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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단독] 홍콩 한인사회 울린 ‘광산업계의 조희팔’

최모씨, 홍콩 광산 투자기업 SMG 통해 수천억 사기 의혹 홍콩 거주 한인 투자자들 울리고 잠적해

박준용 기자 ㅣ juneyong@sisapress.com | 승인 2017.03.15(Wed) 10:31:51 | 143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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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한인사회가 지금 한국인의 수천억원대 광산 사기로 들썩이고 있다. 이른바 ‘광산업계의 조희팔 의혹’으로 불리는 사건이다. 시사저널 취재 결과, 홍콩과 한국 수사 당국은 광산 투자기업 시베리아마이닝그룹(SMG)의 대표였던 한국인 최아무개(47)씨의 수천억대 배임·사기 혐의에 대해 수사에 나선 것으로 드러났다.

 

외신과 홍콩 소식통, 그리고 홍콩 법원 등에 따르면, SMG의 전 대표 최씨와 동업자 임아무개씨 등은 허위 평가 보고서를 통해 보유 광산 가치를 부풀린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최씨는 부풀려진 광산 가치를 기반으로 수천억원대 투자금을 모으고, 8000억원대 전환사채를 허위 발행한 혐의도 받고 있다. SMG의 투자자들은 최씨에게 “허위 광산 가치 보고서를 기반으로 대규모 전환사채를 발행해 주주들을 속였다”며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아울러 최씨가 한국의 금융기관에 진 빚에 대해 예금보험공사(예보)가 회수작업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깡통광산’으로 8000억대 전환사채 발행

 

예보에 따르면, 광산 투자 사기 의혹의 발단은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최씨 등은 2008년 홍콩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SMG를 인수했다. SMG의 소재지는 조세회피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다. SMG는 원래 석유회사였는데, 최씨는 이 회사를 광산 투자기업으로 바꿨다. 그리고 최씨의 SMG는 여러 실소유 회사를 통해 토마토저축은행으로부터 약 387억원을 빌렸다. 그 자금으로 SMG는 러시아 케메로보 지역의 라피 광산(Lapichevskaya) 채굴권을 매입했다. 매입액은 약 200만 달러(약 20억원)로 추정된다. 당시 광산 채굴권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했던 이유는 이곳이 이미 수익성을 이유로 한 차례 폐광(廢鑛)된 바 있기 때문이다.

 

2009년, 최씨의 SMG는 보유한 라피 광산 채굴권을 기반으로 3000억원대 전환사채를 발행했다. 또 이를 주식으로 전환해 일반투자자에게 매각했다. 소액주주들은 2000억~3000억원을 들여 SMG 주식을 샀다. 투자자 대부분은 홍콩 거주 한국인들이었다. 예보에 따르면, 현금이 생긴 최씨 측은 관계사를 통해 이 돈을 ‘리테아’라는 또 다른 최씨 실소유 회사로 옮겼다. 최씨 관계사 리테아는 다시 약 172억원을 들여 아르헨티나 살타주(州)의 리튬 광산인 포주엘로스 염호(鹽湖·소금호수)를 매입했다. 최씨는 토마토저축은행에서 빌린 자금으로 아르헨티나와 러시아 두 곳의 광산 주인이 된 셈이다.

 

이후에도 최씨는 SMG가 보유한 광산 가치를 담보로 지속적으로 전환사채를 발행했다. 2010년에는 400억원대 전환사채를 발행했고, 2013년에는 4700억원어치를 발행했다. 이렇게 최씨의 SMG가 라피 광산 채굴권을 기반으로 발행한 전환사채의 규모는 총 8100억원어치에 이른다. 리테아는 포주엘로스 염호의 가치를 바탕으로 한국 기업 포스코와 투자협약을 맺기도 했다.

 

이런 최씨의 전환사채 발행·투자 협약들은 광산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허위 보고서 덕분에 가능했다. 통상 광산기업은 광산 채굴 가치에 대한 평가로 투자를 이끌어낸다. 최씨가 매입한 광산을 평가한 보고서는 두 광산의 가치가 높다고 분석했다. 이 보고서를 작성한 인물은 홍콩에서 광산 전문가로 알려진 홍콩인 조아무개씨다. 그는 라피 광산에 대해 폐광이 아닌 “채굴이 보장된 1491만 톤의 석탄이 매장돼 있는 곳”이라고 평가했다. 조씨는 포주엘로스 염호에 대해서도 “매장량이 150만 톤에 달하는 수익성 있는 광산”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조씨의 광산 가치 평가는 신빙성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최씨 관계회사 관련 소송에서 확인됐다. 홍콩 법원은 지난해 6월 라피 광산에 대해 “조씨의 보고서에 관계된 어떤 사업도 조씨의 (전문성) 결격을 무시한다면 직무유기가 될 것”이라며 조씨의 보고서는 사실이 아님을 판시했다. 리테아의 포주엘로스 염호 가치를 평가한 조씨의 보고서에 대해서도 지난해 9월 홍콩 법원은 “신뢰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홍콩 법원은 리테아 채권자들이 “조씨의 기술 보고서가 평가한 리튬 광산의 가치를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한 부분도 인정했다.

 

 

SMG 지분, 코스닥 업체 회장이 매입

 

이 기술보고서를 작성한 전문가 조씨조차 자신의 광산 가치 평가를 철회했다. 그는 지난해 “SMG에 제공한 ‘라피 광산’에 대한 보고서를 철회해 달라”고 SMG 측에 밝혔다. 조씨는 또 “허위로 포주엘로스 염호를 평가했다. 광산의 가치가 과대평가됐다”면서 “포주엘로스 염호는 해발 4000m에 있어서 설비도 가동될 수 없고, 노동자도 일하기 어렵다. 사업은 달에 금을 캐러 가는 것과 같다. 리테아 최대주주였던 최씨의 소개로 기술 보고서를 작성하게 됐다”고 밝혔다. (1월23일자 시사저널 온라인판 보도 ‘포스코 깡통광산 투자 은폐 의혹’ 기사 참조) 이를 두고 한 SMG 투자자는 “조씨가 광산 투자자들의 압박과 죄책감 탓에 기존 입장을 바꿨다”고 말했다.

 

통신사 블룸버그는 지난해 조씨가 광산을 평가할 전문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한 바 있다. 이 의혹 제기는 호주광산협회에서 나왔다. 보도에 따르면, 광산업계 전문가 단체인 호주광산협회는 ‘학력 의혹’을 이유로 조씨의 회원자격을 박탈했다. 블룸버그는 “조씨는 2010년 코스타리카의 한 대학에서 응용지질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하지만 (우리가) 보낸 이메일(질문)에 대한 학교 측의 답신이 없었고, 조씨가 이수한 학교는 웹사이트에 전화번호도 나오지 않았다”면서 “조씨는 자신이 필리핀의 한 대학 분교의 교환교수라고 주장하지만, 해당 학위 강좌는 2015년 11월에 폐쇄됐다”고 보도했다. 학위 무단 수여가 적발돼 폐쇄됐다는 것이다. 조씨는 블룸버그를 통해 “코스타리카 대학에서 3년 동안 온라인 교육을 받았다. 지식이 중요하고, 학교의 순위는 무의미하다”고 주장했다.

 

2013년까지 ‘깡통광산’을 기반으로 무수한 전환사채를 발행한 SMG는 이후 어떻게 됐을까. 한국 검찰수사에서 SMG 소유권의 행방이 드러났다. 최씨는 이 회사의 경영권을 김영준 이화전기 회장에게 넘긴 것으로 조사됐다. 김 회장은 ‘이용호 게이트’의 배후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용호 게이트’는 2000년대 초 이용호 전 G&G그룹 회장이 주가를 조작해 시세차익 수백억원을 챙긴 정관계 유착 비리를 말한다. 김 회장은 수십억원대 회삿돈 횡령·배임 혐의로 2015년 10월 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김 회장이 최씨로부터 SMG 지분 45%를 인수하고, 이 과정에서 그가 보유한 계열사 자금 약 86억원이 SMG 인수·운영비용으로 빼돌려진 것으로 파악했다.

 

검찰수사를 통해 드러난 SMG의 적자는 상당했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 기록한 누적 손실은 4751억원에 달했다. 대다수가 소액주주의 투자 피해액으로 추정된다. 포주엘로스 염호를 보유한 리테아 역시 파산했다. 리테아에 수십억원을 빌려준 홍콩의 헤지펀드는 “평가된 리튬 광산의 가치를 신뢰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리테아가 포스코와 체결한 투자계약도 깨졌다. 포스코 측은 “최근 리테아와 계약을 파기한 것은 사실이지만, 리테아의 잘못이었다. 포스코의 손실 없이 상황이 종료됐다”고 밝혔다. 최씨의 광산 사업에 투자한 이들은 재산을 찾기 위한 소송에 나섰다. 투자자들은 2013년부터 최씨를 한국과 홍콩 수사 당국에 수천억원대 사기·배임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최씨의 소재가 불분명해 수사 진척은 더딘 상황이다. 홍콩에서는 최씨와 관련자에 대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수십 건이 진행 중이다.

 

예금보험공사는 잠적한 최아무개씨의 빚 1000억원에 대한 환수에 나섰다. © 시사저널 이종현


예보도 1000억 환수 위해 최씨 행방 추적

 

현재 잠적한 최씨의 행방을 쫓는 이들 중엔 한국의 준정부기관 예보도 있다. 최씨에게 돈을 빌려준 토마토저축은행이 2012년 파산하자 예보가 대신 채권 회수작업에 나선 것. 예보는 그간 최씨에 대해 미국 뉴욕·중국·홍콩·한국 등지에서 채권 환수소송을 제기해 모두 승소했다. 예보가 최씨에게서 환수할 금액은 최소 1000억원을 넘는다. 현재 예보는 최씨 가족 명의로 된 뉴욕 맨해튼의 44억원대 부동산 등을 자산 동결 조치한 상황이다. 아울러 예보는 2015년 말 동카리브 대법원에 최씨에 대한 채권 회수를 위해 “버진아일랜드에 있는 최씨의 자산에 대해 동결 명령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요청서를 보면, 예보는 “(최씨의 자산을 동결하지 않으면) 최씨가 설립한 다른 관할의 회사에 우리가 받아야 할 돈을 숨길 것은 당연하다”고 적시하고 있다.

 

예보는 홍콩 법원에도 최씨의 자산에 대한 동결 명령을 요청했다. 예보 측은 “(최씨 소유의) 코디아·골드윈 등 SMG의 자금이 흘러간 회사는 처음부터 법적 조치를 피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회사로 보인다. 이 회사들은 최씨가 소유했거나, 그를 대신해서 차명 보유되고 있다. 특히 버진아일랜드 소재 회사들은 주소가 같고 최씨의 개인 회사로 확인된다”면서 “최씨가 차명 회사를 관리하기 위해 임씨 등 조력자로 보이는 인물들을 관계사들의 대표로 임명했다. 이 때문에 리테아의 아르헨티나 리튬 광산 채굴권, 리테아 주식 등을 동결하는 명령을 내릴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시사저널은 이 같은 사실들을 확인하기 위해 최씨에게 이메일 등으로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다. 현재 주인이 바뀐 홍콩의 SMG 측은 이 문제에 대한 반박자료에서 “지난 2년간 주주 측의 소송 제기에서 회사에 부정적인 판결이 내려진 적은 없다”면서 “남은 소송들도 부채 규모에 영향을 주는 불리한 부분은 없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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