 참담함을 확인시켜줄 뿐이었다. 분노해야 하는 상황 앞에서 반 총장처럼 ‘비참하다’고 말만 하는 건 충분치 않다. 유엔은 상황을 해결해야 하는 임무가 있다.

 

 

반기문 총장은 한국 차기 대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그의 행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나는 한국의 차기 대통령에 당선되는 사람이 좀 더 진보적인 후보가 되기를 원한다. 우리는 모든 국민의 행복을 위한 리더가 필요하지, 정치적이고 상투적인 말만 늘어놓는 리더는 필요치 않다.


12월9일 미국 뉴욕에 위치한 유엔본부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시리아 알레포 철수 감시단 파견안에 대한 표결을 진행하고 있다. © EPA 연합


“반기문, 역대 최악의 사무총장”

 

유엔의 역사 중 최고의 유엔 사무총장은 누구이며 또 최악은 누구인가. 그 이유는.

 

다그 함마르셸르와 코피 아난이 최고였다. 그들은 대중적이면서도 카리스마가 있었으며, 역동적으로 유엔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유엔에 이상적인 인물들이었다. 반면 반기문과 쿠르트 발트하임이 최악이었다. 특히 발트하임은 나치 전력까지 있었다. 유엔의 수장이 되려는 인물로선 치명적인 결함이다. 유엔은 인사에 있어 더 민주화될 필요가 있다.

 

 

반 총장 후임 안토니오 구테헤스에 기대하는 것은 무엇인가.

 

유엔을 더 강화시키기를 기대한다.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더 많은 권한이 주어져야 한다. 예를 들어 유엔의 협약들에 더 강한 강제권을 부여해야 한다. 테러리즘, 자본 도피처, 공해 등 지금 세계 문제 대부분은 초국가적이다. 하나의 국가가 절대 해결할 수 없다. 전 세계 국가들을 연합하고 있는 유엔과 같은 국제조직이 적극 나서야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이다.

 

 

시리아 사태에선 무력한 유엔이지만, 유엔의 미래를 전망한다면.

 

유엔은 현재 난국에 처해 있다. 시리아 사태에서 보여준 무력함으로 그 신뢰성을 잃어가고 있다. 그러나 유엔이 없는 지구촌 상황은 더 나빠질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유엔을 지켜야 하고, 유엔이 더 개선될 수 있도록 도와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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