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불출마 선언’ 하니 몸값 올라간다
  • 김현 뉴스1 기자 (sisa@sisapress.com)
  • 승인 2017.02.13 15:53
  • 호수 142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몸값 올라간다 김부겸, 대선 불출마 선언하자 야권 주자들 ‘러브콜’

더불어민주당 내 대권 잠룡 중 한 명이었던 김부겸 의원이 2월7일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향후 그의 거취에 관심이 몰리고 있다. 김 의원이 지지율 부진을 겪다 중도하차하게 됐지만, 4선 중진 의원으로서 무게감과 ‘지역구도 극복’의 상징성을 갖고 있는 만큼 그의 행보가 대선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민주당의 대선후보 경선이 사실상 3파전으로 재편되고 경쟁이 가열되면서 캐스팅보트를 쥐게 될지도 모를 그의 발걸음에 더욱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김 의원은 일주일 가까이 비공개 일정만을 진행해 오다 2월7일 전격 기자회견을 열고 “시대적 요구와 과제를 감당하기에 부족함을 절감했다. 이제 민주당 당원의 한 사람으로 돌아간다. 정권교체를 위한 밀알이 되겠다”며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간 개헌 및 야권 공동정부론을 주장해 왔던 김 의원은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해, 분열이 아니라 통합이 절실한 시점이다. 공동정부론에 대한 제 입장은 변함이 없다”며 거듭 공동정부론을 강조했다. 개헌에 대해선 “제 목소리를 내겠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지역구도 타파’를 외치며 20대 총선에서 야권의 불모지인 대구에서 당선되며 대권 주자로 발돋움했지만, 지지율이 좀처럼 정체기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거취에 대한 장고(長考) 끝에 불출마를 선언했다.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월7일 국회 정론관에서 대통령선거 불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김부겸, 당내 경선 판도에 변수 될 것”

 

정치권에선 김 의원이 당내 경선에서 일부 주자에 대한 지지를 선언할지 여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 문재인 전 대표가 대세론을 구축하고 세(勢) 확산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 이후 지지율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안희정 충남지사와 지지율 반등을 꾀하고 있는 이재명 성남시장이 본격적인 추격에 나서고 있는 만큼 김 의원의 지지가 판세 변화의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김 의원이 합리적이고 온건한 성향인 데다 대구·경북이라는 지역적 기반을 갖고 있기 때문에 당내 경선 판도에 일정부분 변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를 의식한 듯 당내 대권 주자들은 김 의원의 불출마 선언 직후 안타까움을 표하며 러브콜을 보냈다. 문 전 대표는 “김 의원은 대구·경북 어려운 지역에서 정치 지역구도와 맞서 뚝심 있게 성공을 이뤄낸 감동의 정치인”이라며 “경쟁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함께 협력하는 것이다. 앞으로 김 의원과 이미 불출마를 선언한 박원순 서울시장, 경쟁하는 후보들과 함께 힘을 모아 나가겠다”고 밝혔다. 안 지사는 “김 의원은 당과 대한민국의 소중한 자산”이라면서 “김 의원의 새로운 도전은 다시 시작될 것이다. 상생의 정치, 공존의 공화국을 향한 김 의원의 꿈은 반드시 이뤄질 것이다. 저 역시 김 의원과 그 길을 함께 가겠다”고 말했다. 이 시장도 “(김 의원이 얘기했던) 그 메시지의 울림은 지속될 것이다. 지역주의를 극복하고 야권연합 공동정부를 반드시 실현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일단 불출마 선언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나선 ‘다른 후보 지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 “지금 말씀을 드리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그러나 김 의원의 측근들은 “공식적으로 일부 후보를 지지하진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측근은 “김 의원이 누구를 공식 지지하진 않을 것이다. 어떻든 본선에 가면 본인의 역할이 주어질 것이고, 당이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경선에 개입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측근도 “김 의원의 원래 스타일이 누구를 지지하거나 그러지 않는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김 의원이 불출마 선언 전까지 당 민주연구원의 이른바 ‘개헌저지 보고서 파문’ 등을 통해 문 전 대표에 대한 강한 불만을 토로했던 만큼, 2위권 주자에 대한 물밑 지원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김 의원 캠프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김 의원이 안 지사와 가장 오래된 인연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심정으로야 안 지사를 지원하지 않겠느냐. 김 의원이 나서지 않고 실무진들이 알아서 움직이는 방식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김 의원과 함께 ‘야권 공동정부론’을 주장했던 이 시장에 대한 지원 가능성도 거론된다.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박원순 서울시장이 1월17일 국회에서 열린 ‘정권교체와 공동정부-공동경선’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후 두 사람은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 연합뉴스

안희정·이재명 등 2위권 물밑 지원 관측

 

다만, 또 다른 측근은 “현재 당내 경선 상황을 정확하게 보면 문 전 대표를 넘어설 주자들이 없는 게 사실 아니냐”면서 “김 의원도 그런 흐름에 맞춰서 가지 않겠느냐. 문 전 대표 측에서도 김 의원에게 ‘가만히 있어라. 알아서 (배려)하겠다’는 사인 비슷한 게 있다”고 귀띔했다. 당 안팎에선 김 의원이 정권교체 후 내각에 참여하거나 차기 당 대표에 출마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현실성은 낮지만, 김 의원이 자신의 소신인 개헌 및 야권 공동정부 구성을 위해서나 경선 과정에서 소위 친문(親문재인) 패권주의가 강화될 경우 이에 반발해 전격적인 결단을 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민의당과 통합을 선언한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이 김 의원의 불출마 선언 직후 성명을 내고 김 의원을 ‘오랜 기간 저의 정치적 동지’라고 칭하며 “앞으로 정치적 포부를 펼칠 기회를 갖게 되기를 바라며, 기득권과 패권을 넘어선 좋은 정권교체를 위해 협력하게 되기를 바란다”고 구애를 편 것도 이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다. 하지만, 김 의원 측은 일부 언론에서 김 의원의 탈당 가능성을 거론하자 “불출마 선언문에 ‘이제 민주당 당원의 한 사람으로 돌아간다’는 문구를 잘 봐 달라”고 일축했다. 이와 관련, 김 의원은 2월10일 측근들과 해단식을 겸한 모임을 갖고 향후 거취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일각에선 김 의원이 이번 대선에서 어떤 행보를 보이느냐가 향후 그의 정치적 진로를 결정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 입장에선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로 TK(대구·경북)가 완전히 텅 비어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서 김 의원이 TK 표를 끌어오는 데 얼마나 역할을 하느냐에 따라 향후 정치적 행보가 달라질 것이다. 자칫하면 의외로 존재감이 약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