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살된 김정남에 사용된 화학물질이 신경작용제인 ‘VX’로 드러났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2월24일 김정남의 눈과 얼굴에 묻은 독성물질이 VX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VX는 10mg만 투입돼도 치명적일 정도로 독성이 강하다. 이 물질은 호흡기, 피부 상처 등으로 흡수된다. 만일 피부에 묻었을 때 물이나 식염수로 씻어내면 독성을 제거할 수 있다. 김정남을 공격한 용의자들이 범행 직후 화장실에서 손을 씻은 것도 독성을 제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VX는 1952년 영국 화학자가 발견해 살충제로 특허를 출원했으나 인체에 치명적이라는 사실이 확인돼 상업적 용도의 사용과 판매가 중단됐다. 이후 일부 국가는 이 물질로 화학무기를 개발했다. 1988년 이라크 사담 후세인 정권이 북부 쿠르드족 거주 지역에 VX를 살포해 수천 명이 숨졌다. 유엔은 1991년 이 물질을 대량살상무기(WMD)로 규정했다. 1993년 유엔 화학무기금지협약에 따라 누구도 100g이 넘는 VX를 생산·비축할 수 없다. 각국은 VX를 폐기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북한은 이 물질을 계속 비축하고 있다는 의심을 받아 왔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김정남에게 투입된 독극물이 VX라고만 밝혔을 뿐 북한이 제조한 것인지 어디서 만들어진 것인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