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지도에는 여전히 독도 없었다
  • 이석 기자 (ls@sisapress.com)
  • 승인 2017.01.31 09:07
  • 호수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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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지도 한국판에 ‘독도’ 검색하자 ‘리앙쿠르 암초’ 표시 논란

2012년 중반까지 구글은 ‘독도’를 ‘리앙쿠르 암초’로 지도에 표시했다. 한반도 동쪽에 있는 바다의 이름 역시 ‘동해’가 아니라 ‘일본해’였다. 국내 시민단체들의 항의가 잇달았지만 구글은 눈도 깜짝하지 않았다. “글로벌 정책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2012년 10월 구글은 글로벌 정책을 바꿨다. 분쟁이 있거나 분쟁 소지가 있는 지역의 경우, 해당 국가의 입장을 우선 반영하기로 결정했다. 때문에 구글의 글로벌 사이트(google.com)와 한국 사이트(google.co.kr)의 영토 표기가 달라졌다. 구글 지도의 글로벌 버전이나 일본 버전에는 독도가 ‘리앙쿠르 암초’나 ‘다케시마’로, ‘동해’가 ‘일본해’로 표시돼 있다. 하지만 한국 버전에는 각각 ‘독도’와 ‘동해’로 표시되고 있다.

 

 

구글의 도발인가, 단순한 실수인가

 

5년이 지난 현재는 어떨까. 기자는 1월19일 구글의 지도 서비스에 접속해 독도를 찾아봤다. 과거와 달리 ‘독도’와 ‘동해’라는 글자가 한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키워드 검색으로 ‘독도’를 검색하자 다른 결과가 나왔다. ‘독도’ 대신 ‘리앙쿠르 암초’에 깃발 표시가 돼 있었다. 이 글자를 누르자 비로소 사진과 함께 독도로 표기가 바뀌었다.

 

1월19일 구글 지도의 한국판에 독도를 검색하자 여전히 리앙쿠르 암초로 표기돼 있다. © 시사저널 포토

지난해 구글이 요청한 ‘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 신청’을 우리 정부가 거절한 것도 이 때문이다. 표면적인 거절 이유는 안보(安保)였다.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밀 지도가 국외에 유출될 경우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이유였다. 최병남 국토지리정보원장은 “구글 측에 안보 우려 해소를 위한 보완 방안을 제시했지만 수용하지 않았다”며 “앞으로 구글의 입장변화가 있을 경우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구글과의 불편한 관계가 지도 반출을 승인하지 않은 데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당시 우리 정부는 ‘측량성과 협의체’를 결성해 지도 반출 문제를 논의했다. 외교부·통일부·국방부·행정자치부 등 주요 부처 인사들이 모여 이 문제를 타진했다. 협의체의 주요 안건 중 하나가 독도 표기 문제였다. 구글이 원칙을 내세워 정부 제안을 거절하면서 협상이 결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같은 구글의 입장으로 인해 그 불똥이 상당수 국내 기업들로 튀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대표적이다. 구글의 글로벌 정책이 바뀌기 전인 2010년, 삼성과 LG는 ‘아이폰 대항마’ 차원에서 자사 스마트폰에 안드로이드 OS(운영체제)를 탑재했다. 음성 인식 검색과 지도 서비스 등 구글이 제공하는 모바일 서비스를 통해 점유율 반전을 노렸다. 하지만 두 회사가 출시하는 안드로이드폰의 지도 서비스에 독도가 빠지면서 관련 시민단체들로부터 눈총을 받아야 했다. 삼성과 LG 측은 “구글의 지도 서비스는 옵션이 아니라 필수”라며 “안드로이드 OS에는 지도 서비스가 패키지로 포함돼 있기 때문에 우리도 어쩔 수 없다”고 해명했다.   

이후 2012년 구글의 글로벌 정책이 바뀌면서 국내 스마트폰의 모바일 지도 역시 ‘독도’와 ‘동해’로 표기가 바뀌었다. 하지만 해외에서 판매되는 휴대폰은 여전히 글로벌 지도를 사용하고 있다. ‘독도’는 ‘리앙쿠르 암초’로, ‘동해’는 ‘일본해’로 표시돼 있어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 이 같은 문제가 이슈화될 경우 ‘불매 운동’으로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기업 ‘리앙쿠르 암초’ 표기 지도 썼다가 뭇매

 

그나마 삼성과 LG는 이 문제를 예민하게 다뤘기 때문에 제때 대처가 가능했다. 반면, 구글의 글로벌 정책을 제대로 체크하지 못해 2012년 이후 최근까지도 계속 ‘리앙쿠르 암초·일본해’로 표기된 글로벌 지도를 사용하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은 국내 기업이 숱하다. 대표적인 게 롯데그룹. 호텔롯데와 롯데월드, 롯데홀리데이 등 롯데 계열사들은 2015년까지 홈페이지의 위치 안내에 ‘일본해’로 표기된 지도를 사용하다 곤욕을 치렀다. 그렇지 않아도 오너 2세들의 경영권 다툼으로 여론이 곱지 않은 상황이었다. 한국 롯데를 지배하는 최상위 회사가 일본 기업으로 드러나면서 ‘롯데=일본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확산됐다. 이런 상황에서 독도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골머리를 앓았다.

 

자라(ZARA)와 H&M 등 글로벌 SPA 브랜드의 한국법인들도 잘못된 지도를 홈페이지에 게재했다가 네티즌들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SNS 등을 통해 관련 사실이 급속히 확산되면서 불매운동 조짐까지 보였다. 회사 측이 서둘러 지도를 수정했지만,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는 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테슬라와 이케아 등이 최근 한국에 진출하면서 일본해로 표기된 지도를 사용했다가 문제가 되자 서둘러 교체했다. 마찬가지로 구글맵의 한국 버전이 아니라 글로벌 버전을 잘못 사용한 결과였다.

 

최근에는 국내 굴지의 건설 업체들이 ‘동해’를 ‘일본해’로, ‘독도’를 ‘리앙쿠르 암초’로 표시한 지도를 자사 홈페이지에 잘못 게재했다가 네티즌들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이 회사들은 “단순한 실수”라고 해명했다. 한 회사 관계자는 “실무자의 실수로 잘못된 지도가 올라갔다”며 “현재는 문제를 모두 수정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인구 계룡건설 명예회장(가운데)은 2011년부터 독도 지킴이 부부에게 생활비를 지원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정작 계룡건설은 최근까지 자사 홈페이지에서 ‘독도’를 ‘리앙쿠르 암초’로 잘못 표기하는 잘못을 저질렀다. © 연합뉴스

하지만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뒷말이 나오고 있다. 이들 회사가 국내를 대표하는 건설 회사이기 때문이다. 특히 계룡건설은 그동안 독도 문제에도 꾸준히 관심을 보여왔던 기업이다. 계룡건설 창업주인 이인구 명예회장은 2011년부터 ‘독도 지킴이’ 부부에게 매달 50만원씩 생활비를 지원해 주고 있다. 아울러 이 명예회장은 계룡장학재단 등을 통해 독도 우리 땅 밟기와 이순신 장군 동상 건립을 추진하면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최근에는 일본의 독도 영유권 야욕과 동해 병기 문제를 지적하는 칼럼을 지역 언론에 기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회사는 자사 홈페이지에서 최근까지 ‘독도’를 ‘리앙쿠르 암초’로 잘못 표시하고 있는 게 드러나면서 비난 여론이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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