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심판’ 류삼영 對 ‘절치부심’ 나경원…‘동작을 한강 혈전’ [총선 빅매치]
  • 구민주·변문우·강윤서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4.03.19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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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물급’ 거쳐 간 한강벨트 핵심지…국민의힘, 4연승 후 4년 전 패배
나경원 “멈춘 동작을 다시” 류삼영 “尹 정권 심판이 민심”

여야 모두 승률이 높은 '텃밭'이 있습니다. 그러나 시대마다, 총선마다 승패가 달라졌던 지역구도 적지 않습니다. 선거의 향배를 가른다는 '구도'와 '바람'이 시시각각 변하는 지역구, 정치권은 그 곳을 '격전지'라 부릅니다. 시사저널은 254석의 지역구 중 격전지로 분류되는 지역을 찾아 각 후보들의 핵심 공약, 지역의 주요 화두를 짚어봅니다. [편집자주]

서울 동작을은 ‘한강벨트’ 중에서도 막판까지 쉽게 승부를 예측할 수 없는 대표적인 접전지다. 여야 어느 한 쪽으로 확실하게 힘을 실어주지 않아, 선거 때마다 각 당으로선 내내 애가 닳는 곳이다. 역대 총선 결과가 이를 증명한다. 1988년 이후 총 10차례의 국회의원 선거(보궐선거 포함) 가운데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후보가 똑같이 다섯 번씩 승리를 맛보았다. 긴 승부의 무게 추를 움직일 이번 4‧10 총선 동작을 승리에 양당 모두 치열한 자존심 싸움을 벌이고 있는 이유다.

동작을은 역대 선거 때마다 지역 한 곳 이상의 존재감과 관심도를 불러일으켰다. 김한길‧정동영‧정몽준‧나경원‧노회찬 등 여야를 불문하고 거물급 정치인들이 꾸준히 도전장을 내밀어 왔기 때문이다. 꽤 오랜 기간 후보 개개인의 인지도와 무게감이 선거 승패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곤 했다.

하지만 4년 전 21대 총선에서 동작을의 오랜 ‘승리 공식’은 깨졌다. 지역의 터줏대감 나경원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후보가 더불어민주당의 정치 신인 이수진 후보에게 승리를 내주면서다. 7.12%포인트 차 패배. 18대 정몽준 후보가 탈환해 장기 집권해 온 보수로선 충격적인 결과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4년 후, 절치부심한 나 후보는 일찍이 바닥 민심을 닦으며 지역구 탈환과 5선 고지를 노리고 있다. 민주당은 현역 이수진 의원을 컷오프하고 ‘영입 인재 3호’ 류삼영 후보를 단수공천했다. 다시 한 번 국민의힘의 중진과 민주당의 신인 간의 대결 구도가 펼쳐진 것이다.

나 후보는 지역에서의 존재감과 경륜을 앞세우며 설욕을 자신하고 있다. 2002년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총재 정책특보로 정계에 입문해 올해로 23년차를 맞은 그는 2018년 보수 정당 최초로 여성 원내대표로 선출돼 정치적 체급을 키워나갔다. 이번 총선에서도 공동선대위원장으로서 수도권 선거를 지휘하는 중책을 맡았다. 최근 지역 내 여론 흐름도 긍정적이라는 판단이다. 단적으로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당시 후보가 50.51%로, 소폭이지만 이재명 후보(45.74%)를 앞섰다.

그에 맞서는 류 후보는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지만 전국적으로 우세한 ‘정권 심판론’을 앞세워 민주당 연승을 노리고 있다. 류 후보는 울산중부경찰서장 재직 당시인 2022년 윤석열 정부가 추진한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며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주도했다. 직무명령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같은 해 12월 정직 3개월의 중징계를 받고 이듬해 8월, 35년 유지해 온 경찰직을 내려놓았다. 스스로 정권에 맞선 투사이자 상징이라고 자부하는 이유다.

ⓒ시사저널 양선영
ⓒ시사저널 양선영

“이제 초짜는 그만” “정의로운 심판자 필요”

시사저널은 총선을 26일 앞둔 지난 15일, 남성사계시장 등 동작을 주요 관할구역을 돌며 다양한 민심을 취재했다. 주민들은 지난 4년 현역 이수진 의원의 지역 활동에 대해 아쉬움을 지적했다. 다만 두 후보에 대한 평가나 윤석열 정권 심판‧지원에 대해선 팽팽했다.

현충원 일대를 산책하고 있던 사당동 주민 60대 최 아무개씨는 이수진 의원을 겨냥해 “아무것도 모르는 초짜 정치인이 와서 동작을 위해 뭘 했는지 모르겠다”며 “이곳 현충탑에 걸 맞는 품격이나 위상을 보여준 게 있나. 진짜 답답하고 한숨만 나왔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다시 이 지역구를 차지해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주민 김 아무개(60)씨도 “나 후보가 지역 현안을 가장 잘 알고 해결하려는 의지가 보인다”며 “내놓은 공약도 더 튼튼해보였다. 나 후보가 동작에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반면 대학생 정 아무개씨는 “류삼영 후보가 윤 정부의 경찰국 설립에 반대하여 직위 해제되는 등의 고초를 겪으면서도 바른 소리를 한 만큼, 개인의 안위만을 위해 일하지 않을 것이다. 정의롭고 바른 말 하는 사람이 와야 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 견제를 위해 민주당 후보를 지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건어물 가게를 운영 중인 장 아무개(50)씨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출국 문제와 ‘김건희 특검 거부’ 등 문제들이 섞여 있으니 신뢰가 없다. 독재 정치 수준”이라며 “현 정권을 심판하려면 어떻게든 민주당이 의석수를 많이 가져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지역상인 김 아무개(52)씨도 “정부가 전반적으로 서민 생활을 너무 모른다. 현재 물가가 너무 올라서 서민들 살기가 빡빡하다”며 “이번 투표에 반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반대로 앞선 사당동 주민 최씨는 “윤석열 정권이 제대로 일을 할 수 있도록 확실하게 밀어줘야지, 민주당처럼 계속 헐뜯고 방해하는 건 도리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지역 현안과 관련해서도 주민들은 여러 건의사항들을 꺼내들었다. 남성시장에서 만두가게를 운영하는 이두표(76)씨는 “수해 때 배수가 잘 안 돼서 시장 바닥에 물이 많이 찬다”며 조속한 해결을 당부했다. 건어물 가게를 운영 중인 장아무개(50)씨는 “시장 안에 차량이 많이 오가는데, 일방통행으로 만들어줬으면 좋겠다”며 “대형 트럭이 양방향으로 계속 오가니 사고도 많이 난다”고 토로했다.

15일 오후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남성사계시장 ⓒ시사저널 최준필
15일 오후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남성사계시장 ⓒ시사저널 최준필

“이사 오는 ‘교육 특구’로” “재난 피해 없는 ‘안전 동작’”

접전 승부가 예상되는 만큼 두 후보 간 신경전도 불꽃 튀었다. 고소·고발전으로 비화하는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나 후보 측은 류 후보가 최근 한 라디오에서 자신에게 “용산에 주소를 옮겨서 용산 출마를 기웃거리신 분”이라고 한 발언에 대해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공표) 혐의로 고발했다. 나 후보 측은 “용산 출마 자체를 검토하거나 염두에 둔 바 없다”는 입장인 반면, 류 후보 측은 “주소를 옮긴 건 사실관계이기에 문제없다”고 맞서고 있다.

시사저널은 15일 두 후보의 사무실을 연이어 찾아 상대 후보에 대한 강점과 총선 포부를 들었다.

나 후보는 “지난 4년 간 동작이 멈춘 것 같았다. 너무 안타까웠다”고 지적했다. 그는 “4년간 동작 주민들하고 소통하면서 조금이라도 동작 시계가 멈추지 않도록 노력했지만, 제가 현역이 아니었던 만큼 어려움이 많았다”며 “원내에 입성해 다시 힘차게 돌려보려고 한다”고 밝혔다.

류 후보에 대해선 “동작 땅을 밟은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유세를 다녀도 류 후보를 지지하는 민주당 당원들은 거의 없었다”며 “오히려 ‘왜 또 뜬금없는 공천을 했냐’ ‘동작과 관련 없는 사람을 두느냐’ 하면서 섭섭함을 표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최근에 만난 일부 주민들도 ‘저는 민주당이지만 나경원을 찍겠다’고 하더라”고 견제구를 던졌다.

15일 오후 서울 동작구 사당로 276 나경원 국민의힘 동작을 국회의원 후보 선거사무소 ⓒ시사저널 최준필
15일 오후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나경원 국민의힘 동작을 국회의원 후보 선거사무소 ⓒ시사저널 최준필

류 후보는 “경찰국 신설을 추진했던 윤석열 정권의 부당한 권력에 앞장서 항거했다. 그 과정에서 입법부의 견제 능력을 통해 정부 권력에 맞서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역 주민들이 ‘왜 이제 왔나’, ‘더 많이 뛰어 달라’, ‘꼭 이겨 달라’는 말들을 많이 해주신다. ‘민생 경제를 파탄시킨 윤석열 정부를 반드시 심판해 달라’는 요구도 많았다”며 “윤석열 정부를 탄생시킨 ‘산파’ 나 후보를 반드시 꺾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 후보에 대해 “다선 의원으로서 중앙정치에만 몰두해왔다”고 비판하며 “과연 지역을 위해 어떤 일을 했고, 무슨 일을 할지도 의문“이라고도 덧붙였다.

지역 발전을 위한 공약도 앞다퉈 내놓았다. 나 후보는 “동작을 ‘교육 특구’로 만드는 것이 핵심 공약”이라며 “동작을 8학군으로, 이사 가는 동작이 아니라 이사 오는 곳으로 만들 것이다. 이를 위해 과학 중점 자율학교, IB(국제 교육과정) 프로그램의 도입, 학군 조정을 통해 아이들의 학교 선택권을 확대해줄 것“이라고 약속했다.

류 후보는 “안전 동작, 튼튼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일을 먼저 하겠다”며 “주차난 해소, 교통체증 해소, 생활 안전, 침수 등 재난 피해가 없는 동작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경찰 출신인 저 류삼영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15일 오후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동작을 류삼영 국회의원 후보 선거사무소 ⓒ시사저널 임준선
15일 오후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더불어민주당 동작을 류삼영 국회의원 후보 선거사무소 ⓒ시사저널 임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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