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산업의 희망은 ‘대기업·스타트업 공존’
  • 이승욱 시사저널e.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3.28 12:49
  • 호수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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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 ‘오픈 이노베이션, 한국 산업혁신의 길’ 주제로 제1회 스타트업 컨퍼런스 개최​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이 위기에 직면한 글로벌 경제의 새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 그리고 스타트업이 결합해 정보와 기술을 교류하는 오픈 이노베이션은 그동안 단일 기업 내부의 혁신 역량에만 의존했던 폐쇄적인 ‘클로즈드 이노베이션(Closed Innovation)’의 대안 모델이다. 또 기업 간 유기적인 결합을 통해 성장을 이뤄낸다는 오픈 이노베이션은 성장 한계의 절벽을 마주한 한국의 산업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혁신 기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시사저널이코노미(시사저널e)가 주최하고 국회 제4차 산업혁명포럼과 미래창조과학부, 중소기업청이 후원하는 ‘제1회 스타트업 컨퍼런스’가 3월22일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열렸다. 혁신 기술을 지니고 성장 잠재력이 우수한 스타트업을 통해 성장의 새 동력을 찾기 위해서다. 스타트업 컨퍼런스가 주목한 것은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공존하는 오픈 이노베이션이다. 주제는 ‘오픈 이노베이션, 한국 산업혁신의 길’이다. 이날 행사에는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인 송희경 국회 제4차 산업혁명포럼 공동대표와 최재유 미래창조과학부 제2차관, 주영섭 중소기업청장 등을 포함해 스타트업 관계자, 대기업 오픈 이노베이션 담당자, 창업 희망자 등 내·외빈 250여 명이 참석했다.

 

연사로 나선 최재유 미래부 제2차관, 금동우 한화 드림플러스63 핀테크 센터장, 김민수 현대자동차 브랜드전략실장, 김영덕 롯데액셀러레이터 사업총괄 상무(왼쪽부터)

 

“오픈 이노베이션에 대한 사고 전환 필요”

 

현병구 시사저널이코노미 대표는 개회사를 통해 “스타트업에 대한 (잘못된) 통념을 해소하고 전략을 잘 준비하기 위해선 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하는 정부부처와 국회가 함께해야 한다”면서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한 한국 산업 혁신의 길을 모색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컨퍼런스에서는 오픈 이노베이션 관련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정부 고위 관 료들도 참석해 새 혁신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재유 차관은 “전 세계 산업 생태계와 비즈니스 전 분야에 걸쳐서 오픈 이노베이션이 활용되고 있다”면서 “폐쇄적인 기업 구조로는 4차 산업혁명의 파고를 뛰어넘을 수 없다”고 말했다. 주영섭 청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되면서 과거 대량생산 체제 대신 맞춤형 서비스가 중요해질 것”이라면서 “결국 과거처럼 규모가 큰 기업이 아닌 빠르고 유연한 기업이 승리하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조연설에서는 국내 대기업에서 오픈 이노베이션 분야를 담당하고 있는 실무자들이 나서 최근 대기업에 불고 있는 오픈 이노베이션 바람을 소개했다. 금동우 한화 드림플러스63 핀테크 센터장은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사업 다각화에 성공한 일본 후지필름의 사례를 소개했다. 후지필름은 필름 시장의 침체기를 맞아 대규모 재원을 투자해 기존 사업에서 복합기 등 도큐멘트 솔루션, 헬스케어, 고기능성 소재 분야 등 3가지 영역을 통해 사업을 확장했다. 금 센터장은 “후지필름은 기존에 자신들이 갖고 있던 필름 기술에 인접한 기술을 집요하게 확장해 팠다”면서 “(그 과정에서) 후지필름은 강력한 구조조정과 빠른 인수·합병이라는 방법론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오픈 이노베이션의 성공 조건으로 사고의 획기적인 전환을 언급했다. 그는 “오픈 이노베이션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마인드 셋, 즉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과거 갖고 있던 프로세스, 관행과 관례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기조연설은 ‘미래 모빌리티 변화와 자동차산업의 오픈 이노베이션’이라는 주제로 김민수 현대자동차 브랜드전략실장이 이어 갔다. 그는 대기업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오픈 이노베이션의 인식을 소개했다. 김 실장은 과거 전통적인 제조업으로 분류됐던 자동차 업계의 관행을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혁신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과거 자동차 업계는 차체 연구개발과 제조, 판매, 애프터서비스를 통해 어떻게 하면 안전하고 좋은 차를 잘 팔 것인가만 고민했다”면서 “하지만 최근에는 배터리와 소프트웨어 개발 등 신기술이 필요한 시대가 됐는데, 이 분야는 익숙하지 않은 분야”라고 말했다. 김 실장은 “오픈 이노베이션은 내부의 역량과 외부의 역량이 만나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3월22일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시사저널e 주최 제1회 스타트업 컨퍼런스가 ‘오픈 이노베이션, 한국 산업혁신의 길’을 주제로 열렸다. © 시사저널 박은숙

“핀테크 관련 규제 과도하다” 한목소리

 

세션1 강연은 ‘오픈 이노베이션: 혁신적 스타트업에게 기회인가’라는 주제로 김영덕 롯데액셀러레이터 사업총괄 상무가 했다. 그는 한국의 대표적인 스타트업 사례로 꼽히는 인터파크 CTO(최고기술책임자)를 지냈고, G마켓 공동창업자라는 이력을 지녔다. 김 상무는 오픈 이노베이션 생태계의 활성화를 위해  인수·합병(M&A)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2016년 기준 미국 전체 기업 중 M&A를 한 기업은 82%에 달하지만, 한국은 2%에 불과하다. 김 상무는 “미국은 내부 시장에서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해, 혁신 기술을 지닌 스타트업 인수를 통해 경쟁에서 이길 수 있도록 한다”면서 “경쟁이 치열하니 기업이 자본을 투자해, 굳이 정부가 따로 투자하지 않아도 스타트업 생태계가 활발하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우리나라는 특정 대기업 1~2곳이 시장을 과점하는 현상이 강해 스타트업이 등장해도 관심이 적다”고 지적했다.

 

이날 컨퍼런스 두 번째 세션은 핀테크 분야 규제 현황을 진단하는 시간이었다. 홍병철 레드헤링 대표가 좌장으로 진행한 이날 세션은 김종현 한국투자파트너스 이사, 서상훈 어니스트펀드 대표, 박철홍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조대형 국회 입법조사처 금융공정거래팀 조사관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토론자들은 공통적으로 핀테크 관련 규제가 과도하다는 데 입장을 같이했다.

 

김 이사는 P2P(Peer to Peer·개인 간) 대출 산업을 둘러싼 규제에 대해 “정부는 P2P 대출 산업에 투자한도를 제한했다”며 “투자한도를 제한하면 결국 투자자와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서 대표는 P2P업체 대표를 맡고 있는데, 핀테크 사업자로서의 고충을 토로했다. 그는 “규제에 따라 혁신이 얼마나 되는지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핀테크는 기존 금융권에서 소외받았던 사람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끌었다. 특히 P2P는 편의성이 생명이라 할 수 있는데, 이러한 편의성을 저해하는 자기자본 대출 규제, 투자한도 제한 등의 규제가 나왔다. 이는 투자자와 대출자 수요를 생각하지 않는 강력한 규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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