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家 후계자들-(3)신세계그룹] ‘신세계 남매’ 경쟁은 시작됐다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press.com)
  • 승인 2017.02.23 09:26
  • 호수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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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부회장과 정유경 총괄사장, 이마트와 신세계 각자 경영 광주신세계, 경영권 갈등 불씨 될 수도

격변하는 현대 기업 생태계를 설명하는 것 중 하나가 트랜스(Trans)라는 단어다. 시대 조류에 따라, 이쪽에서 저쪽, 저쪽에서 이쪽으로 재빨리 움직여야 하는 것은 현대 기업의 숙명과 같다. 대형 유통 기업 ‘신세계그룹’의 지난 10년간 행보 역시 트랜스라는 단어로 요약이 가능하다.

 

현재 신세계그룹의 사업군은 크게 대형마트와 백화점으로 나눌 수 있다. 그중에서 이마트의 성공은 오늘날 신세계그룹을 국내 대표 유통기업으로 키운 원동력이 됐다. 1993년 서울 창동에 첫 점포를 연 이마트는 지난해 말 기준 13조5642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면서 그룹 내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다. 시장점유율 기준 국내 1위다.

 

2016년 9월9일 경기도 하남시 스타필드 하남에서 열린 개장 기념행사에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로버트 터브먼 터브먼사 회장을 비롯한 내빈들이 테이프 커팅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마트 성공이 기업 성장의 독?

 

때문에 반대로 이마트의 성공이 되레 그룹의 차세대 성장동력을 만드는 데 독이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신세계그룹은 백화점 부문에서 롯데와 현대백화점그룹이 강력한 경쟁자라면, 대형 할인점에서는 롯데마트·홈플러스와 경쟁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2010년 들어와서 불기 시작한 교외형 복합쇼핑몰 부문에서는 롯데·현대백화점그룹과 경쟁 중이다. 경기가 좋았으면 괜찮았겠지만, 2007년부터 계속된 경기침체로 소비심리는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몰링(소비자들로 하여금 쇼핑몰에서 하루 종일 쇼핑과 문화 활동의 시간을 보내도록 하는 소비 행태) 개념을 집어넣은 대형 복합쇼핑몰 사업에 대형 유통사들이 뛰어들고 있는 것도 이런 고육지책으로 봐야 한다. 현재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9월 하남스타필드 개장을 시작으로 올 하반기엔 고양시 삼송신도시에 2호점을 연다는 계획이다. 또한 안성과 인천 청라에도 각각 20만3600㎡(6만1600평)와 16만5300㎡(5만 평) 규모의 대형 복합쇼핑몰을 준비 중이다.

 

물론 개발을 주도한 최고경영자(CEO) 정용진 부회장의 생각은 다르다. 경기불황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기보다 틈새 전략이라는 것이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9월 하남스타필드 개장식에서 “레저와 힐링뿐만 아니라 스포츠엔터테인먼트와 식도락, 테마파크 같은 시설과 서비스까지 지금까지와는 다른 쇼핑문화를 제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정 부회장의 의도가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기 위해서는 성과가 뒤따라야 한다.

 

일각에서는 신세계그룹의 이러한 행보가 전형적인 오프라인 시대의 개발방식이라고 비판한다. 이들은 불과 5년 전만 해도 난공불락으로 여겼던 월마트가 균열을 보이면서, 그 틈을 타고 인터넷 종합쇼핑몰 아마존이 성장한 게 유통시장의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말한다. 1인 가구 증가로 편의점과 온라인 쇼핑몰 시장의 비중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목 좋은 곳에 차려놓고 손님을 기다리는 시대’는 지나갔다. 상당수 백화점들이 영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이를 잘 말해 준다. 업계에서조차 ‘백화점의 소비 패러다임은 이제 쇼핑에서 관광으로 바뀌었다’고 말할 정도다. ‘가성비’라는 단어를 입에 달고 사는 소비층은 화려한 백화점에서 비싸게 제품을 구입하지 않고 한 푼이라도 더 싼 아웃렛으로 발길을 돌린다.

 

소비자를 찾아가는 쇼핑으로 유통 패러다임이 바뀌는 추세에서 이마트의 성공에 도취돼 있던 신세계그룹은 뒤늦게 변화를 모색 중이다. 온라인 쇼핑몰 사업 확대와 편의점 사업 진출은 그 시작이다. 이 중 온라인 복합쇼핑몰 SSG닷컴은 이마트몰의 당일 배송 서비스를 강점으로 들고나왔다. 하지만 이 분야에는 쿠팡·위메프·11번가·G마켓 등이 강자로 버티고 있다.

 

신세계가 편의점 시장에 뒤늦게 뛰어든 것도 1인 가구 증가라는 시대 변화를 쫓아가기 위해서다. GS리테일의 GS25, BGF리테일의 CU, 롯데코리아세븐의 세븐일레븐 등 기존 편의점업체들은 1~2인 가구 증가와 자체브랜드(PB)의 선전(善戰)으로 매출과 이익 모두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반면 신세계는 2013년 말에야 중소 편의점 프랜차이즈 ‘위드미’를 인수하면서 경쟁에 뒤늦게 뛰어들었다.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야 하는 신세계가 내세운 것은 ‘NO 로열티’ ‘NO 휴점(365일·24시간 영업)’ ‘NO 중도해지 위약금’ 등 ‘3무(無)정책’이다.

 

하지만 관련 업계의 반응은 우호적이지 못하다. 이미 시장이 포화상태라는 것이다. 2월16일 현재 전국 위드미 점포 수는 1846곳이다. 신세계는 앞으로 3년 후까지 매년 1000개 이상씩 공격적으로 출점한다는 계획이지만, 지금처럼 3무정책을 고수하면서 외형을 키우는 것은 그만큼 신세계가 가져가야 할 이익을 줄여야 한다는 부담이 뒤따른다.

 

글로벌 대형 쇼핑할인점으로 최근 각광받고 있는 코스트코를 겨냥해 만든 트레이더스 역시 개발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다. 코스트코가 연간 회비로 가격 인하 부담을 줄이는 것과 달리 트레이더스는 회비를 전혀 받지 않고 있다.

 

ⓒ 시사저널 미술팀

정용진, SNS 즐기며 고객과의 소통에 적극적

 

신세계그룹의 3세 경영은 비교적 일찍부터 진행됐다.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막내딸인 이명희 회장은 1남1녀를 뒀다. 아들 정용진 부회장은 경복고를 거쳐 서울대 서양사학과를 1년 동안 다니다 미국으로 건너가 브라운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1994년 귀국 후 한국후지쯔 유통사업부에서 1년간 일하고는 1995년 바로 전략기획실 이사로 입사했다. 부회장으로 승진한 것은 11년 전인 2006년이다. 정 부회장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대체로 우호적이다. ‘대중과의 소통에 적극적’이라는 점이 이러한 평가를 낳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은둔형 CEO’ 일색인 삼성가(家)에서 정 부회장의 행보는 이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동도 적극적이다.

 

경영스타일도 저돌적이다. 가장 최근 자료인 지난 2015년 공정거래위 자료에서 신세계는 재계순위(공기업 제외) 13위에 랭크됐다. 매출액은 20조원, 자산총액은 29조원이다. 정 부회장이 한창 경영수업을 받던 2000년과 비교하면 매출은 4.5배, 자산은 9배 늘어났다. 지난해 10월 코엑스몰 운영권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2015년과 2016년 서울시내 면세점 특허를 연거푸 따냈다. 기업 M&A(인수·합병)에도 적극적이어서 2011년부터 5년간 M&A에 성공한 기업만 14곳이고, 총 투입된 금액은 무려 1조8710억원이다. 2014년에는 10년간 매년 2조~3조원씩 투자하고 매년 1만 명 이상을 채용한다는 것을 골자로 한 그룹 경영전략 ‘비전2023’도 발표했다.

 

후계 경쟁에서 정 부회장은 여동생인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보다 한발 앞서 있다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2015년 12월 정 총괄사장이 백화점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기류는 조금 달라졌다. 정 총괄사장의 승진 이후 두 남매는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 정리를 끝마쳤다. 지난해 정 총괄사장은 본인이 소유한 이마트 지분 2.52%(70만1203주) 전부를 오빠인 정 부회장에게, 정 부회장은 신세계 지분 7.32%(137만9700주)를 정 총괄사장에게 넘겼다. 이로써 현재 정 총괄사장의 신세계 지분율은 2.51%에서 9.83%로, 정 부회장의 이마트 지분율은 7.32%에서 9.83%로 늘어났다. 외형상으로만 보면 정 부회장은 이마트, 정 총괄사장은 신세계를 독립적으로 경영한다. 한 대형 증권사 유통담당 애널리스트는 “후계자 간 경쟁을 부추기는 삼성가의 가풍을 설명하는 인사”라면서 “기업 경영에 본격적으로 나선 정 총괄사장으로선 지금부터 확실한 성과를 보여줘야 하는 당면과제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현재 신세계·이마트 최대주주는 지분 18.21%를 보유한 어머니 이명희 회장이다. 이 회장이 두 사람 중 한 명에게 지분을 몰아주면 후계구도는 그걸로 끝난다.

 

그런 점에서 지난해 12월 신세계 대구점 오픈식에 정 총괄사장이 모습을 드러낸 것은 시사점이 있다. 그가 대중에게 모습을 드러낸 것은 1996년 입사 후 20년 만에 처음이다. 임원 인사도 직접 챙겨 앞으로의 행보를 주목하게 만든다. 면세점사업을 총괄하는 신세계DF 신임 대표에 정 총괄사장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손영식 사업총괄 부사장을 내정하고, 패션·뷰티 계열사인 신세계인터내셔날 대표에는 차정호 전 호텔신라 면세유통사업 총괄부사장을 영입했다. 정 총괄사장의 등장에는 이 회장의 뜻이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직 유통업계 고위관계자의 설명이다. “삼성가에서 독립해 보란 듯이 회사를 키운 이 회장 입장에서는 딸인 정 총괄사장에게 큰 기대를 걸어볼 수 있으며, 이미 삼성의 경우 이부진·이서현 사장이 전면에 나서 경영하고 있는 것도 정 총괄사장을 경영일선에 내세운 이유라고 봐야 한다.”

 

 

정유경 등장으로 신세계그룹 내부 셈법 복잡

 

정 총괄사장의 등장으로 신세계그룹 내부의 셈법은 복잡해졌다. 특히 백화점 산하 계열사들의 임원들은 ‘신세계 미래=정용진’이라고 생각했는데 느닷없이 정 총괄사장이 등장하면서 어느 쪽에 줄을 서야 할지 복잡해졌다. 정 총괄사장의 부담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최소한 오빠인 정 부회장 수준의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감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야만 경영권 승계에 필요한 정당성이 확보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 총괄사장을 둘러싼 기업 환경은 녹록지 않다. 우선 주력인 백화점 매출은 성장세가 꺾였다. 영업이익은 2011년 2139억원에서 2016년 1979억원으로 줄었다. 서울예고·미국 로드아일랜드디자인학교에서 그래픽디자인학을 전공한 정 총괄사장은 사장 취임 전까지는 주로 전공과 관련된 신세계인터내셔날에서 일했는데, 산하 브랜드인 톰보이는 지난해 3분기 매출 232억원을 기록하며 2분기 259억원에 비해 소폭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14억원으로 적자 적환했다.

 

백화점과 이마트, 트레이더스를 모두 집약시킨 복합쇼핑몰의 등장은 정 총괄사장에게는 고민거리로 다가온다. 하남스타필드가 단적인 예다. 하남스타필드는 자체 내 ‘명품 존’을 만들어 주요 명품 브랜드를 한데 모았다. 그러다 보니 정작 백화점 방문객 수가 많지 않다. 전체적인 운영은 정 부회장이 하는데, 평가는 자신이 받아야 한다는 것에 대해 불만을 제기할 수 있다. 계열사인 광주신세계 역시 마찬가지다. 상장사인 광주신세계의 최대주주는 52.18%를 보유한 정용진 부회장이다. 실적이 좋아지면 좋아질수록 과실은 정 부회장에게 돌아간다.

 

 결국 경우에 따라서는 광주신세계가 남매 간 경영권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 지난 1998년 신세계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광주신세계는 자본잠식에 빠지면서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그런데 이때 우선권이 있던 신세계는 자금부족을 이유로 내세우며 실권(失權)했다. 그 결과 발행된 신주는 모두 정용진 부회장 몫이 됐다. 1999년 2차 유상증자에도 참여한 정 부회장은 2002년 광주신세계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하면서 확실한 실탄을 확보했다. 참여연대 등이 편법증여를 주장하며 법원에 이의를 제기했지만 대법원이 신세계 손을 들어주면서 논란은 일단락됐다.

 

지금까지 신세계그룹은 투명 과세를 자랑해 왔다. 정용진 부회장과 정유경 총괄사장은 2007년 부친인 정재은 명예회장으로부터 회사 지분 7.82%(147만4571주)를 넘겨받았으며, 이 중 3.51%(66만2956주)를 증여세 명목으로 국세청에 현물 납부했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이 회장의 보유 지분 가치는 이마트·신세계를 합쳐 1조2000억~1조3000원에 이른다. 만약 이 주식을 증여받으려면 두 사람 모두 각자 6000억~6500억원의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상대적으로 자금 동원력이 취약한 정 총괄사장으로서는 이러한 난점을 해결하는 게 급선무다. 이에 대해 신세계 관계자는 “최대주주인 이 회장이 아직 정정해 경영승계는 먼 훗날의 이야기”라고 선을 그었다.

 

물론 정 부회장도 풀어야 할 숙제는 쌓여 있다. 야심 차게 추진하는 신사업이 성과를 내는 게 급선무다. 공교롭게도 지난 4~5년 사이 인수한 NS마트·킴스클럽마트·편의점 위드미는 모두 실적이 좋지 못하다. 프리미엄 PL(Private Label·유통업체 자체상표)을 표방하고 있는 피코크는 중소 식품업체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광주광역시와 경기도 부천에 준비 중인 복합쇼핑몰은 지역 중소상인들의 반대로 개발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마트 내 피자 매장을 열면서 관련 영세상인들의 반발을 불러온 상황에서 주류 및 식품가공 사업에 뛰어든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정 부회장의 이러한 행보는 선대 회장이 하지 못한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고민거리로 봐야 한다. “유통 마진으로 돈을 버는 신세계가 의류·식음료 제조 판매까지 챙긴다면 도대체 기업의 정체성은 뭐냐”고 말하는 극단적인 반응도 있다. 정 부회장이 주도하고 있는 프리미엄 PL 상품은 TV홈쇼핑, 온라인 등 다른 쇼핑 채널로 확대될 경우 사실상 NB(National Brand·제조업체 브랜드) 상품으로 봐야 한다.


서울시 중구 소공로 63에 위치한 신세계백화점 본점과 신세계면세점 건물 © 시사저널 박정훈


“제조사야, 유통사야?” 정체성 논란도

 

점포 수가 늘어나면서 노동계의 반발을 사고 있는 것도 해결해야 할 문제다. 지난해 10월 민주노총 산하 유통서비스전략사업단 등으로 구성된 경제민주화네트워크는 서울 성수동 이마트 본사에서 집회를 열고 “2012년 6월말 19명에 불과했던 계약직 노동자가 2016년 6월말 현재 3347명으로 늘어났다. 이는 2012년에 비해 176배가 증가한 숫자이며, 전체 이마트 직영사원 2만9644명 중 11%가 넘는 규모”라고 주장했다.

 

성장이 정체되면서 그룹 내 분위기도 뒤숭숭하다. 단적으로 지난해 11월 발표된 정기 임원인사와 관련해서도 뒷말이 무성하다. 지난해 정기인사에서 신세계그룹은 이마트 공동대표였던 김해성 부회장을 2선으로 퇴진시키고 ‘영업통’인 이갑수 사장을 단독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김 부회장은 그룹 내에서 ‘정용진의 오른팔’로 불렸던 인물이다. 그룹의 홍보를 책임졌던 박찬영 부사장도 고문으로 물러났다. 승진 1년 만에 낸 인사여서 지금도 해석이 분분하다. 김 부회장의 퇴진으로 오히려 정 부회장의 후계 체계가 확고해졌다는 평가가 많지만, 그동안 전문경영인에게 가려져왔던 경영 수완을 본격적으로 시험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시각도 있다. 또 그룹 규모를 단기간 내 지나치게 키운 것에 대해 이명희 회장이 제동을 건 인사라는 해석도 나온다. 실패로 결론 난 이마트 중국 사업을 어떻게 마무리하느냐도 중요한 변수다. 2014년 10개였던 중국 내 이마트 점포 수는 2016년 7개로 줄었다. 1997년 1호점을 연 중국 이마트는 한때 28개까지 운영됐다. 이에 경영진은 정 총괄사장의 남편인 문성욱 부사장까지 투입해 반전을 노렸지만 경쟁 심화와 임차료 증가로 적자가 누적되면서 사실상 정리 단계에 들어갔다. 문 부사장은 지난 2014년 정기인사에서 신세계인터내셔날 글로벌패션1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지난해에는 정치적인 논란에도 휩싸였다. 인터넷 언론사인 ‘팩트올’은 지난해 11월 “비선실세 최순실씨 조카인 서현덕씨가 서울 이태원에서 운영하는 핫도그 가게 ‘푸드트러커스’가 창업한 지 1년 만에 부산 신세계 센텀시티몰과 하남스타필드에 입점했는데 그 과정이 석연치 않다”고 보도했다. 서씨는 최씨 동생인 최순천씨의 외아들이다. 또 최순실씨와 관련해 의혹이 제기된 중소 화장품 브랜드 ‘존 제이콥스’가 서울 명동 신세계면세점에 입점한 것과 관련해서도 논란이 일었다. 당시 화장품업계에서는 “신생업체인 존 제이콥스가 대형 면세점에 들어간다는 것은 엄청난 특혜”라고 지적했다. 논란이 일자 신세계는 계약해지와 동시에 올 1월 중순 관련 브랜드를 매장에서 철수시켰다. 신세계 관계자는 “푸드트러커스는 두 달여간 식품 바이어가 직접 수차례 매장을 방문한 끝에 작년 1월 정식 입점을 제의했으며, 존 제이콥스 화장품 역시 신규 매장을 꾸리는 과정에서 국내 중소기업 제품을 많이 입점시키려다 보니 들어간 것”이라고 해명했다.

 

유통업 패러다임과 관련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신세계나 정 부회장은 “과거에는 물량이나 가격·품질 등을 제조회사가 주도했다면, 지금은 소비자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유통회사가 주도권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문제는 속도와 방향이다. 지금처럼 퍼스트 무버(First Mover·선도자)가 아닌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추격자)의 행보는 업종 침해라는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해외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마당에 성장에 한계가 있는 국내에서 영역을 확대할 경우 여러 관련 업계와의 충돌은 불가피하다. 듣기에 따라서는 정 부회장의 말이 ‘필요하다면 돈 되는 것은 다 할 수 있다’는 식으로 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신세계그룹의 가계도

 

ⓒ 시사저널 미술팀
신세계그룹은 1963년 11월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가 동화백화점을 인수하면서 시작했다. 상호도 그때 바뀌었다. 창업주의 막내딸인 이명희 회장이 삼성으로부터 독립한 것은 1991년이다. 이명희 회장은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한 정재은 명예회장을 중매로 소개받아 결혼했다.

 

장남 정용진 부회장은 1993년 탤런트 고현정씨와 결혼했으나, 2003년 이혼했다. 전처인 고씨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해찬군과 해인양은 현재 미국에서 유학 중이다. 2011년 5월에는 현재 부인인 플루티스트 한지희씨와 재혼했다. 그리고 한씨와의 사이에 이란성 쌍둥이 남매를 낳았다. 한씨는 한상범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딸이다. 두 사람은 한 음악회에서 처음 만나 결혼에 골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부회장은 주말이면 캐주얼한 차림으로 가족과 함께 백화점·이마트 등을 둘러보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명희 회장의 딸 정유경 총괄사장은 1996년 조선호텔 마케팅담당 상무로 입사해 현재의 자리에 올랐다. 남편 문성욱 신세계인터내셔날 글로벌패션1본부장과는 초등학교 동창으로 만나 2001년 결혼했다. 문 부사장은 미국 시카고대와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을 졸업했다. 부친은 문청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공익광고협의회 위원장이다. 문 위원장은 KBS 기획조정실장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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