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를 2020년 내에 끌어내릴 3가지 방법
  • 김회권 기자 (khg@sisapress.com)
  • 승인 2017.02.03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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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타운대 법학교수 로자 브룩스는 국방부 자문관 출신으로 국제외교전문지인 ‘포린폴리시’의 필자이기도 하다. 1월30일 브룩스 교수는 ‘2020년 이전에 트럼프 대통령을 몰아낼 3가지 방법(3 Ways to Get Rid of President Trump Before 2020)’이란 제목의 글을 포린폴리시에 기고했다. 2020년 임기가 끝낼 때까지 기다리는 것 외에 트럼프를 끌어내릴 수 있는 방법이 3가지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말 한마디가 한국 사회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는 이때 한 번 쯤 읽어볼만한 글이다. 아래는 포린폴리시가 소개한 브룩스 교수의 글을 번역했다.

 

 

원문보기 : 3 Ways to Get Rid of President Trump Before 2020

우리는 정말 앞으로 4년 동안 그 남자를 참을 수밖에 없는 걸까. 

 

지금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이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 같다.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취임한 지 불과 1주일이지만 그 누구의 눈에도 분명히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모두가 우려했던 대로 그는 궤도를 벗어나고 있다.

 

대통령 취임 이전에 제기했던 긍정적인 환상을 기억하고 있는가. “만약 대통령이 된다면 선거 전에 말했던 엉뚱한 공약들이 얼마나 무의미한 것인지 그도 알게 될 것이다” “트위터에서 타인을 모욕하는 것이 나쁘다는 것을 이해할 것이다” “멕시코와의 국경에 장벽을 건설하는 등의 무모한 공약이 철회될 것이다”

 

하지만 이런 기대들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취임 1주일동안 트럼프는 선거 기간 동안 내뱉은 광기 어린 공약이 모두 진심이었다는 것을 입증해 보였다.

 

반트럼프 시위대는 트럼프를 히틀러와 같은 독재자로 묘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트럼프의 ‘정책’이 초래한 결과는 현재까지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보호주의를 달리는 미국 대신 중국이 세계화와 자유 무역의 수호자가 될 것을 자청했다.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은 워싱턴에서 예정돼 있던 트럼프와의 정상회담을 취소했다. 이번 미국 대선에서 수많은 불법 이민자가 부정 투표를 했다는 주장은 공화당의 중진조차 반론했다. 미 국무부의 많은 관료들이 사임했다.

 

트럼프 취임 직후 지지율은 조사를 시작한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대통령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국민은 단 36%에 불과했다. 영국 국민의 약 80%가 “트럼프는 나쁜 대통령이 될 것이다”고 답했다. 프랑스에서는 77%, 독일은 78%가 같은 대답을 했다.

 

불과 1주일 만에 이 모양이다. 결국 이 질문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 정말 도널드 트럼프를 참을 수밖에 없는 것일까.

 

아니, 반드시 그렇진 않다. 트럼프를 추방하는 방법에는 네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다음 대선이 있는 2020년 11월까지 오로지 참을성 있게 기다리는 것이다. 아마도 그 무렵에는 미국의 유권자들도 깨어날 것이고 무능한 사람을 자를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을 것이다.

 

하지만 1주일 만에 파괴력을 과시하는 그를 볼 때 4년이란 시간을 견딜 수 있을 것 같진 않다. 그렇게 되면 두 번째 선택은 ‘탄핵’이다. 반역죄나 부패 등의 중죄 혐의가 있으면 하원의 과반수가 찬성해 탄핵할 수 있다. 여기에 상원 3분의 2가 찬성하고 유죄가 확정되면 대통령직에서 파면된다. 취임 1주일 여론 조사에 따르면 이미 미국인의 3분의 1 이상은 트럼프가 탄핵되기를 바라고 있다.

 

탄핵이 좋은 점은 반역이든 살인이든 간에 증거가 없어도 의회가 탄핵 절차를 진행할 수 있으며, 어떤 사소한 것이라도 ‘중죄와 경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백악관 인턴인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불륜 의혹 때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로 하원의 탄핵 결의를 받았다). 반대로 나쁜 점은 상하원 양원의 다수당이 현재 공화당이기 때문에 의회가 탄핵안을 통과시킬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낮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의회에서 과반수를 획득하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지만 그렇게 되려면 빨라도 2018년 중간 선거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어쨌든 탄핵을 하려면 시간이 걸린다. 비록 의회가 탄핵에 대찬성이라고 해도 최소 수개월이 걸린다. 하물며 트럼프는 핵무기 발사 코드를 갖고 있기 때문에, 불과 2~3개월도 아마 영원한 것처럼 느껴질 거다. 트럼프가 핵미사일 발사를 결정하기까지 남은 시간은 과연 얼마나 있을 것인가.

 

매일 먹구름이 감도는 가운데, 어떤 사람들은 수정헌법 제25조를 마음의 버팀목으로 삼고 있다. 이것이 세 번째 선택이다. 지금까지 별로 주목받은 적이 없지만, 이 조항에는 ‘부통령과 장관의 과반수가 대통령의 직무상 권한과 의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될 경우 부통령이 즉시 대통령 대리로 대통령직 권한과 의무를 수행할 수 있다’라고 명시돼 있다.

 

이 조항이라면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야심도 건드릴 수 있을 것이다. 펜스는 언젠가 대통령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그는 정치인으로서 온건파가 아니다. 끊임없이 동성애자를 차별하려는 정책을 내걸었고 기후 변화에도 회의적이다. 그래도 그는 미친 적은 없을 것 같다. 펜스는 미국의 중요한 동맹 관계를 흔들거나 핵을 선제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트럼프의 경거망동에 반대하는 정도의 분별력은 있다. 최악의 사태가 되면 다른 각료들도 트럼프를 추방해 펜스를 대통령으로 올리는 방법이 있다.

 

네 번째 선택은 미국에서 설마 일어날 수 있을까 생각할지 모르지만, 군사 쿠데타 혹은 미군의 일부 상층부가 대통령 명령에 따르는 것을 거부하는 것이다. 문민통제의 원칙은 미군 내부에 깊이 뿌리 내리고 있고 군은 당파를 초월한 전문성을 자랑해 왔다. 반면 군에 대한 결정에서 고위급 정치인이 훨씬 큰 권한을 가지는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예를 들어 조지 W 부시 1기 행정부는 국내 최고의 군사법 전문가들이 집단으로 항의를 해도 고문을 단행했다. 미군 상층부가 물고문 등 가혹한 심문 방법에 반대해도 부시 정부는 군의 뜻을 무시하고 CIA나 민간 기업에 비열한 일을 시켰다. 양자의 차이가 클수록 충돌의 잉태는 쉬워진다.

 

트럼프의 방식에는 세련된 맛도 없다. 정책 방향을 정한 뒤 측근이나 변호사에게 몰래 말하는 방법을 택하지 않고, 폭언을 하거나 늦은 밤 트위터로 끝내 버린다. 신경질적이고 제멋대로이며 돌발적인 그의 행동은 백악관의 일부 측근조차 분노하게 만들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분별력이 부족한 걸 넘어 국가의 위험을 초래할 정도로 당황하게 만드는 명령을 미군이 받을 경우 군 상층부는 어떤 행동에 나서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내일 멕시코를 침공하라”든가 “무슬림 미국인을 일제히 검거해 관타나모 수용소에 보내라” “중국에 교훈을 주어야 한다. 핵무기 사용 말이야!”라는 등의 명령 말이다.

 

미군 상층부가 대통령의 명령에 공공연히 반항하는 광경을 상상하면 무섭다. 하지만 미친 명령에 군이 복종하는 걸 생각하면 소름 끼친다. 결국 군인은 대통령이 아닌 미 합중국 헌법을 지키기 위해 충성을 맹세하는 것이다. 나는 인생에서 처음으로 군의 수장이 대통령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이 타당한 모습을 상상할 수 있다. “아니오, 대통령. 그 명령에는 따를 수 없습니다.”

 

모두 각오가 필요하다. 앞으로 몇 년 동안 궂은 날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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