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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권상집 교수의 시사유감] 방송사의 부실한 대선후보 검증

긴 시간 갖고 후보의 철학과 역량 세밀히 검증해야

권상집 동국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7.02.23(Thu) 13:00:21 | 142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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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후보 1위는 가급적 방송 토론을 피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2007년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는 당시 상대였던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의 거듭된 방송 토론 및 1대1 토론 요청을 기피하고 현장 유세에 주력했다. 5년 전에도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를 비롯한 야당 후보와의 방송 토론을 회피하기 급급했다. 그렇다 보니 대선후보의 역량 및 자질을 제대로 살펴보지 못한 대다수의 유권자들은 상당 부분 후보의 이미지에 의존해서 투표할 수밖에 없었다. 즉, ‘대기업 CEO(최고경영자) 출신이니 경제를 살리겠지’ 또는 ‘박정희의 딸이면 잘하겠지’와 같은 단편적인 결론에 도달하는 식이었다.

 

이런 문제점 때문일까. 올해 초부터 지금까지 각 방송사는 대선후보에 대한 세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여러 차례 내보냈다. 그동안 후보의 이미지에만 의존해 투표가 이뤄지다 보니 고스란히 그 피해는 유권자에게 돌아갔고, 발생된 피해 역시 대부분의 국민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컸기 때문이다. 각 당의 후보들도 대선을 앞두고 치열한 토론의 필요성을 강조한 만큼 올해는 조금 더 진지한 접근, 그리고 후보에 대한 날카로운 검증이 진행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지상파와 종편, 뉴스 채널까지 대부분의 방송은 이와 같은 국민의 요구를 감안해 주요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후보에 대한 검증을 일찍이 마쳤다.

 

2012년 제18대 대통령선거 후보자토론회에 출연한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사진 오른쪽)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운데),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선 후보(왼쪽) ⓒ 사진공동취재단


그러나 국민들의 기대와 달리 각 방송사의 대선후보 검증은 세밀한 검증을 담아내지 못했다. 대선후보들은 ‘방송=이미지’라는 불변의 등식을 의식하기라도 한 듯 일관되게 인자한 웃음과 너그러움을 보여주기에 바빴고, 각 방송사 역시 현미경처럼 날카로운 질문을 후보에게 던지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주요 방송사가 모든 대선후보 검증을 마쳤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누구 인물이 더 낫네’, ‘누가 말을 더 잘 하네’와 같은 단편적인 인상으로 후보의 역량을 판단하고 있다. 이는 대선에 출사표를 던진 후보들의 문제라기보다 방송사가 준비한 대선후보 검증 프로그램 자체의 준비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첫째, 대부분의 방송사들이 편성한 대선후보 검증 프로그램은 짧게는 20분, 길게는 1시간 분량에 그쳤다. 혹자는 각 당의 최종 후보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기에 이 정도의 대선후보 검증만 진행돼도 충분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1시간으로 해당 후보의 정책 및 자질에 대해 정치․경제, 사회․문화 등 모든 영역을 정밀하게 검증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20여분 정도 이뤄진 진행자와 대선후보의 인터뷰는 최근 후보가 언급한 메시지에 관한 얘기만 나누다 끝나는 경우가 많았고, 1시간 동안 진행된 후보 검증 역시 정치 15분, 경제 15분 등으로 짧게 끊어져 후보가 갖고 있는 각 분야의 정책과 비전의 세밀함을 깊이 있게 파헤치지 못했다.

 

둘째, 주요 패널의 준비 미숙도 문제로 드러냈다. 방송사 앵커 또는 대학 교수가 출연해 후보를 검증한 경우 자신들의 전문 분야가 아닌 영역의 검증에서는 오히려 대선후보가 더 많은 지식과 전문성을 갖췄기에 대선후보의 의견을 반박하지 못하고 경청하는 데 급급했다. 정치학 교수가 경제 또는 과학 분야에 관해 치밀하게 검증하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를 만회하기라도 하듯 모 방송사에서는 거창하게 ‘대선후보 국민면접’이라는 타이틀을 붙였으나, 패널로 등장한 이들이 방송에 자주 모습을 내비친 인물들로 구성돼 있어 연령․성별․지역․계층 등 다양한 입장에 놓여 있는 유권자들의 현실적인 궁금증을 던져주지 못했다.

 

셋째, 패널의 공정함 부족 역시 문제였다. 한 지상파 방송에서 진행된 대선후보 검증에서는 지난 대선에서 모 후보의 캠프에 참여했던 인물이 검증을 맡다 보니 공정성 시비가 일기도 했다. 또한, 지금도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종편 시사예능 프로그램의 진행자 겸 주요 패널이 대선후보들에게 각기 다른 스탠스를 취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어떤 후보에게는 지나치게 관대하게 대하다가 어떤 후보에게는 훈계를 하고 지식이 부족하다는 등의 도를 넘어선 비판을 하다 보니 시청자들로부터 패널이 공정성을 위배했다는 항의를 받기도 했다. 모 방송사에서 진행된 대선후보 검증 프로그램에서는 출연한 패널들이 한쪽으로 치우친 인물들이라며 문제를 삼은 모 후보가 출연을 번복하다가 방송사와 마찰이 생겨 다시 출연 번복을 철회하는 해프닝까지 발생했다.

 

결과적으로 여러 방송사에서 대선후보 검증을 마쳤지만 여전히 각 후보가 자신이 제시한 정책을 어떤 과정을 통해 어떻게 실행할 것인지, 가령 사드 배치로 발생한 미국과 중국 사이의 갈등에서 우리는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지 등에 관한 구체적인 해법을 듣지 못했다. 안희정 충남지사의 경우 사드 배치는 미국과 이미 합의된 사안이기에 준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했다. 이에 대해 패널이 “그렇다면 중국이 점점 거세게 경제적 압박을 가할 텐데 어떻게 대응하겠느냐”라는 질문에 그는 “중국을 잘 설득하겠다”라는 원론적인 답변으로 일관했다. 1시간 동안 짧게 이뤄진 검증이다 보니 패널 역시 재차 반론도 하지 못하고 다른 이슈로 흐지부지 넘어가고 말았다. 물론 안 지사가 아닌 다른 후보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대선후보 검증은 후보의 메시지와 생각을 단순히 듣는 자리가 아니다. 국내 방송사들이 진행한 후보 검증은 쌍방향 토론이 아닌 후보에게 질문을 던지고 후보가 해당 질문에 답하고 다른 이슈로 넘어가는 1차원적인 논의에 그쳤다. 그러다보니 직면한 여러 이슈에 대해 대선후보가 어떻게 이를 풀어가고, 국내외 정세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경제위기 해법 및 성장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적 혜안을 갖고 있는지 살펴보지 못했다. 국민들의 요구는 ‘잘 설득하겠다’ 또는 ‘잘 넘어서겠다’가 아니라 ‘어떻게 설득하고 어떻게 넘어설 것인지 구체적으로 밝혀 달라’는 것이다. 다른 국가를 잘 설득하겠다, 충분히 상대와 논의하겠다는 모호한 정치적 메시지는 학생회장 선거에 출마하는 학생들도 할 수 있는 원론적인 얘기이기에 그렇다.

 

아울러, 대선후보 검증은 후보의 철학과 생각도 중요하지만 해당 후보가 지닌 역량을 검증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직면한 현안에 대해 어떻게 의사결정하고 어떤 과정으로 문제를 풀어나갈지에 관한 구체적인 의사결정 방식과 문제해결력에 초점을 두고 검증하지 않으면 부실한 역량을 지닌 대통령이 또 다시 선출될 수 있다. 미국 기업에서 차기 CEO를 선출할 때 그리고 미국 언론에서 대선후보를 검증할 때 후보의 철학과 신념도 자세히 평가하지만 후보가 지난 세월 동안 보여준 역량과 성과에 대해서 가혹할 정도로 검증을 하는 이유는 문제를 해결하는 역량 레벨은 리더 수준에 도달하면 더 이상 쉽게 향상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앞으로 각 당의 최종 후보가 확정되면 지금과 같이 대선후보의 메시지만 경청하는 이미지 검증은 배제돼야 한다. 조금 더 타당한 검증이 진행되려면 반드시 선행돼야 할 세 가지가 있다. 첫째, 각 영역 별로 해당 분야의 전문성을 지닌 패널이 출연해 각자 자신이 맡은 영역에 대해 후보를 세밀하게 검증해야 한다. 아니면 정말 국민 면접에 걸맞게 더 많은 국민을 대상으로 후보와 국민이 긴 시간 동안 공개 토론을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특히, 후보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끝나는 방식이 아닌 후보의 의견과 정책에 대해 반박하고 반론을 이어가면서 후보의 공약 완성도와 정책의 깊이, 그리고 방향을 검증해야 한다.

 

둘째, 검증 시간이 더 많이 확보돼야 한다. 지금과 같이 1시간 동안 진행되는 검증으로 대선후보의 역량과 자질을 모두 밝힐 수는 없다. 최소한 2시간 또는 그 이상의 시간을 갖고 다양한 기준으로 후보가 얼마나 준비가 잘돼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셋째, 후보의 철학과 신념 외에 역량에 대해 더 많은 분석적 검증이 필요하다. 앞서 말한 대로 리더의 역량은 한번 형성되면 거의 변하지 않는다. 누가 진짜 문제 해결력이 높고 의사결정 역량이 탁월한지 밝혀야 한다. 후보의 역량을 검증해야 진짜 실력 면에서 이른 바 내공을 쌓은 후보가 누구인지 국민이 가려낼 수 있기 때문이다. 방송사의 대선후보 검증 프로그램 개선이 대대적으로 필요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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