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논란이 된 ‘박근혜의 7시간’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17.03.22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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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서 열람에만 역대 최장인 7시간 할애…세월호 7시간과 비교한 지적도

박근혜 전 대통령이 뇌물 수수 등 13개 혐의에 대한 검찰 조사를 마치고 3월22일 아침 삼성동 사저로 귀가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전날 밤 11시40분경 끝났다고 전해지면서 새벽 3시 전후 귀가할 것이라고 알려졌으나, 조서를 추가 검토하게 되면서 귀가 시간이 늦춰졌다.

 

박 전 대통령은 조사 과정에서 자신이 받는 모든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적극적으로 방어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본인은 전혀 개입하지 않아 모른다거나, 관여했더라도 정상적 국정 운영의 일환이었을 뿐 최순실씨의 사익을 챙길 의도가 전혀 없었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진다.

 

형사소송법상 조서는 피의자가 이의를 제기하거나 의견을 진술할 경우 추가로 이를 기재할 수 있다. 이의나 이견이 없을 경우 취지를 자필로 적고 조서에 간인(앞 뒤 페이지를 겹쳐 도장을 찍는 것)을 한 뒤 기명날인하고 서명하는 절차로 마무리하게 된다. 조사 내용이 길지 않은 일반 사건의 경우 조서 열람은 1~2시간 내로 끝난다. 

 

14시간 동안 검찰 조사를 받은 박 전 대통령의 피의자 신문조서는 분량이 문답을 합쳐 총 수백페이지에 달한다. 때문에 박 전 대통령과 변호인단은 조서를 검토하는데만 7시간이 넘는 시간을 할애했다. 조서 열람에만 7시간이 걸린 것은 역대 최장으로 거론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3월22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암지검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마친 뒤 검찰을 나서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2009년 13시간 동안 검찰 조사를 받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조서 열람에 2시간 50분을 할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횡령과 배임 등의 혐의로 18시간이 넘는 조사를 받았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한국어 독해에 어려움을 겪어 조서 열람에 4시간 가량을 소요했다.

 

실제로 박 전 대통령은 자신의 조서를 들여다보며 검찰 측에 여러 곳의 수정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의 조서 열람이 7시간 가까이 이어진 데 대해 “조서가 완성된 뒤 변호인과 상의해서 문답에 대해 하나하나 꼼꼼하게 살피고 세밀하게 보신 것 같다”고 언급했다. 또 “성격이 아주 신중하고 꼼꼼한 분인 것 같다”며 “박 전 대통령이 조서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일부 문구나 표현이 수정된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 측 유영하 변호사도 “조서 내용이 많아 검토할 부분이 많았다”며 “검토 과정에서 여러 곳이 실제 발언과 취지가 달라 수정을 요구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14시간의 조사 시간을 감안하더라도 조서 검토에 절반이 넘는 7시간을 할애한 것은 너무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검찰이 조서에 기록한 자구와 토시 하나까지 따지며 법정 공방에 대비했다는 얘기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조서 내용을 놓고 수정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검찰과 마찰이 컸던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3월22일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조서 검토가 밤새 지속된 것은 세간에서 화제가 된 박 전 대통령의 화법과 관계가 되지 않나 추정된다”며 “일종의 번역 작업이 밤새 이뤄진 게 아닌가 싶다”고 꼬집었다. 심 대표는 “한 문장으로 주어와 술어가 연결돼야 하는데(그게 안 되지 않느냐)”며 “(조서를) 글로 읽으면 법정에 나가기 곤란하지 않겠느냐”고 언급하기도 했다. 

 

특히 세월호 시험인양에 들어간 오늘, 세월호 사태 당시 7시간 동안의 대처와 조서 열람 7시간을 비교한 지적도 나오고 있다. 양순필 국민의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자신의 구속 여부와 형량을 가릴 법정 증거인 조서를 검토하는데 7시간 넘게 매달린 것은 방어권 차원에서 인정할 수 있다”면서도 “수백 명의 국민들이 생사의 갈림길에 놓여 있던 절체절명의 세월호 7시간 동안 보여준 박 전 대통령의 태도와 어제 조서 검토에 집중한 7시간의 모습 사이에는 극명한 차이가 있다”고 비판했다. 

 

또 “박 전 대통령이 어제 7시간 동안 발휘한 절박함과 집중력으로 세월호 승객 구조에 나섰다면 엄청난 참사를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라며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자신의 안위를 위해 혼신을 다한 조서 검토 7시간과 머리 손질 등으로 구조 골든타임을 허비한 세월호 7시간은 달라도 너무나 달랐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의 조서 내용을 수사기록과 대조한 뒤 구속영장 청구 등 신병처리를 최종적으로 결정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신병 처리 방향·시점과 관련해 “아직 전혀 결정된 바 없다”면서 “조사 내용을 면밀하게 검토해 증거법 등 법과 원칙에 맞게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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