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파워’ 저리 가라
  • 모스크바·정다원 통신원 ()
  • 승인 2004.1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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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출신 곤잘레스도 법무장관 지명…정부·의회에 히스패닉 수두룩
알베르토 곤잘레스. 멕시코에서 태어난 그는 상원의 인준을 받으면 히스패닉 출신으로는 미국 역사상 최초의 법무장관이 된다.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 주지사. 전임 빌 클린턴 행정부 아래서 히스패닉으로는 처음으로 유엔 주재 대사와 에너지장관을 지낸 거물이다. 미국 내에는 이밖에도 멜 마르티네스 주택도시개발장관, 로사리오 마리아 전 재무부 출납국장, 아이다 알바레스 중소기업청장 등 히스패닉 출신 고위 관리와 정치인이 수두룩하다.

여배우 카메론 디아스, 가수 리키 마틴, 가수 제니퍼 로페스, 연방 하원의원 일리너 로스-레티넨처럼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히스패닉 명사들 또한 적지 않다. 오는 2050년이면 히스패닉이 미국인 4명당 1명꼴이 될 것이라고 점쳐질 정도로 히스페닉은 미국 내 최대의 소수 민족 세력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이들은 현재 연방 정부와 주 정부는 물론 입법부와 사법부 등 각종 사회 분야에 폭넓게 진출해 단단한 유대를 형성하고 있다. 한 통계에 따르면 연방 정부의 수만여 공직 가운데 히스패닉이 차지한 비율이 2002년 말 현재 6.9%에 달한다. 특히 연방 하원에 진출한 아시아 출신 의원이 고작 2명인 데 비해 히스패닉은 그 열배가 넘는 24명으로 소수계 의원 수에서 흑인 의원 다음으로 많다. 이들은 의회 내에 소위 ‘히스패닉 의원 모임’을 결성해 히스패닉의 이익을 옹호하는 각종 법안 발의나 활동을 주도하고 있다.

히스패닉 출신 미국인들은 역대 행정부 가운데 특히 2001년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약진세가 두드러진다. 당시 부시는 히스패닉 유권자들의 표를 35%나 얻은 데 따른 정치적 ‘빚’을 행정부 내 요직 인선을 통해 갚았다. 그래서 그런지 부시 행정부 내에는 히스패닉 인사들의 ‘보은성’ 진출이 유독 눈에 띈다. 법무장관 지명자인 곤잘레스를 포함해 법무부 차관급인 공공안전처 로베르토 플로레스 처장, 영부인 로라 부시의 고위 보좌관 소니아 메디나, 마이클 몬텔롱고 공군 차관보, 국토안보부 아두아르도 아기에르 이민국장, 보건부 크리스티나 비아토 차관보, 연방 고용균등위원회 카리 도밍구에스 위원장, 국토안보부 알폰스 아길라가 시민권 담당국장이 모두 히스패닉이다.

이처럼 비약적인 히스패닉의 사회 진출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이들이 쉽사리 접근하지 못하는 분야가 있다. 가장 보수적인 사법부가 그곳이다. 한 예로 부시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온두라스 태생으로 하버드 법대 출신인 미구엘 에스트라다를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연방 고등법원 판사에 지명했지만 민주당의 반대로 끝내 무산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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