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로에서] 大權(대권) 잡으려면 檢證(검증)받아라!
  • 박영철 편집국장 (everwin@sisapress.com)
  • 승인 2017.01.06 10:43
  • 호수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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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정유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2016 병신년은 워낙 안 좋은 일이 많았던 탓에 올해는 좋은 일이 많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2016년 신년호와 송년호를 보니 공교롭게도 모두 제목이 한자(漢字)입니다. 신년호는 ‘亂世’, 송년호는 ‘丙申大亂’입니다. 결과만 놓고 보면 시사저널이 2016년의 한국이 이렇게 되리라고 맞힌 셈이 됐습니다. 살다 보면 슬픈 예감은 들어맞을 때가 많습니다. 이런 건 틀려도 되는데 말씀이죠.

 

이 칼럼이 실린 1420호는 신년 2호입니다. 정유년 신년호 커버스토리는 “박연차가 반기문에게 23만 달러 줬다”는 제목의 특종기사입니다. 2016년 12월24일 오전 10시 인터넷에 올라간 이 기사의 반향은 굉장했습니다. 대한민국의 모든 매체가 이 기사를 다룬 것은 물론이고 세계적으로도 크게 보도됐습니다.

 

시사저널 1419호 표지


저희가 반기문씨 기사를 신년호 커버로 다룬 것은 그만한 까닭이 있습니다. 2016년 하반기를 강타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보면서 느낀 게 많았습니다. 언론이 조기경보 임무를 다해야 하는데 이를 제대로 못했다는 자괴감(自愧感)이 그 첫 번째입니다.

 

다음은, 이런 사태가 왜 초래됐는가 하고 원인을 열심히 생각했습니다. 결론은 검증 미비였습니다. 우리 국민은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를 ‘신뢰와 원칙의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만 보고 대통령으로 뽑았습니다. 따지고 보면 박근혜씨는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에 국회의원 다섯 번 하고 당 대표 맡고 한 게 경력의 전부였는데 말이죠. 언론을 포함해 우리 사회는 그가 부모 사망 후 18년간 어떤 삶을 살아왔고 대통령 당선 후 어떤 정책을 펼 것인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 결과가 지금의 대한민국입니다.

 

이런 실패를 되풀이해서는 안 되겠다는 반성과 각오가 2017년 신년호 커버에 담겨 있습니다. 반기문씨(전 유엔 사무총장)가 첫 대상이 됐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그가 문재인씨(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더불어 1~2위를 달리는 유력 대선 주자이기 때문입니다. 또 그는 2017년 대선에 처음 나오는 뉴 페이스입니다. 그래서 검증이 필요합니다, 그것도 몹시. 그러나 그는 아직 제대로 검증받은 적이 없습니다. 그의 화려한 스펙보다 실체가 더 중요합니다. 그가 대권(大權)을 잡고 싶으면 혹독하게 검증을 받아야 합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이후 우리 사회에 이런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입니다.

 

주목받는 뉴 페이스인 이재명씨(성남시장)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도 지지율이 높아질수록 지독하게 검증받아야 합니다. 문재인, 안철수(전 국민의당 대표)처럼 두 번째 나오는 주자도 검증에서 예외는 아닙니다.

 

시사저널은 올해 대선이 치러질 때까지 대선후보를 지나치다 싶을 만큼 철저히 검증할 것입니다. 대상은 라이프 스토리, 돈 문제, 사생활과 측근, 친인척, 실적, 정책 등 국민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제반사항 일체입니다. ‘언론이 특정 후보를 지지하면 안 되는데’ 하는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 공평무사(公平無私)가 언론의 본연의 자세인 것도 있지만, 이 사람이다 싶을 만큼 매력적인 후보가 현재로서는 보이지 않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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