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문체의 이질감 극복하기 힘들다”
  • 편집국 ()
  • 승인 1990.03.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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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극과 번역극의 演技 차이

연극인 朴正子씨는 “창작극이나 번역극의 경우 인물성격 부각의 어려움은 똑같은 무게로 다가온다”고 말한다. 그러나 창작극은 “배우로서 1백% 다 노출이 되는 반면, 번역극은 숨을 여지가 있다”는 게 큰 차이점이라면서 “배우들이 창작극을 힘들어 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번역극은 아무래도 거리감이 느껴진다고 말한다.

<위기의 여지>, <굿 나잇 마더> 등 최근 꾸준히 관객을 모으는, 여성문제를 다룬 연극에서 주연을 맡으면서도 “우리 창작극이었으면 더욱 밀도 높은 연기력을 펼쳐보일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연극인들 사이에서 쓰이는 “된장 좀 풀어”라는 표현은 번역극의 대사에 우리말으 맛을 풀어넣으라는 뜻을 품고 있다. 그만큼 번역문체에서 오는 이질감을 극복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오래전에 번역된 작품의 경우 단순한 문어체·구어체의 문제를 넘어 감각조차 시대적으로 뒤떨어진 경우가 대부분이지요. 그러나 섣불리 이를 다시 다듬을 경우에는 희곡 본래의 무게가 떨어져서 ‘연극성’이 줄어들고 맙니다.” 몰리에르의  <아가씨 길들이기>를 공연하던 60년대, 코를 세우고 노랑머리 가발을 쓰고, 외형적인 모방을 할 때부터 가져온 ‘우리 것이 아닌 것’에 대한 갈등이 이제는 연극성 문제로 옮아갔다고 朴씨는 안타까워 한다. “그러면서도 번역극을 하게 되는 이유는 번역극이 시대적인 보편성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지요.” 시몬·드보부아르作 <위기의 여자>가 관객을 모은 것은 중년여성이 안고 있는 갈등을 표현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는 朴씨는 “희곡작가는 이 시대의 관객이 원하는 바를 작품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창작극에서는 굳이 신경쓰지 않아도 될 부분으로 신경이 분산되는 점도 번역극 연기의 어려움이다. 번역극과 관객 사이의 괴리감을 주지 않으려고 번역극에서 地名이나 고유명사, 예를 들어 <굿 나잇 마더>에서 ‘리키’, ‘모리스’ 등은 ‘네 아들’, ‘내 남편’ 등으로 풀어서 말하는 게 버릇이 되어 있다고 朴씨는 말한다.

84년 자유극장이 무대에 올린, 스페인 작가 로르카의 <피의 결혼>을 스페인에 가서 공연했을 때 일이다. 등장인물에게 한복을 입히고 상여소리, 판소리를 삽입하여 무대에 올리자 현지 연극인들은 “로르카는 배반당하지 않았다”며 찬사를 보냈다. 그 당시를 회상하는 朴씨는 번역극의 활성화가 창작극의 발전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오늘을 담은 창작극’이라고 충고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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