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꼬리를 무는 정치 갈등 끊어야
  •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sisa@sisapress.com)
  • 승인 2017.03.08 14:18
  • 호수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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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10일 전후로 결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헌법재판소 판결에 모든 관심이 쏠려 있다. 탄핵 인용과 기각이 가져오는 결과의 차이는 말 그대로 하늘과 땅만큼이다. 헌재 결정에 대한 관심이 단순한 호기심이 아닐진대 그 이후에 발생할 문제에 대해 미리 대비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3·1절에 광화문 주변에서 열린 양측 집회 참가자들의 표정은 결의에 가득 차 있었다. 헌재 판결에 실망한 집단의 좌절과 분노가 어떻게 저항 행동으로 표출될지 심히 우려된다.

 

헌재 판결에 따라 직면하게 될 상황을 예상해 보자. 탄핵이 기각될 경우 대통령의 직무복귀와 동시에 대선 판세가 급변한다. 문제는 지지율이 극히 낮은 대통령의 통치능력이다. 대통령 개인으로서는 명예회복이 되겠지만 다수의 국민이 대통령의 정통성을 거부한다. 여기에 야권 대선후보들은 대통령과 대립각을 더 날카롭게 세울 것이다. 대선이 멀어진 것 같지만 대선 6개월 이전부터 선거기간이므로 6월부터 대선의 막이 오른다. 오히려 정치권의 긴장감과 갈등은 끝없이 상승한다.

 

© 사진공동취재단

또한 대통령이 복귀했지만 지금까지 밝혀진 불법사실로부터 면죄부를 받는 것은 아니다. 이미 기소된 많은 사건들에대한 대통령의 관련 정도와 그에 따른 대통령의 형사적 책임이 재임기간 동안 계속 제기될 것이다. 현직 대통령이 재판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는 의구심도 제기될 것이다. 지난해 10월에 제기된 대통령 관련 비리 사건이 1년도 넘게 대한민국을 지배하는 꼴이다.

 

헌재가 탄핵을 인용한다면 대통령직에 따른 모든 특권이 사라진다. 따라서 관련자들과 함께 사법적 처벌 대상이 된다. 비리 사건 관련자들 다수가 구속된 상태에서 형평성을 따진다면 대통령도 구속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될 것이다. 다른 한쪽에서는 전직 대통령이 수의를 입고 포승줄에 묶인 모습이 언론에 비치는 것은 국가적 망신이라는 정서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현재 탄핵에 반대하는 시민들 중에는 대통령의 잘못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잘못은 했지만 탄핵될 정도는 아니라고 보는 이들이 꽤 된다.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탄핵만으로도 충분한 처벌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구속 여부가 탄핵 이후에 또 다른 갈등 이슈가 될 것이다.

 

지난 연말 필자가 실시한 2차례 여론조사에서 ‘대통령이 사퇴하면 사법적 처벌을 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두 번의 조사 모두에서 사법적 처벌에 반대하는 응답은 20%에 미치지 못했다. 하물며 스스로 사퇴한 것이 아니라 탄핵된 상황이라면 자기반성이 없었다는 점에서 처벌을 찬성하는 의견이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대선 과정에서 후보들은 향후 박근혜 대통령 사면에 대한 질문을 받게 될 것이다. 당면한 국가적 과제가 산적해 있는데 선거가 전직 대통령 사면 문제에 발목을 잡혀서는 안 된다.

 

언론은 입을 모아 모든 국민이 헌재 판결에 승복해야 한다고 설파하고 있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헌재 결과를 수용하는 것으로 문제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갈등에 직면하게 된다. 국가를 걱정한다면 더 이상 탄핵 갈등이 확대 재생산되지 않아야 한다는 공감대 형성이 급선무다. 

 

●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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