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보는 평창동계올림픽 금빛 스타를 주목하다
  • 김흥순 아시아경제 문화스포츠부 기자 (sisa@sisapress.com)
  • 승인 2017.02.22 10:37
  • 호수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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삿포로동계아시안게임 개막…평창 예비스타들 총출동

2월15일 인천국제공항. 제8회 삿포로동계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한국선수단 본진이 격전지인 일본 삿포로로 출국했다. 김상항 선수단장을 비롯한 선수단 본진 41명은 출국에 앞서 금메달 15개 이상을 획득해 종합 2위를 차지한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한국이 동계아시안게임에서 종합 2위를 차지한 건 1999년(강원·금메달 11개), 2003년(일본 아오모리·금메달 10개) 등 두 차례다. 2011 아스타나-알마티동계아시안게임에선 금메달 13개를 획득했으나 개최국 카자흐스탄, 일본에 밀려 3위였다. 2015년에는 동계아시안게임이 열리지 않았다.

 

한국은 전통적인 메달밭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 아이스하키, 스노보드 등에서 금메달을 사냥한다. 19일부터 스노보드의 이상호(22·한국체대), 스피드스케이팅의 이승훈(29·대한항공)과 김보름(24·강원도청), 쇼트트랙의 이정수(28·고양시청)와 심석희(20·한국체대) 등이 금빛 사냥에 나섰다.

 

삿포로동계아시안게임은 각 종목의 금메달 가능성을 확인할 ‘미리 보는 평창동계올림픽’이다. 한국은 평창에서 금메달 8개 이상, 종합순위 4위를 목표로 한다. 1948년 스위스 생모리츠 대회에서 동계올림픽에 첫 출전한 이후 가장 좋은 성적을 기대하고 있다. 역대 동계올림픽 가운데 가장 높은 순위는 2010년 밴쿠버 대회 때였다. 금메달 6개를 따 종합순위 6위에 올랐다. 평창에서 이를 뛰어넘으려면 빙상의 역할이 중요하다. 역대 동계올림픽에서 한국이 딴 금메달은 26개(쇼트트랙 21개, 스피드 4개, 피겨 1개). 모두 빙상에서 나왔다. 

 

 

© 연합뉴스·평창올림픽조직위원회 제공


 

효자종목 쇼트트랙, 전 종목 석권을 향해

 

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종목에는 남녀 합쳐 금메달 8개가 걸렸다. 우리 선수단이 종합순위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있어 성패를 좌우한다.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의 심석희와 최민정(19·성남시청)은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다관왕에 오를 후보다. 올 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에서 나란히 4연속 2관왕을 했다. 조재범 여자대표팀 코치(36)는 “500m와 1000m, 1500m, 3000m계주까지 전 종목 석권에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관건은 500m다. 500m는 둘레 111.12m짜리 트랙 4바퀴 반을 돌아 순위를 가린다. 출발할 때 정해진 등수가 대부분 결승선까지 이어진다. 총성과 함께 얼음을 강하고 빠르게 지치면서 튀어나가는 순발력이 필요하고, 좋은 자리를 선점하기 위한 힘이 있어야 한다. 단거리로 분류되는 이 종목에서 한국이 동계올림픽 금메달을 딴 적은 한 번뿐이다. 1994년 릴레함메르 대회 때 채지훈이 남자부를 제패했다. 여자부에서는 우승자가 없다.

 

이 난제에 도전장을 던진 최민정은 “평창에서는 단거리 종목에도 욕심을 내겠다”고 말했다. 최민정은 키 165㎝, 몸무게 52kg의 작은 체구를 극복하기 위해 비시즌 동안 하체 위주로 근력 훈련을 많이 하면서 빠른 속도로 스타트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 전략으로 지난해 12월18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월드컵 4차 대회 여자 500m 결승에서 42초461로 우승했다. 올 시즌 월드컵 시리즈 500m에서 따낸 첫 금메달이다.

 

심석희는 2014년 소치 대회에 이어 두 번째로 올림픽에 나간다. 4년 동안 경험과 실력을 더했다. 여자부 주장까지 맡았다. 심석희는 “체력을 좀 더 끌어올리고 집중력을 키워 올림픽에서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2014 소치동계올림픽 3000m계주에서 금메달을 땄고, 1500m(은메달)와 1000m(동메달)에서도 시상대에 올랐다. 큰 키(175㎝)로 성큼성큼 치고 나가는 막판 스퍼트가 뛰어나 중장거리에 강하다. 

 

남자 쇼트트랙은 1000m와 1500m, 5000m계주까지 금메달 3개를 목표로 잡았다. 맏형 이정수가 선봉에 선다. 그는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 2관왕(1000m·1500m 금메달)에 오른 뒤 한동안 부진했다. 부상도 겹쳐 2014년 소치올림픽은 뛰지 못했다. 8년 만에 올림픽에서의 재기를 기대한다. 올 시즌 3~4차 월드컵에서 연달아 주 종목인 1500m를 우승하며 가능성을 확인했다. 그는 “예전에는 힘만으로도 상대를 이길 수 있었다. 지금은 경쟁자들과 실력이 비슷하다”며 “기술을 접목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밝혔다. 코너를 돌면서 왼발을 빨리 움직여 속도를 죽이지 않는 방법이 그중 하나다. 러시아로 귀화한 빅토르 안(32)과도 실력을 겨룰 수 있는 선수다. 

 

 

스피드스케이팅 다시 웃을까

 

2010년 밴쿠버 대회에서는 스피드스케이팅 종목 성과가 뚜렷했다. 금메달 3개와 은메달 2개가 스피드스케이팅에서 나왔다. 모태범(28·대한항공)과 이상화(28·스포츠토토)가 남녀 단거리인 500m에서 세계 정상으로 도약했고, 쇼트트랙을 하다가 전향한 이승훈이 장거리에서 경쟁력을 발휘했다. 소치에서는 이상화만 금메달을 땄다. 

 

평창에서는 이상화의 500m 3연속 금메달이 관심거리다. 지금까지 올림픽 여자 500m에서 3차례 연속 정상에 오른 선수는 미국의 보니 블레어뿐이다. 올 시즌 일본과 중국의 거센 도전에 주춤한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고질적인 무릎 통증이 있고, 종아리를 다치는 등 크고 작은 부상에도 시달렸다. 이상화는 스스로를 “도전자 입장”이라고 낮췄다. 그러면서 “평창을 진검승부의 무대로 생각하고, 자신의 흐름대로 훈련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승훈은 동계올림픽 첫 정식종목이 된 매스스타트에서 우승을 바라본다. 매스스타트는 출전 선수들이 레인 구분 없이 400m 트랙 열여섯 바퀴를 돌아 순위를 가린다. 코너가 승부처인데 쇼트트랙을 하다 전향해 이 기술이 뛰어나다. 소치에서는 주형준(26·동두천시청), 김철민(25·강원도청)과 호흡을 맞춰 은메달을 땄다. 여자부에서는 김보름(24·강원도청)이 매스스타트 우승 후보다. 

 

이 밖에 봅슬레이 2인승의 원윤종(32·강원도청)과 서영우(26·경기BS연맹), 스켈레톤의 윤성빈(23·한국체대), 스노보드의 이상호(22·한국체대) 등은 빙상 외 종목에서 첫 메달을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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