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티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단서를 찾아가던 리타는 한 카페의 여종업원 명찰에서 '다이앤'이라는 이름을 보고 어떤 것을 떠올리게 된다. 베티는 그 이름이 분명 리타와 관계된 사람의 이름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다이앤이라는 인물을 찾기 시작한다.
마침내 다이앤의 집을 찾아간 두 여인. 그러나 그들은 곧 상상을 초월하는 끔찍한 비밀을 발견하게 된다. 리타와 베티는 꿈 속에 있는 모습이고 그들의 실제 모습은 카밀라(로라 해링)와 다이앤(나오미 와츠)이었다.
할리우드 스타를 꿈꾸는 카밀라와 다이앤은 서로 사랑을 나누는 연인(레스비언)이었다. 그러나 카밀라는 자기가 출연한 영화의 감독과 사랑하게 되면서 다이앤과 결별한다. 카밀라에 대한 애증에 휩싸인 다이앤은 점차 폐인이 되어 가고 급기야 한 살인청부업자에게 카밀라를 없애 달라고 의뢰한다.
김영진 ★ 5개 중 4개
외면하기 힘든 악몽의 매력
데이비드 린치 감독은 아메리칸 드림을 담는 할리우드 영화의 판타지적 특징을 뒤집는 데 선수다. 그의 영화는 미국의 꿈이 아니라 미국의 악몽을 담는다. 이번 영화 〈멀홀랜드 드라이브〉는 한술 더 떠서 꿈인지 현실인지 모를 복잡한 이야기의 미로를 꾸민다.
로스앤젤레스 시가지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멀홀랜드 드라이브' 도로를 차 한 대가 미끄러지듯 달려가고 차 뒷좌석에는 미모의 여인 리타가 수심에 찬 눈빛으로 앉아 있다. 갑자기 차가 멈추고 앞좌석 남자들이 그녀에게 총구를 겨누는 순간 맞은편에서 달려오던 폭주족 차량이 정면으로 여자의 차를 들이받는다. 리타는 그 사고를 겪고도 살아나지만 모든 기억을 잃어버린다. 그렇게 해서 리타의 잃어버린 기억을 찾는다는 핑계로 〈멀홀랜드 드라이브〉의 내용이 펼쳐진다. 이것은 간교한 핑계다. 히치코크 식의 맥거핀(영화적 속임수)이라고 할까. 이 영화의 플롯은 다른 것을 보여주기 위한 구실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멀홀랜드 드라이브〉의 내용을 요약하기는 불가능하다. 영화 전반부와 후반부의 줄거리가 전혀 다르고 심지어 등장 인물의 정체도 바뀐다. 나중에는 무엇이 현실이고 무엇이 꿈인지 알 수 없는 커다란 혼란 상태에 빠지게 된다. 그 혼란을 배포 있게 즐기는 방법은 간단하다. 이 모든 것을 꿈·무의식·비논리의 세계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악몽의 복판에 있는 것처럼 〈멀홀랜드 드라이브〉는 합리적으로 추론할 수 있는 것을 거부하는 연상 작용으로 채워져 있다. 원인과 결과가 분명한 이야기체 영화의 스타일을 비웃으면서 아예 해결을 거부한 채 열린 결말로 남아 있는 그런 영화인데, 영화가 끝난 지 한참 지나서야 감독의 의도를 어렴풋이 이해하게 된다. 대중 음악과 옛날 영화의 익숙한 표현을 수시로 인용한 〈멀홀랜드 드라이브〉는 옛날 할리우드 영화가 우리를 매혹시켰던 것과 똑같은 방식의 화려하고 최면적인 화면을 보여준다. 그러나 거기에 담긴 할리우드 동네 사람들은 보통 사람들이 살면서 느끼는 결핍감과 비슷한 것을 겪고 있다.
세인들의 꿈의 궁전인 할리우드 복판을 무대로 감독 린치는 할리우드 사람들의 사랑과 질투와 시기와 허위를 시간을 초월한 몽상의 형태로 풀어낸다. 여기에 딱히 말을 보탤 필요가 없을 것이다. 영화 속에 나오는 대사대로 '실렌시오'(침묵)이다. 일단 몸을 맡기고 침묵하라. 그러면 그만한 보상은 따른다.
심영섭 ★ 5개 중 3½
이성 무너뜨리는 한 떨기 '악의 꽃'
〈멀홀랜드 드라이브〉의 마지막 대사는 침묵을 의미하는 '실렌시오'이다. 붉은 커튼 밑에서 '밴드도 없다. 오케스트라도 없다'며 립싱크로 〈crying〉을 애절하게 부르는 여가수. 데이비드 린치의 영화에서 전매 특허처럼 등장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