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북한 미사일 쏠까 말까"
  • 남문희 기자 (bulgot@e-sisa.co.kr)
  • 승인 2001.03.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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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뒷돈 대면 발사할 수도…남북·대중 관계 고려 '신중'

사진설명 북한의 '무기' : 한반도 정세를 좌우할 대포동 미사일. ⓒ연합뉴스

정상회담 직후 한순간 침묵을 지키던 북한은 최근 들어 미국에 대한 비난을 재개하는 등 부시 대통령의 강경 발언에 상응한 조처를 취하고 있는 모습이다. 남북 관계와 북한 내부 행사에도 일정한 변화가 일어났다. 일단 남북 장관급 회담을 여러 가지 사정을 내세워 연기함으로써 한국 정부를 당혹케 했다.

사실 북한은 남북 장관급 회담 직후 최고인민회의를 개최할 예정이었다. 원래 최고인민회의를 3월 중순께로 앞당길 계획이었으나 한·미 정상회담에서 부시 대통령이 예상보다 강경한 인식을 보였고, 이에 따라 장관급 회담을 연기하게 되자 자동으로 뒤로 밀릴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눈에 보이는 몇 가지 행동이 나타났지만 북한측이 부시 대통령의 발언에 크게 흥분하는 것 같지는 않다. 북한측 정서에 정통한 일본의 한 전문가는 `'부시 대통령으로서도 미국내 공화당 지지파를 겨냥해 그 정도의 발언은 해야 되는 것이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북한측은 미국의 공화당 정부가 대외 정책에서 강경한 입장을 견지했을 때 오히려 한반도 문제의 물꼬가 터졌던 전례에 주목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1990년대 초 북·미 대화와 남북 대화의 기초를 연 것은 바로 부시 대통령의 아버지인 부시 전 대통령 때였다. 당시 남한에 배치된 주한미군 전술핵이 철거되었고 북·미 간에 베이징 접촉이 시작되었으며, 워싱턴에서는 김용순-캔터 간의 고위급 회담도 있었다.

문제는 미국의 외교 안보 당국자들이 중국과 경제전을 해야 할 필요성 때문에 북한측을 점점 더 자극하고 나올 경우다. 우선 제네바 합의에 따른 중유 50만t 공급 문제가 상반기 중에 걸릴 수 있다. 또한 북·미 고위급 회담이 북한의 인내 한계를 벗어나는 시기까지도 열리지 않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유예 조처는 바로 양측이 고위급 회담을 유지한다는 전제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므로 이 경우 북한으로서도 미사일 버튼에 손을 대고 싶은 유혹을 느낄 수도 있다.

사실 북한은 국가미사일방어에 대해 △실현 가능성이 별로 없고 △미국이 온통 거기에 매달리면 주한미군 전력 증강 등이 어려워지고 △이로 인해 중국·러시아와 미국 간에 갈등이 깊어지면 북한의 몸값이 올라가고 △미국내 여론도 분열한다는 점에서 손해볼 것이 전혀 없다고 본다는 지적도 있다.

따라서 미국이 거액의 뒷돈을 주겠다고 하면 한방 쏴줄까 하는 생각을 가질 법도 하다. 그러나 이 경우 중국이 신경 쓰이지 않을 수 없다. 미사일 가지고 더 장난치지 않겠다는 명목으로 중국으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기 때문이다.

또한 남북 관계도 문제다. 미국이 한반도 문제에 강경할수록 북한은 남한과의 관계를 밀접하게 하지 않으면 안된다. 남북 공조를 통해 미국에 맞설 수 있다면 통일 문제를 비롯해 북한이 주장하는 민족 문제의 많은 고리를 풀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가능하려면 북한이 더 이상 불장난을 하지 말고 의연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앞으로 많은 문제가 북한의 선택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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