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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소종섭의 정치 풍향계] 트럼프 당선이 한국 정치에 시사하는 3대 포인트

‘숨어 있는 집토끼’를 잡아라

소종섭 편집위원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11.14(Mon) 15:38:38 | 141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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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청년네트워크 회원들이 3월2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청년실종·정책실종 선거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최악의 청년실업 상황 등 청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청년정책 공동요구안을 발표한 뒤 ‘레드카드’를 내밀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원래 민주당 당원이었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도 그랬다. 물론 지금은 공화당원이다. 그러나 그를 공화당-민주당의 틀로 규정하기는 힘들다. 실제로 공화당 주류는 그를 인정하지 않았다. 보수주의자가 맞느냐고 그를 공격한 것은 민주당만이 아니었다. 공화당 주류 인사들은 그를 최악의 정치인이라고 비난하기 바빴다.

 

트럼프는 자신을 ‘공화당 후보’가 아니라 ‘기득권층에 맞서는 아웃사이더 후보’로 위치시켰다. 정치 경험이 전혀 없는 그가 16명의 후보들을 제치고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되는 과정부터가 그랬다. 이 때문에 상원의원-퍼스트레이디-국무장관 등을 지낸 힐러리 클린턴은 기득권의 상징이 됐다. 트럼프는 집권당인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주류까지 기성 정치권이라는 울타리에 넣어 공격했다. 그는 ‘원하는 것을 어떻게 얻는가’ ‘대중이 무엇에 환호하는가’를 아는 사람이다. 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체화한 협상의 달인, NBC 리얼리티쇼 《어프렌티스》 진행자 경험 등에서 얻은 자산이다.

 

많은 사람들이 예상치 못했던 그의 당선은 한국 정치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미국과 한국은 상황이 다르고 역사도 다르다. 그러하기에 미국 대선에서의 흐름이 그대로 한국 정치에 투영된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그럼에도 트럼프의 당선이 한국 정치에 시사하는 바를 세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 현실의 정치다. 그는 희망의 정치를 말하지 않는다. 정치가 우리 눈앞에 있는 현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트럼프는 말한다. “정치인들은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양 말도 안 되는 약속을 늘어놓는다. 그들은 전문가이지만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말만 하고 행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혼란에 대처하고 실질적인 해법을 적용할 수 있는 리더십이다. 내 정치는 희망의 정치가 아니라 나와 같은 강인한 기업가만 제시할 수 있는 현실의 정치다. 나는 말하지 않고 실행한다.”

 

 

미국 저소득층 백인들, 한국 청년들과 같아

 

통계청이 11월9일 발표한 ‘10월 고용 동향’을 보면 우리나라의 10월 청년실업률은 8.5%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이후 가장 높다. 제조업 일자리도 7년1개월 만에 가장 크게 감소했다. 앞으로도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가 않다. 마치 분출하지 않은 마그마가 땅속에서 끓고 있는 듯한 형국이다. 대선과 결부 지어 정치적으로 본다면 미국의 저소득층 백인들은 한국의 청년들과 같다고 볼 수 있다. 일자리를 잃은 저소득층 백인들이 트럼프에게 몰려갔듯이 일자리가 없는 한국의 청년들도 몰려갈 것이다. 누구에게로?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하는, 실현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후보에게 말이다.

 

이미 전조가 보였다. ‘강남역 살인 사건’ ‘구의역 열차사고’ 때 많은 젊은이들이 포스트잇을 붙이고 국화꽃을 갖다 놓으며 희생자를 추모했다. 전에 볼 수 없던 현상이었다. 이른바 ‘행동하는 젊은이들’의 등장이다. 새로운 사회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은 변화가 시작됐다는 것을 뜻한다. 이런 흐름은 지난 총선에서도 엿보였다. 19대 총선과 비교했을 때 20대부터 30대 전반의 투표율이 크게 증가했다. 20대 전반의 투표율은 45.4%에서 55.3%, 20대 후반의 투표율은 37.9%에서 49.8%, 30대 전반은 41.8%에서 48.9%로 올랐다. 수치로 계량화한 보도는 없지만 최근 광화문의 촛불집회 현장에도 젊은 세대의 참여가 두드러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들이 단순히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의 부정입학 의혹 등 때문에 거리로 쏟아졌다고 보는가. 정치가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흐름은 대선으로 이어질 것이다.

 

둘째, 반(反)기득권 정치다. 전문가들은 정책으로 따져 보면 트럼프보다 힐러리의 정책이 백인 노동자들에게 더 유리했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기성 정치인으로는 문제 해결이 안 된다고 보고 트럼프를 지지했다는 것이다.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이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은 민주당, 공화당을 막론하고 미국의 주류 기득권 세력과 결탁한 기성 정치에 대한 분노의 표시이다”라고 진단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근 펼쳐지는 최순실씨의 국정 농단 사건은 기득권 정치의 막장을 보여준다. 도대체 어디가 끝인지 모를 정도로 자고 나면 새로운 뉴스가 쏟아진다. 그 중심에는 ‘기득권의 상징’ 박근혜 대통령이 있다. 정당들도 마찬가지다. 여당인 새누리당 친박근혜계 지도부는 퇴진을 거부하며 기득권을 유지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비박근혜계 의원들은 결단을 하지 못하고 모래알처럼 흩어져 목소리만 높인다. 민주당이나 국민의당 등 야당도 제대로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다. 목소리도 제각각이다. 대선 주자끼리도 다르고 대선 주자와 당도 진단과 처방이 다르다. 한마디로 국민들이 마음 둘 곳이 없다. 이번 사태를 거치며 권력에서의 기득권, 행태에서의 기득권이 무엇인지 그 민낯이 드러났다. 세력으로서의 기득권도 마찬가지다. 이른바 ‘대세론’ ‘대망론’만큼 허망한 것도 없다. 거기에 안주하는 순간부터 국민들로부터 멀어진다. 정치의 요체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니만큼 각종 현안과 끊임없는 승부를 벌여야 한다. 트럼프는 비즈니스를 게임하는 것처럼 했다. 그에게는 정치도 게임이다.

 

기득권에 대한 뒤집기는 현재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을 타깃으로 하고 있는 국민의 분노와 질타가 정치권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이를 이끌어가고 그 에너지를 담아 안을 그릇은 보이지 않는다. 정당 테두리 안에 있건 밖에 있건 울타리를 과감하게 깨부술 수 있는 정치인이다. 지금은 태평시대가 아니라 난세다. 역사는 난세에는 태풍에 맞서 싸우는 결단과 용기가 있는 장수 주변으로 사람이 모인다고 말한다.

 

 

누가 문제 해결 능력을 갖고 있나

 

셋째, 집토끼 정치다. 중도로의 외연 확장도 확실한 집토끼를 잡아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것은 ‘집토끼’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좀 다르다. 트럼프는 ‘숨어 있는 집토끼’를 잡았다. 보통 ‘집토끼’ 하면 적극 지지층을 뜻한다. 그러나 문제는 ‘지지할 수 있는 사람들을 투표장으로 끌어내야 한다’는 점이다. 이것이 ‘숨어 있는 집토끼’다. 트럼프는 정확히 이 지점을 쳤다. 백인 지지층에 선거전을 집중한 것이다.

 

이것은 우리의 ‘중도 전략’과 통한다. 즉 유동적인 지지자들을 어떻게 하면 투표장으로 끌어낼 수 있는가에 승부가 갈린다는 점이다. 이를 가르는 것은 ‘신뢰’다. 후보를 신뢰할 수 있는가, 그가 내세우는 정책을 신뢰할 수 있는가, 그가 문제 해결 능력이 있는가 등이다.

 

‘미국 대통령 트럼프’가 등장하면서 대선 주자들과 관련해 유·불리를 전망하는 이런저런 분석들이 나온다. “국제 인맥이 넓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 유리하다” “미국에서 공화당 정권이 들어서면 한국에는 민주당 정권이 들어설 수 있으니 문재인 전 대표가 유리하다”는 등등이다.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안개 정국에서 큰 의미가 있을 것 같지는 않다. 트럼프는 “내가 이렇게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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