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사람들의 특별한 삶, 온라인 영향력자
  • 정윤형 시사비즈 기자 (diyi@sisabiz.com)
  • 승인 2016.07.21 14:05
  • 호수 139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각자 자신이 즐기던 일과 취미를 네티즌들과 공유함으로써 유명세 얻기 시작

유명 연예인이나 정치인이 아니어도 온라인에선 누구나 영향력자가 될 수 있다. 온라인상에서 영향력자란 페이스북·트위터·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블로그에 글을 게시하거나 유튜브에 동영상을 올려 네티즌의 호응을 얻는 이들을 지칭한다. 기자는 6월17일부터 7월8일까지 매주 한 명씩 4명의 온라인 영향력자를 만났다. 직업과 나이가 다르지만, 모두 온라인상에서 최소 1만 명에서 최대 140만 명 이상의 팔로워를 보유한 영향력자들이다. 얼핏 보면 평범하게 보이는 인물들이지만 온라인상 활동과 관련해선 아주 특이한 개성을 뽐냈다. 


처음 만난 영향력자는 김광현 디캠프(창업지원센터) 센터장이다. 그는 트위터와 페이스북, 블로그에 정보기술(IT) 전문 정보와 뉴스를 꾸준히 올리고 있다. 김 센터장의 트위터 팔로워는 27만 명이 넘는다. 그는 경제일간지 기자 출신이다. 재직 시절부터 IT 정보를 SNS에 올렸다. 김승민씨(닉네임 토이몬스터)는 어린이들을 위한 장난감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는 1인 콘텐츠 창작자다. 그는 무지개색 클레이 점토와 초콜릿, 사탕, 액체괴물(젤리 형태 장난감) 등을 갖고 노는 모습을 영상으로 만들어 유튜브에 올린다. 그의 영상을 즐겨 보는 구독자는 140만 명 이상이다. 


언론에 자신의 얼굴을 드러내길 꺼리는 영향력자도 있다. IT 기기(휴대전화·태블릿PC·스마트워치 등)를 직접 사용해보고 후기를 올리는 언더케이지(UnderKG)가 그 주인공이다. 얼굴 없는 영향력자인 언더케이지는 유튜브에 최신 IT 기기 사용 후기 영상을 올리고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에도 IT 기기 사진을 게재한다. 유튜브에 올라온 언더케이지 영상을 구독하는 사람은 19만 명이 넘는다.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5000명을 웃돈다. 정민석 아주대 의대 해부학교실 교수는 전공 지식과 취미를 엮어 유명해졌다. 정 교수는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직접 그린 해부학 만화를 올린다. 트위터 팔로워는 1만 명이 넘는다.

 

 


의사·기자 출신에 평범한 대학생까지

 


이들 영향력자는 몇 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다. 우선 유명해지고 싶어 SNS 활동을 시작한 이는 없다. 각자가 즐기던 일과 취미를 네티즌들과 공유함으로써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김광현 센터장은 IT 분야 기자로 활동하며 국내외 IT 동향을 공부했다. 그러다 해외 동향을 혼자만 보는 것이 아까워 업계 사람들과 공유하기로 마음먹었다. 그것이 SNS를 시작한 동기다. 김승민씨도 친형이 유튜브 활동을 하는 걸 보고 취미 삼아 영상을 올리기 시작했다. 처음엔 보는 사람이 얼마 되지 않았으나 이제는 외국인까지 시청하고 있다. 그의 영상을 보는 사람의 98%는 외국인이다. 언더케이지는 평소 최신 IT 기기를 구입해 사용하는 것을 즐겼고, 이를 영상으로 제작해 취미 삼아 올렸다. 정민석 교수도 평소 즐겨 그리던 만화를 개인 홈페이지와 SNS에 올림으로써 영향력자가 될 수 있었다.


영향력자들은 인기를 얻고 나서도 자기 원칙을 갖고 꾸준히 콘텐츠를 게시한다. 김광현 센터장은 글을 올릴 때 ‘거짓말·과장·아는 척 하지 말자’ ‘내 글을 보고 시간 낭비했다는 느낌이 들게 하지 말자’는 원칙을 지키려 한다. 김승민씨는 자신이 올린 영상을 보는 주 시청층이 어린이들이므로 늘 아이들을 배려한 영상을 만든다. 그는 ‘아이들이 영상을 보고 쉽게 장난감을 구입할 수 있도록 저렴한 장난감을 사용하자’ ‘아이들이 영상을 따라 할 수 있으니 칼처럼 위험한 물건은 사용하지 말자’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 원칙 덕인지 김씨 영상을 보고 따라 하다 다쳤다는 팬들은 한 명도 없다. 


언더케이지는 ‘공정한 리뷰’ ‘솔직한 리뷰’를 최우선 원칙으로 삼는다. 이 원칙을 벗어난 영상을 올리면 자칫 광고로 오해받을 수 있다. 그는 어떤 IT 기기라도 최소 1주일 이상 직접 사용해보고 후기를 올린다. 그래야만 실제로 어떤 부분이 장·단점인지 확실히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정민석 교수는 ‘게시물을 올릴 땐 읽는 사람에게 도움이 될 만한 정보가 꼭 한 가지씩은 있어야 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그의 만화는 네 컷밖에 안 되는 짧은 만화지만 그 안에는 해부학이나 과학 정보가 하나씩 들어가 있다. 심지어 그는 해외 학술대회나 여행 가서 찍은 풍경 사진을 올릴 때도 이 장소가 어디인지 무엇이 유명한지 설명한다. 


영향력자들은 또 일주일에 2~3개 이상 게시물을 올리며 네티즌들 기대를 충족시키려 한다. 그들은 “네티즌들이 내 콘텐츠를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아 꾸준히 게시물을 올린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팬들과 소통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그들은 팬들이 올린 글이나 영상에 달린 댓글에 일일이 답글을 달아준다. 김승민씨는 하루 4~5시간씩 답글을 단 적도 있다. 외국 팬이 많다 보니 댓글에 답글을 달기 위해 번역기까지 돌린다. 언더케이지는 팬들의 댓글에 빠짐없이 답변해주기 위해 10분에 한 번씩 유튜브를 확인한다. 최근엔 페이스북에서 라이브 방송도 하고 있다. 정민석 교수도 해부학 관련 질문이나 의학 쪽 진로상담에 대해 하나하나 답변해준다. 그는 SNS상에서 학생들에게 도움을 줄 때 가장 보람 있다고 한다. 김광현 센터장은 온라인상에서 알게 된 사람들과 실제로 만나기도 한다. 그렇게 만난 사람들과 나이·학벌 등을 따지지 않고 교류한다.


그들은 요즘 활동하며 쌓은 영향력을 실감하고 있다. 여러 업체들이 그들에게 물건 홍보 영상이나 글을 올려달라고 제의한다. 그만큼 그들이 광고나 언론매체 못지않게 영향력이 큰 것을 알 수 있다. 이들의 영향력은 해외까지 뻗어나가고 있다. 페이스북·트위터·유튜브라는 도구는 평범한 대학생(김승민씨)에게 아랍인 팬을 만들어줬다. 일반인이 온라인상에서 유명 인사가 되는 일은 앞으로도 여전할 듯하다. 한상기 소셜컴퓨팅연구소 대표는 “SNS나 유튜브를 통해 일반인도 유명해질 수 있다. 대중들은 이런 유명인을 따르려는 마음이 있다”며 “온라인 영향력자들은 앞으로도 계속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