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포스코, ‘깡통 광산’ 투자 은폐 의혹
  • 박준용․송응철 기자 (juneyong@sisapress.com)
  • 승인 2017.01.23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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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리튬 광산 투자 계약 파기...사측"손실 없었다"

포스코의 ‘미래 먹거리’라던 리튬 광산은 ‘깡통’이 돼 돌아왔다. 시사저널 취재 결과, 포스코가 2015년부터 투자에 나섰던 아르헨티나 리튬 광산이 터무니없이 수익성이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포스코는 이를 알고도 투자를 강행했고, 결국 지난해 9월 광산 보유 업체 리테아(Lithea)와 체결한 계약도 파기된 것으로 드러났다. 아울러 포스코는 이 사실을 국내외 투자자에게 알리지 않아 논란이 예상된다.   

 

리튬은 휴대전화·노트북 배터리 핵심 원료로 활용되는 자원이다. ‘흰색 황금’이라고도 불린다. 문제가 된 리튬 광산은 아르헨티나 살타주(州)의 ‘포주엘로스 염호(鹽湖․소금호수)’다. 해발 4000m에 있는 이곳의 광권은 광산업체 리테아가 보유하고 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2014년 취임 후 3월부터 포주엘로스 염호 투자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1년 뒤인 2015년 3월, 포스코는 리테아와 기술 이전․지분투자 계약을 맺는다. 포스코가 리튬 추출 기술 이전료로 150억원을 받고, 리테아에 50억원의 지분투자를 하는 내용이다. 게다가 포스코는 2740억원 규모의 리튬 생산 공장 책임 준공에 나서기로 했다. 

 

하지만 포스코가 계약했던 리튬 광산은 2년도 안 돼 사실상 ‘깡통’으로 드러났다. 이는 리테아의 최대주주가 홍콩의 해지펀드와 채무관련 소송을 벌이는 과정에서 밝혀졌다. 홍콩 고등법원은 지난해 9월 리테아가 보유한 포주엘로스 염호의 가치를 평가한 기술 보고서에 대해 “신뢰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홍콩 해지펀드의 임원 등 관계자들이 “기술 보고서가 평가한 리튬 광산의 가치를 믿을 수 없다”고 한 점도 모두 인정했다. 법원이 판단한 문제의 보고서는 자산평가 전문가 허아무개씨가 포스코의 정식 의뢰를 받아 작성한 내용이다. 다시 말해, 포스코가 리튬광산에 투자하며 근거로 활용된 보고서가 사실상 믿을 수 없다는 얘기다. 

 

ⓒ 포스코 홈페이지 캡쳐


“포스코가 계약한 아르헨 광산, 달에 금을 캐러 가는 것과 같다”

 

이 기술보고서를 작성한 전문가 허씨 조차 이후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다. 그는 투자자에게 보낸 내용증명을 통해 “포스코의 요구로 허위로 포주엘로스 염호를 평가했다. 광산의 가치가 과대평가됐다”고 했다. 허씨는 “포주엘로스 염호는 해발 4000m에 있고, 하루에도 사계절 기후를 경험하는 곳이다. 설비도 가동될 수 없고, 노동자도 일하기 어렵다”면서 “사업은 달에 금을 캐러 가는 것과 같다”고 했다. 그는 이어 “리테아 최대주주였던 최아무개씨의 소개로 포스코가 투자하는 사업의 기술보고서를 작성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의 말대로라면 사실상 포스코와 리테아 측이 짜고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광산 가치를 과대평가하는 보고서를 만든 셈이다. 

 

또 홍콩 법원은 판결문에 “포스코가 이미 리테아와 체결한 계술 이전 계약도 파기했다”고 적었다. 법원에 따르면, 포스코는 지난해 8월 23일께 리테아에게 리튬 추출 기술 이전 계약 파기를 공지했다. 한 달 뒤인 9월 26일 포스코와 리테아의 기술계약은 파기된다. 계약 파기의 이유는 분명치 않다. 판결문은 “리테아 측의 계약불이행으로 기술계약이 파기됐다”고 전한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2016년 2월 리튬 추출 기술, 광산 개발과 관련해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과 면담하기도 했다. ⓒ 포스코 홈페이지
아울러 포스코가 포주엘로스 염호의 사업성 부실을 알고도 투자를 강행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이미 포스코는 2013년 포주엘로스 염호 투자를 한 차례 검토했다가 수익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철회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2013년 포스코는 포주엘로스 염호 대신 리튬아메리카스(LAC)가 보유한 아르헨티나의 카우라치 염호에 투자를 결정했다. 포스코 핵심 관계자는 “당시에도 리테아의 사업 부실과 관련한 투자자들의 투서가 들어오는 등 문제제기가 있었다. 그래서 리테아와 계약이 선정되지 않았다. 그런데 권 회장 부임 후 기존 카우라치 염호 사업이 중단되고 포주엘로스 염호 사업이 추진됐다”고 말했다.    

 

현재 리테아 측은 포스코 측의 기술계약 파기와 포주엘로스 염호의 과대평가 등 사유로 ‘채무불이행’ 상태가 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경우 포스코의 손실 우려도 크다. 포스코는 리튬광산 공장을 책임 준공하고, 2740억원의 대금을 이후에 받기로 계약한 상황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포스코는 이런 사실들을 국내외 투자자에게 알리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포스코 측은 “홍콩 법원에서 진행된 소송은 포스코와 관련 없다.포주엘로스 염호 수익성은 포스코가 기술보고서를 보고 투자 결정한 게 아니라 자체 실험을 가동한 후 수익성이 괜찮다고 해서 투자를 한 것이다. 최근 리테아와 계약을 파기한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 귀책 파기가 아니라 그쪽 사유에 의해 파기된 것이다. 우리가 이미 기술이전료 150억을 받았고, 그 이후 손실 없이 상황이 종료됐다. 이 계약과 관련해 공시의무가 있지도 않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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