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우지 않는 혁신은 없고, 방어 못하는 야당은 대안 될 수 없다”
  • 조유빈 기자 (you@sisapress.com)
  • 승인 2015.11.18 11:16
  • 호수 13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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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사저널 박은숙

진보 정당과 단체가 하나의 새로운 정당으로 뭉친다. 일명 ‘진보대통합’이다. 정의당과 진보결집+, 노동정치연대, 국민모임 등 진보혁신모임이 대중적 진보 정당 건설에 합의했다. 당명은 현재의 ‘정의당’을 계속 사용하기로 했다. 오는 11월22일 통합당대회를 개최해 공식적으로 새로운 진보 정당창당을 알릴 예정이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이 통합이 선거를 앞둔 ‘선거용 통합’이 아닌 진보 정치의 오랜 시행착오에서 나온 성찰을 바탕으로 한 ‘혁신 통합’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통합을 계기로 정의당의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싶다”는 심 대표를 11월1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만났다.

이날 심 대표는 4·13 총선 때 새정치민주연합과의 연합정치를 강조하면서도 “우리 당에선 수도권 60명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130명의 후보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호남에서 지금까지 독주해온 새정치민주연합을 견제해 반드시 당선자를 내겠다”고 밝혀, 새정치연합과 ‘연합’하는 동시에 새정치연합을 ‘견제’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그는 또 “정당 최초로 6~7개 부처의 예비내각을 구성해 연말께 발표하겠다”는 구상도 내놓았다.

정의당 대표로 취임한 이후 하루 일정이 더 바빠졌을 것 같다.
요새는 매일 새벽 5시50분부터 움직인다. 지역 주민들에게 아침 인사를 하고, 오전에는 인터뷰를 한다. 오늘은 아침 6시부터 인사드리고, 9시부터 10시까지 김장하는 곳에 다녀왔다. 그 후에 장애인단체연합회 간담회에 참여했고, 지금 인터뷰를 하러 왔다. 이후에는 선거구 문제와 관련한 대책회의가 예정돼 있다. 머리 염색할 시간도 없다. 당원의 80%가 40대 이하라 젊어 보여야 한다고 늘 주변에서 얘기하는데 걱정이다.(웃음)

많은 사람이 진보 정치의 위기를 말한다. 진보 진영이 위기를 겪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
진보 정당은 항상 위기다. 한국 사회는 진보 정치에 대해 야속하고 척박하다. 진보이념을 사회적으로 수용하려 하지 않는다. 이런 환경적인 어려움 때문에 진보는 많은 부족함을 드러냈다. 우선 현실 정치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낮았다. 민주적 리더십에 대한 오해와 편견도 있었고, 옳고 그름에 과도하게 집착하면서 논쟁을 위한 논쟁을 많이 했다. 그러다 보니 국민들이 갖는, 민생 정당에 대한 기대에 어긋났다고 생각한다. 또 선거제도가 진보 정당이 유력 정당으로 자리 잡는 것을 원칙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한국 선거제도의 어떤 점이 진보 정당의 성장을 차단한다고 보나.
정당 지지율과 의석이 비례하지 않는다. 실제로 정의당이 받고 있는 13%의 지지율과 비슷한 영향력을 행사하려면 40석 가까운 의석을 가져야 한다. 제도가 잘 갖춰져 있었다면 정의당은 교섭단체에 진입해 공정한 경쟁 구도 아래 약진할 수 있었을 것이다. 제도적 장벽을 뚫고 들어왔지만 원내에 들어오니 더 큰 장벽이 있는 것과 다름없다. 경기장에는 입장했지만 메인 그라운드에서 뛸 수 없어 벤치에 앉아 있다고 비유하면 될까. 그라운드에서 뛰어야 국민들의 평가를 받을 수 있지 않겠나. 공정 경쟁이 안 되는, 원천적으로 제3당의 성장을 막는 승자독식의 제도다. 새누리당은 야당이 과반수를 넘게 될 것을 우려한다. 정당의 실력이 아니라, 기득권을 보장하는 제도에 의해 당이 지탱되고 있다는 증거다. 유권자의 지지를 받는 것이 중요하지, 제도로 의석 진입 자체를 막는 것은 폭력적이다.

“새정치연합, 정의당을 외면할 수 없을 것”

총선과 대선에서 연합정치나 연립정부를 구성하려면 새정치민주연합이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하는데 쉽지 않아 보인다.
승자독식 선거제도의 문제점은 상당히 공유가 됐다고 본다. 여야 할 것 없이 다원적 정당 체제로 가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의 담합은 어렵다. 정의당이 전면적으로 이 문제를 제기한 지금 새정치연합이 정의당을 외면할 수는 없을 것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한테 ‘농촌지역 의원들이 제 자리 지키는 것, 현역 의원들이 자리를 지키는 것은 상관없다. 다만 그것을 지키려고 소수당의 의석을 빼앗는 것은 아주 몰염치한 일’이라고 했다. 정의당이 피해를 입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이 제도가 민주적 선거제 자체를 후퇴시키는 것이 문제다. 첫술에 배부르진 못할 것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재검토가 될 수 있는 합리적인 제안이라고 생각한다.

11월22일로 예정된 통합당대회가 얼마 남지 않았다. 통합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은 무엇인가.
요란하지 않지만 알찬 통합이다. 진보 정치는 지금까지 분열돼왔고, 조직들이 세부적으로 갈라져 있었다. 전부는 아니지만 갈라진 마음을 모으게 된 것이 이 통합의 시작이다. 이를 기점으로 전통적인 진보 세력을 결집하는 계기가 됐고, 땀 흘려 일하는 모든 사람의 열정을 불러일으켰다. 진보 정당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오면서 낡은 이념과 상식에서 벗어난 여러 가지 관행을 혁신해왔다. 모두가 겪어온 과정이 다르기 때문에 문화·정서·관행의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융합은 가능하다.

현재의 정의당과 11월22일 이후의 정의당은 어떻게 다른가.
큰 차이는 없다. 그러나 지금의 정의당은 3년의 생존 시간을 거쳐 새로운 도약을 할 준비가 완료됐다. 새 도약이라는 것은 실력을 갖춰 세를 키우는 것이고, 결과적으로 내년 총선에서 이길 준비를 하는 것이다. 이 도약의 방법으로 ‘진보 통합’을 시도했다. 이번 통합은 정의당이 ‘꾸준히 승리하는 정당’이 되기 위한 기회가 될 것이다.

새로 출범하는 정의당의 강령은 서로 합의했나.
정의당 강령을 기본으로 하고, 당명도 내년 총선까지 정의당으로 유지한다. 총선 이후에 제기되는 문제가 있다면 그때 차분하게 논의하기로 합의가 끝났다.

공동대표 체제를 구성한다고 들었다.
3인 공동대표, 1인 상임대표 체제다. 지금까지 진보 정당이 공동대표·집단대표 체제를 운영하면서 권한과 책임을 분산시키는 바람에 리더십이 오히려 약화됐다는 평가도 나왔다. 진보 정치 실패의 요인이 됐다는 것이다. 그 평가를 존중해 공동대표 체제라기보다는 단일 지도성 협력 체계로 나아갈 예정이다. 상임대표는 제가 되지 않을까 싶다.

통합진보당 해산 사태 이후 NL(민족해방) 계열과의 관계는 어떤가.
과거 운동권 정치가 NL, PD(민중민주)로 분류돼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은 계열을 나눌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 자유주의 세력도 진보에 진입해 있고, NL 계열도 우리 중심 세력 중에 있다. 부부 사이에도 종교·식성·취향이 달라도 잘 사는 부부가 있고, 치약 짜는 방법으로 싸우는 사람도 있다. 사람은 이견을 존중하면서 성숙해진다. 당 대표 선거때도 상대방을 향해 옳고 그름을 주장하지않았다. 다르다고 분류하기보다는 미래에 대해 함께 얘기하면서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중적 진보 정당 건설을 위한 통합선언 기자회견이 11월3일 국회에서 열렸다. © 연합뉴스

“호남에서 새정치연합 견제해 당선자 낸다”

내년 총선 전략은 무엇인가.
우리 당에선 수도권 60명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120~130명 정도가 출마할 것이다. 특히 호남 지역에선 새정치연합의 독주를 견제해야 하기 때문에 혁신 세력과 연대할 것이고, 당선자를 반드시 낼 것이다. 혁신은 기득권을 내려놓는 것이다. 그동안 호남에서 기득권을 누려왔던 세력이 아닌 새로운 인물, 민생 중심의 정치를 할 사람이 필요하다. 정당이든, 개인이든, 세력이든 이조건이 갖춰진다면 광범위하게 연대하겠다.

연합정치로 총선을 준비한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야권연대가 아닌 연합정치라는 표현을 쓰는 이유는, 야권연대라고 하면 곧 후보 단일화를 떠올리기 때문이다. 선거 시기 후보단일화 방식은 국민들로부터 큰 지지를 받지 못했다. 연합정치 자체는 현대 정치에서 일상적이게 됐고, 이것이 승리로 이어질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각 정당이 따로 있는 것은 서로 다른 세계관, 서로 다른 대안정부의 상을 그리기 때문이다. 현재 상황으로 볼 때 정당과 정당 간 통합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내년 총선에서 연대는 필요하다. 현 정부의 폭주를 막아야 한다. 제1야당이 대안 세력으로 인정받고, 거뜬히 여당을 이길 수 있는 저력을 갖고 있다면 연합정치는 필요 없다. 야권연대 제의를 소수 정당의 민원처럼 생각하는 것도 잘못이다.

연합정치든 야권연대든 결국엔 후보 단일화로 귀결되는 것 아닌가.
후보 단일화를 하는 것은 좋다고 보지만,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하느냐에 따라서 대답은 다르다.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가 말하는 ‘경선을 통한 단일화’라면 정의당이 그것에 참여할지는 확답할 수 없다.

총선에서 야권연대를 어떤 식으로 할 것 인가를 얘기하는 것은 선거제도도 확정되지 않은 지금 상황에서는 시기상조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실현될 가능성은 별로 없지만, 현재로선 예단할 수 없는 문제다. 야권의 신당이 또 생길 수도 있다. 어쨌든 싸우지 않는 혁신은 없고, 방어를 못하는 야당은 대안이 될 수 없다. 이 때문에 당의 혁신과 함께 혁신 세력과의 연대가 필요한 것이다.

정의당은 야당의 책무를 어떻게 하고 있나.
박근혜 정부 견제를 위해 앞장서서 싸우는것, 당 자체를 ‘종류가 다른 당’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당세(黨勢)가 작더라도 정책에서 제1 민생 정당이 되려 한다. 정당 최초 예비내각 구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름값이 높은 사람들이 아닌, 각 분야에서 자타가 공인한 전문가들을 영입해 예비내각을 구성할 것이다. 노동·복지 등 핵심 전략은 당내 정치인들이 맡아 각 분야의 비전과 전략을 계속 제시할 생각이다.

예비내각 구성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듣고 싶다.
예비내각 후보들을 한꺼번에 발표하기는 어렵다. 연말께 6~7개 정도 부처의 예비내각을 발표하고, 부처 보고도 할 예정이다. 예비내각의 임기는 일단 총선까지로 할 것이고, 총선 결과에 따라서 예비내각도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책임론을 중시할 것이기 때문에 예비내각의 능력을 볼 것이다. 그렇게 해야 그들도 더 좋은 능력을 보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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