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알아야 제대로 뽑는다”
2월1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곧바로 대선 판도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선두주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제외하고 2위 그룹에서 변화가 감지됐다. 대통령 권한대행인 황교안 국무총리 지지율 오름세가 눈에 띄었다. 갈 곳 잃은 반기문 지지층이 누구를 향하게 될지에도 관심이 쏠렸다. 황 총리가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반 전 총장의 지지자를 흡수할 것이란 분석도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으로 인해 발생한 ‘조기 대선’이라는 변수에 ‘반기문 퇴장’이란 변수가 겹친 것이다.
반 전 총장의 퇴진으로 인해 남은 후보들의 새로운 순위경쟁이 시작될 것은 자명하다. 문재인 전 대표 측은 내심 반 전 총장이 조금 더 길게 버티기를 바라는 눈치였다. 문 캠프 관계자는 “반 전 총장이 중도하차할 것이란 막연한 예상은 했었지만 이렇게 빨리 물러날 줄은 몰랐다”며 “2위였던 반 전 총장이 조금 더 분발했다면 좋았을 텐데 (물러나서) 아쉽다”고 말했다. 최근 상승세인 안희정 충남지사 캠프의 한 관계자는 “안 지사는 확장성이 좋기 때문에 반 전 총장 지지표를 끌어올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반 전 총장 지지층의 10% 정도가 안철수 전 대표에게 간 것 같다”고 말했다.
시사저널은 현재의 대선 주자들을 대상으로 SWOT 분석을 실시했다. SWOT 분석이란 Strength(강점), Weakness(약점), Opportunity(기회), Threat(위협)를 의미한다. 강점과 약점은 현재의 개념, 기회와 위협은 미래의 개념으로 규정했다. 대상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 등록된 여론조사기관의 정례조사 중 오차범위 이상의 지지율이 나온 주자로 정했다. 그 결과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안희정 충남지사, 황교안 국무총리,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이재명 성남시장,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등 6인이 선정됐다. 이들이 현재 가지고 있는 강점과 약점은 무엇이고, 미래에 어떤 기회와 위협을 맞이하게 될지 분석했다. ‘6인6색인 대선 주자의 앞날은 어떻게 펼쳐질까. 유지만·구민주 기자
1월26일 발표한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의 대선 출마 선언문에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는 ‘경제’(총 28번)였다. 유 의원은 “저를 정치에 뛰어들게 한 것은 20년 전 IMF 위기였다”며 “많은 대통령 후보 중 ‘경제전문가’는 제가 유일하다”고 주장했다. 실제 유 의원은 경제학 박사를 거쳐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연구원으로 몸담았다. 따라서 오늘날 장기화되는 경제 위기 속에서 이러한 유 의원의 전문성은 분명한 강점으로 작용한다.
반면 ‘원조 친박’이라는 꼬리표는 유 의원의 발목을 잡는 약점이다. 특히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가 터지면서 과거 박근혜 대통령의 한나라당 대표 시절 비서실장이었던 그에게까지 책임론이 제기됐다. 그러나 2015년 5월 국회법 파동 당시 박 대통령으로부터 ‘배신의 정치’로 낙인찍히고, 이듬해 4·13 총선에서 공천 배제까지 겪으면서 지금은 친박계와 거리를 두고 있다.
안철수와 연대로 외연 확장 가능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갑작스러운 불출마 선언으로, 이후 갈 곳 잃은 보수 지지자들이 유 의원에게 결집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 반 전 총장이 빠진 직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유 의원은 보수진영 후보 적합도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2월2일 리얼미터 조사,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여기에 최근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와의 연대설도 제기되고 있어 외연 확장 가능성 또한 남아 있다.
하지만 반 전 총장의 불출마 반사이익을 유 의원 혼자 누리는 것은 아니다. 대선 주자 여론조사에 뒤늦게 합류한 황교안 국무총리가 보수의 희망으로 급부상하면서 나날이 지지율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반 전 총장 낙마로 사실상 보수진영에서 가장 유력한 대권후보가 될 수 있었던 유 의원에겐 뜻밖에 위협적인 변수가 나타난 셈이다. 이 같은 위기를 의식했는지 유 의원은 황 총리를 향해 “평생 공안검사 출신으로서 ‘낡은 보수’”라고 규정짓는가 하면, “대선 출마 생각이 있으면 당장이라도 권한대행직 내려놓아야 한다”며 연일 견제구를 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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