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트위터? 확대 해석하지 말고 침착해라”
  • 조문희 인턴기자 (sisa@sisapress.com)
  • 승인 2017.01.23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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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제45대 대통령이 된 도널드 트럼프의 ‘트위터 사랑’은 이제 유명한 이야기다. 대통령 선거 운동 기간은 물론 당선된 뒤에도 끊임없이 트위터를 활발하게 사용했고 그의 말 한마디에 수많은 논란이 뒤따랐다. 트럼프 트위터의 팔로워는 2000만 명에 달한다. 그리고 그의 트위터는 ‘트럼프의 공식 입’으로 통했다. 트럼프가 자신의 견해 뿐만 아니라 공식 인선과 같은 국가적인 사안도 트위터를 통해 발표를 한 탓이다. 

 

그의 트위터는 미국 내 문제만 말하지 않는다. 중국이나 멕시코 등 다른 나라에 관한 불만도 토로하고, 일본 도요타는 미국에 일자리를 만들라는 으름장을 트위터를 통해 받아야 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의 ‘트위터 정치’에 대해 “트럼프가 말 그대로 세계의 관심을 손바닥 위에 올려뒀다”고 표현했다. 

 

트럼프의 ‘트위터 정치’는 계속될 수 있을까. 그의 적지 않은 트윗은 직설적이고 감정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그 탓에 외교·안보 분야 등에서 문제가 발생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트럼프는 대통령 당선 직후 나눈 대만 차이잉원 총통과의 통화에 대해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흔드는 거라며 불만을 제기했다. 그러자 트럼프가 트윗을 올렸다.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겠다.” 하나의 트윗은 미국과 중국이 신경전을 벌이는 직접적 계기가 됐다. 

 

트럼프 트위터 캡쳐


트럼프의 트위터 사랑은 전 세계를 ‘핵전쟁’이라는 화두에 시달리게 했다. 지난해 12월22일 트럼프가 “미국은 핵 능력을 강화하고 확대시켜야 한다”고 올린 트윗이 그 발단이었다. 이후 전 세계는 해당 트윗을 해석하는 데 골몰해야 했다. 전 세계가 시끌시끌해지자 정작 트윗을 올린 트럼프는 “언론이 잘못 인용 보도한 것”이라고 책임을 돌렸다. 자신은 세계가 분별력을 갖게 되는 시점까지라는 것을 명확히 밝혔다는 것이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 내정자도 “트럼프의 발언은 핵확산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고 진화에 나서면서 관련 사안은 일단락됐다. 

 

국민 여론도 부정적이다. 1월17일 NBC뉴스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공동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69%에 달하는 응답자가 “대통령이 트위터를 사용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답했다. “즉흥적인 트윗이 의도치 않은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일반적으로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를 개인이 관리하지 않는다. 보안상의 이유로 대통령은 인터넷에 연결된 휴대폰을 사용할 수 없다. 오바마 전 대통령 역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도록 특수 제작된 블랙베리 핸드폰을 사용했다. 해킹을 우려해 트위터의 ‘보내기’ 버튼을 누른 적도 거의 없다. 오바마는 TV쇼에 출연해 자신의 전화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여러분 집에 3살짜리 아이가 가지고 있는 장난감 휴대폰 있죠? 내가 가진 전화는 그것과 비슷해요.”

 

트럼프 역시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그동안 쓰던 삼성 갤럭시폰 대신 보안서비스가 인증된 새 스마트폰을 받아야 했다. 무늬만 스마트폰으로 ‘스마트’와 관련한 네트워크 기능들은 모두 비활성화 돼 있다.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뒤 트럼프는 측근들에게 “보안서비스가 인증된 스마트폰으로 바꿔야하는 것이 솔직히 걱정이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가 받을 장난감 같은 스마트폰이 그의 트위터 사랑을 막을 수 있을까. 트럼프는 최근 ‘런던타임스’(the Times of London)와의 인터뷰에서 “취임 이후에도 트위터 계정을 유지하겠다”고 밝히면서 트위터 정치를 유지할 뜻을 내비쳤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미국 대통령 공식 트위터 계정(@POTUS)이 아닌 개인 계정(@realDonalTrump)을 계속 사용할 것이라고 했다. 개인 트위터 계정의 팔로워 수가 너무 많은데 이걸 포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 EPA연합

또 다른 이유로는 ‘언론과의 전쟁’을 든다. 언론과 사이가 좋지 않고 그들을 불신하는 트럼프다. 카메라 앞에 서서 발표하면 기자들과 논쟁을 벌여야 한다. 하지만 트윗이라면 하향식으로 자신의 메시지가 곧바로 전달될 수 있다. 물론 언론들은 트럼프의 트윗을 보고 조속히 비판 가사를 내겠지만 트럼프는 이 보도를 트윗을 통해 다시 비판해버리면 그만이다. 실제로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 내정자는 정례 기자회견을 하지 않을 가능성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기자회견의 역할을 SNS가 대신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주요 미디어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한계가 있다. 트위터를 통해 수천만명과 대화하는 건 의미가 있다.”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새로운 시도라고 판단할 수도 있지만 언론의 견제를 피하기 위한 꼼수로 비판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트럼프가 내뱉는 트위터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그의 엉뚱한 정보 발신 습관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것을 목격할 세상이 혼란을 느낄 것도 변하지 않을 거다. 이럴 경우 존 에머슨 독일 주재 미국 대사의 말에서 힌트를 찾아보자. “트럼프의 트위터를 확대 해석하거나 확정된 정책으로 여기지 말고 침착하라”고 주문했다. 취임 전부터 트럼프와 주요 장관 내정자들이 서로 다른 말을 한 경우도 있고, 트럼프 자신조차 발언이 앞뒤가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아 ‘미국을 대변하는’ 의견으로 볼 수 없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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