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호남대첩, 文 먼저 웃었다
  • 광주=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17.03.27 16:4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첫 격전지 광주 경선 반전 없이 마무리
이변은 없었다.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의 첫 격전지 광주에서 문재인 후보가 먼저 승기를 잡았다. 3월27일 광주여자대학교 체육관에서 열린 민주당 대선 후보 순회 경선은 오후 2시 기준 약 8000명의 대의원·당원 및 후보 지지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문 후보는 22일 투표소 투표와 25일부터 양일간 이뤄진 호남 지역 ARS 투표, 그리고 이날 진행된 대의원·당원 현장 투표를 합산한 결과, 총 14만2343표 득표 60.2%을 얻어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대역전을 꿈꿨던 안희정 후보와 이재명 후보는 각각 20.0%(14만7215표)와 19.4%(14만5846표)를 얻어 2위와 3위에 머물렀다. 첫 경선지 호남에서 승리하면서 문 후보는 그간의 ‘대세론’을 더욱 단단히 굳힌 채 충청·영남·수도권으로 이어지는 열흘간의 경선 레이스를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오후 2시부터 시작된 대회는 국민의례와 고(故)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김근태 상임고문을 위한 묵념을 진행한 후 본격적인 후보자들의 연설로 이어졌다. 최성·문재인·이재명·안희정 후보 순서대로 한 사람당 12분씩 이어진 연설에선 하나같이 호남에 대한 각별한 애정과 인연을 강조했다. 최성 후보는 “내가 경선 후보 중 유일한 호남 출신 후보”라고 강조했으며, 문재인 후보는 “지난 대선 패배는 호남의 패배가 아닌 나의 패배“라며 ”다시는 호남에 좌절을 드리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후보는 2002년 호남이 노무현 후보를 선택해 역사가 바뀌었듯이 이번엔 이재명을 선택해달라”고 호소했다.

 

 

경선보다 치열했던 후보 응원전

 

야권의 심장부이자 2002년 노풍(盧風·노무현 열풍)의 기적을 출발시켰던 곳인 만큼 각 후보자들의 캠프 역시 경선 수일 전부터 호남 민심을 잡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왔다. 문재인 캠프는 호남에 연고를 가진 캠프 인사들을 매일 호남으로 내려 보냈으며, 이재명 후보는 경선 20일 전부터 광주에 거처를 마련하고 출퇴근을 이어가기도 했다. 안희정 후보 역시 광주에서 토크콘서트와 간담회를 연이어 열며 민심을 살폈다. 

 

 

더불어민주당 제19대 대통령후보자 호남권역 선출대회가 3월27일 광주여대 유니버시아드 체육관에서 열렸다. 기호 1번 이재명ㆍ기호 2번 최성ㆍ기호 3번 문재인ㆍ기호4번 안희정 후보가 지지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정치권은 이날 광주 경선을 전체 경선 결과의 ‘바로미터’로 여겨왔다. 야권의 심장부를 놓치고 경선 승리를 기대하기란 어려울 뿐 아니라, 이후 이어지는 타 지역 경선에서 1등에게 표를 몰아주려는 심리가 당원들 사이에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정치권뿐만 아니라 각 후보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호남만큼은 양보할 수 없다”는 심리가 강하게 작용했다. 그 때문에 이날 경선의 열기 역시 대선 당일을 방불케 할 정도로 뜨거웠다. 이른 오전부터 각 후보 지지자들은 삼삼오오 전국 각지에서 모여들었다. 이내 행사장으로 향하는 복도 양끝을 가득 메운 이들은 사람들이 지나갈 때마다 후보의 이름을 연호하며 피켓을 흔들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월요일이라서 참석률이 저조하지 않을까 잠시 염려하기도 했지만 완전히 기우에 불과했다. 행사장 입구부터 열기가 어마어마하다”고 밝혔다. 실제 참석자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40~50대 중에는 직장에 휴가를 내고 참석한 이들이 상당수였다.


후보를 응원하는 이들에겐 긴장감보단 승리에 대한 자신감이 앞서 있었다. 문재인 후보 팬클럽 ‘문팬’의 운영진 김기문씨는 “과반은 거뜬하게 넘을 것이다”고 확신하며 “호남에 대한 문 후보님의 진심이 충분히 전달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전 일찍 서울에서 내려온 안희정 후보 지지자 조아무개씨는 “이기겠지만 혹 패하더라도 끝까지 지사님의 판단을 존중하고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문재인 캠프를 비판한 안 후보의 SNS 글에 대해선 “지사님이 오죽 힘들었으면 그랬겠나”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이재명 후보 지지자인 ‘손가락 혁명군’은 가장 열성적인 모습을 보였다. 의원들과 취재진이 기세에 놀라 연신 사진촬영을 할 정도로 응원이 거셌다. 열의가 넘친 나머지, 한때 응원 방식을 둘러싸고 잡음이 생기기도 했다. 경선 전 마이크를 사용해 응원하려 하자 민주당 선거관리위원이 이를 제지하는 과정에서 고성이 오갔다. 이 후보 지지자는 “문재인 쪽에 가서나 좀 통제하라”며 소리쳤고 선거관리위원은 “그쪽에 오히려 더 엄격하게 한다”며 맞섰다.


후보들의 연설 도중에도 지지자들 간의 응원 신경전은 계속됐다. 후보들이 입장할 땐 경쟁하듯 연호했으며 연설 틈틈마다 환호성으로 채웠다. 이 후보 지지자 중 일부는 문 후보의 연설 중간중간에 “이재명!”을 외치며 경계하기도 했다. 그러나 안 후보의 연설에는 박수를 보내거나 함께 “안희정!”을 외쳐주기도 하는 등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더불어민주당 제19대 대통령후보자 호남권역 선출대회가 열리는 광주여자대학교 유니버시아드 체육관에서 이재명(윗사진)후보자와 안희정(아랫사진) 후보자가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文 60% 압도적 승리…일부 “부정 투표” 반발도

 

​후보자 연설을 모두 마친 오후 3시30분부터 시작된 대의원·당원 현장 투표는 오후 5시 마감했다, 봉인된 투표함은 행사장 바로 옆에 설치된 개표실로 향해 본격적인 개표를 시작했다. 개표가 진행되는 동안 참석한 의원들과 지지자들 가운데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문재인 캠프 한 관계자는 “설마 반전이야 생기겠나”하면서도 개표 결과 발표가 다가올수록 은근한 긴장감을 내비쳤다. 최근 ‘전두환 표창’ 발언 등으로 호남에서 문 후보의 지지율이 큰 폭으로 하락한 조사 결과가 나온 바 있기 때문이다. 

 

한편 안희정 후보 팬클럼 ‘아나요’ 이수용 대표는 “선거인단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기존과 다른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투표 시간에도 응원을 멈추지 않던 이재명 지지자들도 개표에 들어간 후부턴 응원을 멈추고 초조한 마음으로 결과를 기다렸다. 

 

예정 발표 시간보다 10분가량 빠른 오후 6시45분 홍재형 중앙당선거관리위원장이 개표종료를 선언했다. 개표 결과가 하나씩 발표되자 압도적 승리를 예상한 문재인 지지자들은 일찍이 환호성을 외치며 승리를 자축했다. 

 

반면 패배한 후보 지지자석엔 실망감이 역력했다. 개표 결과 발표를 마친 후 안 후보는 지지자석으로 향해 지지자들과 악수하며 다시금 단합을 도모했다. 그러나 예상보다 낮은 득표율을 얻은 이 후보 지지석은 초상집과 다름없었다. 일부 지지자들은 “개표 조작”, “부정선거“, 문재인은 사퇴하라” 등 한바탕 고성을 내지르기도 했다. 억울하다며 통곡하거나 “안철수!”를 연호하는 지지자들도 있었다.

 

이재명 후보는 경선 직후 “의미 있는 2등을 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역부족이었던 것 같다”며 “탄핵 이후 접수된 선거인단은 이후 수도권 투표와 동시에 하기 때문에 본게임은 아직 남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희정 후보는 “충청에서 만회하고 영남에서 버텨 가장 많은 유권자 있는 수도권에서 역전하도록 하겠다”며 다시금 포부를 다졌다. 문재인 후보는 “기대 밖의 큰 승리를 거둬 감사드린다”면서 압도적인 정권교체를 약속했다.

 

첫 대결을 뜨겁게 마친 민주당은 이후 충청 29일, 영남 31일, 수도권·강원·제주 4월3일 순으로 순회경선을 이어갈 예정이다. 모든 경선을 마친 후 전체 1위 후보의 득표율이 50%를 넘지 못할 경우 4월8일 결선투표를 진행해 최종 후보를 선출한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