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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내부 이간책’ 쓰는 중국 “한국,지혜로운 판단 필요”

야당 의원단 ‘訪中 환대’에 숨은 중국 노림수

박승준 인천대 중어중국학과 초빙교수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7.01.09(Mon) 17:21:00 | 142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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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중국공산당 최고의 반(半)월간 이론지 ‘구시(求是)’ 2017년 1월1일자에 ‘변화하는 세계 정세 속에서 중국 특유의 대국(大國)외교를 추진할 것’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실었다. 왕이 부장은 이 기고문에서 중국과 아시아 주변국과의 관계에서 중국 외교가 추진해야 할 방향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혔다.
 

 

중국 “조선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전환”

 

“우리는 정식으로 란창강-메콩강 유역의 동남아 국가들과의 협력 메커니즘과 중·일·한 협력 메커니즘, 그리고 1남1북(남북한)의 재정립 메커니즘이 상호 호응하는 동아시아의 새로운 협력 엔진이 조성되도록 하는 외교를 추진한다. 우리는 조선반도(한반도) 비핵화라는 기정목표를 확고하게 추진하면서 조선반도 비핵화와 조선반도 정전체제의 평화체제 전환을 쌍궤(雙軌·Two Track)로 병행하는 해결방안을 추진한다. 핵문제 해결은 어디까지나 대화로 해결한다는 원칙을 견지하는 가운데, 핵문제를 구실로 한 조선반도 사드(THAAD) 배치에 반대한다.”

왕이가 생각하는 중국과 아시아 주변국과의 관계는 라오스·미얀마·태국·캄보디아·베트남 등 란창강과 메콩강 유역의 동남아 국가들과 중국 동북방향의 남북한과 일본과의 관계를 우호적으로 만든다는 큰 그림 아래서, 한반도의 남북한에 대해서는 기존의 한반도 비핵화 일변도에서 벗어나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정전체제의 평화체제 전환을 병행 추진하는 방향으로 전환한다는 구상이다. 그런 구상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한반도에는 현재의 남북한 양립관계가 유지되도록 하는 1남1북의 재정립 메커니즘을 확고히 하는 한편, 핵문제의 대화 해결 원칙과 핵문제를 구실로 한 한반도 사드 배치가 실현되는 것을 반대한다는 방향을 분명히 한 것이다. 왕이는 당 중앙이 발행하는 최고의 이론지 ‘구시’ 기고를 통해 중국공산당 간부들에게 자신의 외교 방향을 그렇게 설명했다.

 

중국이 ‘내부 이간책’을 통해 한국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왼쪽 여섯 번째)이 1월4일 베이징 외교부 감람청에서 송영길 의원(왼쪽 다섯 번째) 등 민주당 의원 7명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 연합뉴스


송영길(인천 계양 을)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의원 7명의 1월4~6일 중국 방문은 그런 환경에서 이뤄졌다. 송영길 의원은 2014년 6·4 지방선거에서 인천시장 재선에 실패한 뒤 중국과 대만으로 유학을 떠나 베이징(北京) 칭화(淸華)대와 타이베이(臺北) 정치대학에서 1년간 연구교수 생활을 한 것으로 알려진 민주당 내 대표적인 ‘중국통’으로 꼽힌다. 송 의원은 중국 방문을 떠나기 전인 1월1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중국은 공식적으로 사드 보복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한류공연도 중단되고 있고, 인천을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중국을 상대로 사업하는 분들이 많은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면서 “한류 제재나 경제적 교류 협력이 경색되는 것을 완화해 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송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의원 7명의 방중단을 맞이한 중국 측은 왕이 외교부장이 송 의원 일행이 도착한 1월4일 당일로 만나주는 환대를 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발행하는 국제문제 전문지 환구시보(環球時報)의 1월5일 보도에 따르면, 왕이 부장은 민주당 의원단과 만나 “중·한 관계는 장애를 뛰어넘는 과월(跨越)식 전면적 발전을 실현해 왔으며, 양국 인민들에게 중요한 이익을 가져다줬다. 쌍방은 그런 쉽지 않은 성과를 귀중하게 여겨 상호 신뢰를 증진하고, 간섭을 배제해, 양국 관계의 건강한 발전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송영길 의원은 “양국 관계는 사드 문제로 도전에 직면해 있으며, 이에 민주당은 국회 제1당으로서 양국 관계가 조속한 시일 내에 곤란을 극복하고 더 큰 발전을 실현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작용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왕이 외교부장의 이런 태도는 2016년 7월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을 만났을 때 윤 장관이 웃는 얼굴로 다가갔으나 왕이가 굳은 얼굴로 손사래까지 치며 냉대를 한 모습과는 사뭇 대조적이었다. 당시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윤 장관은 사드 문제에 대한 의견을 나누던 중 여러 고사성어까지 쓰며 중국 측을 설득하려 애썼다. ‘추신지불(抽薪止沸), 전초제근(剪草除根)’, 아궁이 장작불을 빼면 끓는 물을 식힐 수 있고, 풀을 없애려면 뿌리를 뽑아야 한다는 말도 했고, ‘봉산개도 우수탑교(逢山開道 遇水搭橋)’라는 말도 인용했다. 산을 만나면 길을 내고 물을 만나면 다리를 놓는다는 뜻으로, 어려운 일이 있어도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왕이 부장은 한 달 뒤인 8월에 일본에서 열린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에서도 윤병세 장관과 악수는 나눴지만 냉랭한 태도는 풀지 않았으며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대한 중국 입장은 확고하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송영길 의원(왼쪽 두 번째) 등 민주당 의원들이 1월5일 베이징의 중국 국제문제연구원을 방문해 한반도 전문가들과 사드 해법을 논의하고 있다. © 연합뉴스


‘사드 배치’ 기존 입장 굳히는 한국

 

왕이 부장이 파격적인 태도로 한국 야당 의원들을 만나주자, 우리 외교부는 1월5일 김형진 외교부 차관보가 추궈훙(邱國洪) 주한 중국대사를 비공개리에 외교부 청사로 초치해서 사드와 관련한 중국의 조치 등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도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사드 배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으로부터 국가의 안위와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주권적이고 자위적 방어조치”라고 말했다. 조 대변인은 한류 연예인 방송 출연을 금지한 한한령(限韓令) 등 중국의 잇따른 ‘보복조치’에 대해 “최근 중국 내에서 발생하고 있는 일련의 조치에 주목하고 있다”면서 “정부로서는 국익을 최우선으로 두고 안보 사안에 대해서는 원칙을 견지하는 가운데 한·중 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해 나가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국방부도 사드 배치는 주권적으로 판단한 사안이니만큼 계획대로 추진할 것이라고 거듭 밝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 측에 우리 입장을 지속적으로 설명해 나갈 것”이라면서 “사드는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한 주권적·자위권적 방위조치 사항이며, 우리가 주권적으로 판단하고 주권적으로 결정해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외교부의 겅솽(耿爽) 대변인은 1월5일 정례 브리핑에서 왕이 부장이 민주당 의원대표단과 사드 문제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느냐는 질문에 “사드 문제에 대해 우리 중국은 여러 차례 명확한 반대입장을 밝혀왔다”며 “관련 당사자들이 배치 과정을 즉각 중단하고 잘못된 길을 더 멀리 가지 않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사드 배치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은 중국 외교부의 반대 입장만큼이나 분명하다. 박근혜 대통령을 대신해서 국정을 맡은 황교안 권한대행은 최근 국회에 나가 대정부질문을 받는 과정에서 “안보를 위해 할 수 있는 대로 신속하게 사드를 배치해야 한다”고 밝혔다. 새누리당과 개혁보수신당은 우리 정부의 이 같은 입장을 옹호해서 민주당 7명의 의원들의 방중에 대해 “어처구니없는 굴욕 외교로 매국적 행위”라고 강력하게 성토했다. 이에 대해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는 “야당이 중국에 가서 왕이 외교부장을 만나며 김장수 주중대사가 할 일을 하고 있는데 잘하는 것 아닌가”라면서 “외교는 정부 라인, 의원 외교 라인, 민간 라인 등 채널이 다양할수록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미군이 운용하고 있는 사드 미사일 발사 장면 © 미 국방부


우리 정부의 ‘거친’ 정책도 문제 있어

 

우리의 조야(朝野)가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해 의견이 다르다는 것을 간파한 중국이 우리의 조야에 대한 이간책까지 구사하는 마당에 우리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은 과연 무엇일까. 우리 정부는 여말선초(麗末鮮初) 명과 청을 상대로 한 사대(事大)외교의 과정에서 경험한 표전(表箋)사건을 비롯한 수많은 굴욕적 사건들을 포함한 과거 역사까지 되돌아보는 폭넓은 사고와, 베트남과 중국 간의 갈등 과정에서 베트남 정부가 보여준 과감한 결단과 지혜를 참고해야 할 것이다. 명초 주원장이 싫어하는 글자들이 포함된 외교문서를 사신들이 갖고 갔다가 모조리 투옥당한 표전사건 당시 조선 조정은 무응답으로 일관하는 NCND(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음) 전략을 구사했다. 베트남은 과거 중국과의 전쟁도 불사해서 중국 인민해방군 파견부대를 궤멸시키는 능력을 보여준 데다, 최근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미국이 갈등하는 과정에서 “중국이 우리를 상대로 해양 권익을 추구한다면 미군 항모의 베트남 기항을 허용할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하는 과감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베트남 정치 지도자들은 중국의 군사적 위협이 증가하면 “언제라도 국민 총동원령을 선포할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어느 날 느닷없이 박근혜 대통령이 나서서 “사드 배치를 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한 사실도 중국의 불만 중 하나다. 당시 우리 정부가 “사드 배치 문제는 국회의 동의를 필요로 하는 안보 사항이니 국회의 토론에 부치겠다”는 입장을 발표하고 국회 내 여야 토론을 거치는 과정을 중국 측에 보여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런 과정을 거쳐 여야 합의 아래 사드 배치 여부를 실행에 옮기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현재와 같은 중국 측의 이간책은 통하지 않았을 것이다.

 

중국이라는 거대 국가와 이웃하고 있는 우리의 운명은 미국, 일본, 러시아 어느 나라보다도 지혜로운 판단과 정책 채택을 필요로 한다. 미·일·중·러 4강의 내부 정세에도 어둡고, 우리의 의사 결정 과정도 뜬금없이 내려지는 거친 정책 일변도라면 우리 외교 앞엔 위기 상황밖에 없을 것이다. 명·청 왕조를 상대로 한 사대외교와 굴욕외교가 불가피했던 조선왕조와 달라진 점은, 과거와 달리 현재에는 바다 건너 미국과의 관계가 존재하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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