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조타 미숙 vs 외부 충돌?
  • 안성모 기자 (asm@sisajournal.com)
  • 승인 2017.03.27 10:59
  • 호수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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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일 만에 세월호 인양되면서 침몰 원인 밝혀질지 주목

 

세월호가 드디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진도 앞바다에 잠긴 지 무려 1073일 만이다. 인양작업이 순조롭게 이뤄진다면 4월초 목포신항에 선체가 도착하게 된다. 희생자 9명의 시신 수습이 가장 시급하다. 그런 후 해야 할 중요한 일이 바로 세월호 침몰의 원인 규명이다.

 

세월호 선체에 대한 인양작업이 본격화하면서 3년 가까이 미궁에 빠져 있던 침몰 원인이 규명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핵심은 외부 충돌이 있었느냐 여부다. 그동안 정부는 세월호 침몰의 원인으로 화물 과적과 조타 미숙 등을 들었다. 외부 충돌은 없었다는 것이다.

 

당시 검·경 합동수사본부의 발표에 따르면, 세월호는 화물 과적과 평형수 부족 등으로 선체의 복원성이 약해진 상황에서 조타수가 우현(右舷)으로 15도 이상 타를 꺾는 변침(變針)을 40초 이상 지속해 배가 좌현으로 기울었고 부실하게 결박된 화물까지 왼쪽으로 쏠리면서 침몰하게 됐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이 쏟아졌다. 우선 선체 결함 가능성이다. 실제 이준석 선장 등 세월호 승무원들의 재판 과정에서 정부 주장에 제동이 걸렸다. 대법원은 상고심에서 조타 미숙과 관련해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조타기 오작동 등 기계 결함 여지를 남겨둔 것이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조타수 조아무개씨의 업무상 과실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렸다.

 

3월24일 전남 진도군 사고 해역에서 해수면 13m까지 떠오른 세월호가 재킹바지선과 예인선의 도움으로 반잠수선으로 이동할 준비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정부가 주장한 변침만으로 침몰 어려워”

 

정부에서 밝힌 급변침만으로 길이 146m, 폭 22m, 무게 6825톤 규모의 대형 여객선이 1시간40여 분 만에 어떻게 침몰할 수 있느냐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화물 과적이나 평형수 부족의 경우 이때만 문제됐던 게 아니라는 점에서 침몰의 직접적 원인으로 삼기에 적절치 않다고 봤다. 결국 외부의 충격 등으로 바닷물이 배 안으로 급격히 유입되지 않았다면 세월호가 이렇게 빨리 가라앉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외부 충돌 의혹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 방대한 자료를 조사해 다큐멘터리 《세월X》를 제작한 네티즌 ‘자로’는 세월호 침몰이 선체 좌현 밑바닥에서의 충돌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정부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자로는 세월호 참사 당시 레이더 영상을 근거로 제시했다.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VTS)가 보관하던 영상으로 사고 현장에서 세월호의 6분의 1 크기 주황색 물체의 궤적이 나온다. 그동안 이 물체는 세월호에서 떨어진 컨테이너로 알려졌는데 영상을 통해 확인한 결과, 컨테이너 100개를 합친 것보다 반사 면적이 넓다는 것이다.

 

이러한 지적은 세월호 참사 후 제기돼 온 ‘잠수함 충돌설’로 이어진다. 세월호 침몰 원인에 대한 갖가지 의혹이 제기되자 일각에서는 미국 또는 이스라엘 잠수함이 세월호와 충돌해 사고가 발생했다는 주장이 나돌았다.

 

정부는 사실이 아니라며 그 가능성을 일축했다. 일종의 ‘음모론’으로 본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을 단순히 음모론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갖가지 의혹이 제기되는 배경에는 정부의 불투명한 해명이 놓여 있다.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에서 조사관으로 활동한 한 인사는 “정부가 말하는 변침만으로는 침몰하기가 쉽지 않다”며 “선원들의 진술도 일치하지 않는 데다 확정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니까 의혹이 생기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황당한 설도 있지만 의혹이 제기되는 건 그만큼 국민적 관심이 높다는 것인데 사실관계에 대한 확인 없이 유언비어라고 하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다”며 “잠수함 충돌설이 맞느냐 안 맞느냐보다 지금까지 드러난 증거가 너무 미약하다는 게 핵심이다. 결국 확정적인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선체 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세월호 승무원 항소심 재판부도 “세월호를 인양해 관련 부품들을 정밀히 조사한다면 사고 원인이나 기계 고장 여부 등이 밝혀질 수도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원인 규명 위해 선체 조사 전 훼손 막아야

 

세월호 선체 조사는 별도의 위원회에서 진행한다. 3월초 세월호선체조사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법적 근거는 마련됐다. 위원회는 국회가 선출하는 5명, 희생자 가족 대표가 선출하는 3명 등 총 8명의 위원으로 운영된다. 활동기간은 위원회가 결정한 조사 개시일부터 6개월 이내이며, 4개월 이내의 범위에서 한 차례 연장할 수 있다.

 

그런데 세월호선체조사위원회가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가장 기본인 위원 선임부터 늦어졌다. 여기에다 실무를 담당할 조사관 선임이나 직원 채용 절차를 밟는 데도 시간이 걸린다. 공고를 내고 신체검사 등을 받아야 한다. 예산을 확정하고 시행령을 마련하는 절차 역시 거쳐야 한다. 서둘러도 두 달 내에 가동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예정대로라면 세월호는 4월초 목포신항으로 옮겨진다. 하지만 세월호선체조사위원회가 곧바로 조사에 나설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에 따라 조사 준비 기간에 세월호 선체가 훼손돼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정부가 인양 과정에서 제거한 세월호 좌측 선미 램프의 경우 세월호의 급속한 침몰 원인을 밝히기 위한 중요한 단서 중 하나였다는 점에서 아쉬움으로 남는다.

 

선미 램프 외에도 세월호를 인양하면서 배 안에 찬 물을 빼거나 에어백을 넣기 위해 126개의 구멍이 뚫렸다. 가로·세로 1m가 넘는 큰 구멍도 생겼다. 인양을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지만 훼손을 최소화해야 향후 보다 정확한 침몰 원인을 밝혀낼 수 있다.

인양 후 선체 절단을 어떻게 할지도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세월호를 목포신항으로 옮긴 후 여객칸을 절단해 미수습자를 수습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도 침몰 원인 규명의 열쇠가 될 수 있는 부분의 훼손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지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 장훈 4·16가족협의회 진상규명분과장은 “객실과 화물칸을 분리할 경우 침몰 원인 조사에 꼭 필요한 구역인 조타실·기관실 구역과 이어지는 배선 라인이 분리된다. 이 경우 침몰 원인일 수도 있는 선내 기계 고장을 확인할 수 없고 그 외에도 많은 증거 부위가 파손될 수 있다”며 “미수습자를 찾기 위해 객실만 떼어내 조사하겠다는 주장에는 객실 외에 조타실과 기관실 등은 조사하지 않겠다는 의도가 숨어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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