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기소년 해양수산부의 ‘세월호 인양 시기’ 번복의 역사
  • 김회권 기자 (khg@sisajournal.com)
  • 승인 2017.03.23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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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4월’이 ‘2017년 3월’로 되기까지

3월23일, 세월호가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2014년 4월16일 전남 진도에서 침몰됐으니 거의 3년 만에 수면 위로 올라왔습니다. 이쯤에서 한 번 정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자마자 해수부가 발표한 세월호 인양 계획은 시급히 해야할 일이지만, 왜 지금까지 시급히 하지 못했나를 되묻게 만듭니다. 물론 탄핵 직후라는 시점이 주는 오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금방 끌어올릴 걸 왜 여태껏 하지 못했나”라는 질문은 지금 이 순간 누구나 가질법합니다. 3년이라는 시간동안 박근혜 정부는 왜 끌어올리지 못한다고 얘기했을까요. 박근혜 정부의 세월호 인양과 관련한 얘기들을 거슬러 올라가 보죠.

 

3월23일 세월호 침몰 해역인 전남 진도군 동거차도 앞바다에서 침몰한지 1073일만에 세월호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 해양수산부 제공

 

 

#1. 사건 초기, 2개월이 3~6개월로

 

세월호가 침몰한 뒤 직후부터 선체 인양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합니다. ‘마린 인더스트리’라는 업체 기억하시나요. ‘언딘’이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진 업체죠. 세월호 선사 청해진 해운과 실종자 수색 및 인양 계약도 체결했던 곳입니다. 특혜 의혹 등으로 구설에 오르자 언딘은 인양 계획에서 빠지게 됩니다. 

 

부실한 재난대응으로 비판받던 정부는 언딘이 빠지자 선체 인양작업을 주도할 업체를 찾기 위해 해외로 눈을 돌립니다. 인양을 위한 주변 작업과 장비 등에 있어 국내업체들로는 한계가 있다는 게 정부의 의견이었습니다. 그리고선 세월호 인양을 위한 제안서를 제출하라고 다수의 해외 업체에 비공식적으로 통보했습니다. 정부의 인양 예상 일정도 길어집니다. 2개월이면 될 것이라고 했던 세월호 인양을 두고 정부는 30∼40m에 달하는 사고해역 수심 등을 고려할 때 최소 3∼6개월이 걸릴 것이라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2. 해수부 자료에 나타난 인양 기간 1년

 

2014년 6월, 정진후 정의당 의원이 해수부에서 제출받은 자료가 공개됐는데, 해수부는 4월30일부터 인양 준비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자료에 따르면 해수부는 여러가지 상황을 반영한 결과, 인양 기간은 298~386일, 비용은 830억~1080억원이 들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정 의원의 자료대로라면 길어봐야 6개월 안에는 될 거라고 얘기됐던 세월호 인양이었지만 정부는 이미 더 오래 걸릴 것이란 사실을 알고 있었단 뜻이 됩니다.

 

2014년 7월1일 세월호 침몰사고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 증인으로 참석한 이주영 해양수산부장관. 이때만 해도 인양 여부조차 결정되지 않았다. ⓒ 시사저널 이종현

 

 

#3. 수색 종료 때 밝힌 정부의 인양기간은 ‘1년’

 

2014년 11월11일, 정부는 “오늘부로 수색을 종료한다”고 밝혔습니다. 문해남 해양수산부 해양정책실장은 같은 날 “이르면 1년 정도 걸린다고 전문가들이 이야기한다”고 말했습니다. 앞선 정진후 의원실의 자료에 나온 기간도 대략 1년이었습니다. 세월호 사고 유가족들이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세월호 인양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워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인양 여부를 두고 논란이 벌어졌습니다.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대표적입니다. 비용이 많이 들고 시간도 많이 걸리니 인양하지 않는 것도 하나의 방법으로 열어놓고 논의해야 한다는 논리였습니다. 수색작업도 주먹구구식이었으니 적어도 인양만은 투명하고 차분한 공론화 작업을 거쳐 합리적 방안을 마련해야 했는데 정부는 명확한 방향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세월호 국조특위에 참석한 유가족들. ⓒ 시사저널 이종현

 

 

#4. 2015년이 돼도 인양여부를 두고 갑론을박 중

 

‘세월호 선체처리 관련 기술검토 TF’팀이 만들어졌는데 2014년 12월에 실시하려고 했던 현장조사는 결국 해를 넘겨 2015년 1월에 실시됐습니다. 수중수색을 중단한지 3개월이 지난 시점이었지만 이때도 정부는 조사만 할 뿐 세월호를 인양할지 말지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습니다. ‘세월호 절단없이 통째로 인양 가능하다’는 언론 보도에는 2015년 2월7일에 반박 자료를 내며 “세월호 인양이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린 적이 없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주영 전 장관이 물러나고 후임으로 지명된 유기준 당시 해수부 장관 후보자는 “4월쯤에 기술적 검토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이는데 그것을 바탕으로 국민들의 여론을 수렴하겠다”고 했습니다. 참사 1주기가 다 돼 가는데도 선체 인양에 관한 명확한 계획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1주기가 지난 2015년 4월22일, 해수부는 장관이 직접 나서서 “세월호를 인양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습니다. 인양 시기에 대해서는 인양업체를 선정하고 설계에 들어가면, 대략 9월말에서 10월 정도가 돼야 실제 수중 작업에 착수할 수 있고, 1년~1년6개월이 걸린다는 게 해수부의 공식 설명이었습니다. 세월호 침몰사고가 발생한지 1년 만에, 실종자 수색중단을 선언한 지 5개월만에 와서야 세월호 인양이 결정됐습니다.

 

3월23일 오전 세월호 침몰 해역인 전남 진도군 동거차도 앞 바다에서 중국 인양업체인 상하이샐비지의 재킹바지선이 세월호 인양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5. 2016년 7월→8월→9월→10월→12월

 

중국 업체인 상하이 샐비지가 세월호 선체 인양 작업의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건 2015년 7월이었습니니다. 해수부는 1년 뒤인 2016년 7월까지 인양을 완료하겠다는 계획을 공개적으로 밝혔습니다. 하지만 인양의 첫 과정인 선수들기 작업부터 미뤄지기 시작했습니다. 게다가 이 과정에서 선체 두 곳에 손상까지 생겼습니다. 2016년 7월은 곧 8월로 미뤄졌고 9월로 또 연기됐습니다. 너울과 파도 같은 기상 여건에 대한 고려 등 준비 부족이 아니냐는 지적이 빗발쳤습니다. 

 

약속했던 9월이 왔지만, 선미 리프팅빔 설치 공정이 당초 완료 목표일이던 8월 말을 넘겨 한 달 넘게 지연되고 있다고 해수부는 밝혔습니다. 10월 말로 그렇게 또 연기가 되더니 어이없는 일이 벌어집니다. 선체 인양 방식을 바꾸는 결정을 내립니다. 해수부가 발족 시킨 기술 TF의 보고서가 예측한 위험요인들이 현실로 나타났고 결국 상하이 샐비지를 선택한 해수부의 판단이 잘못된 걸 공개적으로 선언한 셈이었습니다. 해수부는 10월을 또 다시 2016년 12월말로 바꿉니다.

 

 

#6. 해수부의 번복, “2017년에 가능”

 

11월, 결국 해수부는 이렇게 말합니다. “연내에는 사전 작업만 하고, 선미들기는 내년에야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공식적으로 또 한 해를 넘기겠다는 얘기였는데, 동절기로 접어들면서 기상이 악화하는 등 작업 여건이 좋지 않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결국 올해 안 인양은 불가능하며 일러도 내년 4월에나 인양이 가능하다고 인양 계획을 번복했습니다. 그렇게 돌고 돌아 세월호는 2017년 3월에 와서야 모습을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된 셈입니다.

 

선체 인양이 연기된 이유는 따지고 보면 예측 가능한 문제들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생긴 일이 많습니다. 2014년 4월에 결정된 인양 방법으로 되돌아간 것만 봐도 그렇습니다. 이 방법은 입찰과정에서 떨어진 기술평가 1위 업체의 인양방법이기도 합니다. 애초 1위 업체를 선정하지 않은 것에 대한 의문도 여전히 풀리지 않습니다. 이러다보니 세월호 인양 지연이 고의라는 의혹이 세간에 떠돌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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