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눈 속의 폼페이...일본의 ‘인구 0’ 마을에 가다
  • 일본 홋카이도=김현지 기자 (metaxy@sisajournal.com)
  • 승인 2024.02.2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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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감소 재난 덮친 홋카이도 유령마을...생명체 안 보이는 눈밭에 빈집만 가득
140km 거리엔 일본 내 유일하게 인구 증가한 마을도 있어...도서관·식당엔 사람들로 가득
석탄산업 쇠퇴로 쇠락한 마을과 ‘포토존 핫플’로 부흥한 마을의 차이점은?

[편집자주]"한국의 인구 감소 속도가 유럽 흑사병 창궐 때보다 더 빠르다." 뉴욕타임스는 지난해 12월2일 칼럼을 통해 한국의 저출산 문제를 흑사병에 빗대 강조했다. 이는 국내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하지만 사실 칼럼에서 지적한 문제는 이미 한국 사회에서 상수(常數)가 된 지 오래다. 역대 정부는 저출산 극복을 위해 온갖 방법으로 세금을 쏟아부었지만 해결은 요원하다. 그사이 저출산이란 악령은 대중의 관심이 옅은 농촌부터 야금야금 갉아먹고 있다. 저출산이 심각하다 못해 ‘무(無)출산’이 팽배한 농촌에서는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또 이는 대중의 삶과 어떻게 연결돼 있을까. 시사저널은 저출산 여파를 실감할 수 있는 기획 기사를 장기에 걸쳐 연재하고 있다. 지난 1월 ‘국회의원 초등학교 전수조사’에 이어 2월 ‘곡성 1주일 체험기’ ‘인구 소멸 전국지도’를 보도했다. 이번에는 한국보다 일찍 인구 위기에 봉착한 일본을 2월 23~26일 찾았다.

“무리데스, 무리데스(無理です·무리입니다).”

2월24일 오전, 홋카이도 유바리(夕張)시의 도미오카(富岡) 마을을 가겠다는 기자에게 돌아온 답변이다. 유바리시 중심부 석탄박물관에서 근무 중인 야마다 다로(가명·74)씨는 “자동차도 마을 입구에 쌓인 눈을 못 뚫고 간다”며 취재를 만류했다. 도미오카는 사람이 살지 않는 마을이다. 시사저널은 마을 소멸의 현주소를 파악하고자 2월24일 유바리시를 찾았다.

2월24일, 일본 홋카이도 유바리(夕張)시 석탄박물관에서  도미오카(富岡) 마을로 들어가는 길목이 산처럼 쌓인 눈덩이로 막혀 있다.ⓒ시사저널 김현지
2월24일 오전, 일본 홋카이도 유바리(夕張)시 석탄박물관에서 도미오카(富岡) 마을로 들어가는 길목이 산처럼 쌓인 눈덩이로 막혀 있다.ⓒ시사저널 김현지
다카마쓰 마을로 들어가는 길목 역시 눈이 산처럼 쌓여 있다.ⓒ시사저널 김현지
2월24일 오전, 다카마쓰 마을로 들어가는 길목 역시 눈이 산처럼 쌓여 있다.ⓒ시사저널 김현지

상황은 다로씨의 설명대로였다. 유바리시 중심부에서 도미오카 방향으로 약 5분간 걸어 올라가보니 마을 입구가 눈덩이로 뒤덮여 막혀 있었다. 쌓인 눈은 162cm인 기자의 키보다 최소 세 배 이상 높아 보였다. 사람이 오가지 않는 곳에 눈을 밀어둔 결과다. 유바리시의 다카마쓰(高松)와 후쿠즈미(福住)도 유령마을로 알려져 있다. 입구는 모두 눈덩이나 바리케이트가 가로막고 있었다. 다로씨는 “2000년 이후 사람이 눈에 띄게 줄었다”며 “도미오카와 다카마쓰, 후쿠즈미에는 사람이 살지 않다 보니 전혀 관리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길 막은 눈덩이, 기울어진 빈집...몰락한 ‘탄광도시’ 유바리시

유바리시는 한때 일본 굴지의 탄광도시이자 관광명소였다. 면적이 약 763km²로 서울보다 넓은 유바리시에는 한때 거주 인구가 10만 명을 웃돌았다. 그러나 석탄산업이 쇠퇴하면서 내리막길을 걸었다. 지금은 인구가 6400여 명에 불과하다. 반면 같은 홋카이도지만 아사히카와(旭川)시 인근 히가시카와정(東川町)의 사정은 다르다. ‘살아난 마을’로 불리는 이곳의 인구는 유바리시 전체 인구보다 더 많은 8600여 명이다. 지난 30여 년간 주민이 꾸준히 늘어난 결과로, 히가시카와정은 일본에서 유일하게 오랜 기간 주민이 증가한 마을로 꼽힌다. 유바리시와 히가시카와정의 차이는 뭘까.

2월24일 오전, 신유바리역 앞에는 유바리시청과 석탄박물관으로 향하는 버스가 서 있다. 이날 버스에는 십여 명의 사람들이 타고 내렸다. 10명 중 9명은 노인이다. 사진은 버스ⓒ시사저널 김현지
2월24일 오전, 신유바리역 앞에는 유바리시청과 석탄박물관으로 향하는 버스가 서 있다. 이날 버스에는 십여 명의 사람들이 타고 내렸다. 10명 중 9명은 노인이다. 사진은 버스를 타려는 승객이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시사저널 김현지

기자는 일단 주민이 없는 마을에 들어가 보고 싶었다. 유바리시에 있다는 또 다른 유령마을인 키쿠스이마치(菊水町)를 구글 맵에 찍어봤다. 시 중심부에서 약 19km 떨어진 남부에 있었다. 남부는 유바리시에서도 사람이 급격히 줄어든 곳이라고 한다. 이곳으로 가는 대중교통은 없었다. 유바리시 내 철도역인 신유바리역의 한 직원은 “사람이 다니지 않으니 버스 노선도 폐쇄됐다”며 “나도 여기 상주하는 건 아니고 3년 전에 전근 와서 잠시 머무르고 있을 뿐”이라고 했다.

유바리시 남부 지역에선 방치된 빈집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사진은 2월24일 오후 키쿠스이마치(菊水町) 인근에서 발견한 빈집.ⓒ시사저널 김현지
유바리시 남부 지역에선 방치된 빈집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사진은 2월24일 오후 키쿠스이마치(菊水町) 인근에서 발견한 빈집.ⓒ시사저널 김현지
2월24일 오후, 유바리시 남부 지역 키쿠스이마치(菊水町) 인근에서 발견한 빈집.ⓒ시사저널 김현지
2월24일 오후, 키쿠스이마치 인근에서 발견한 빈집.ⓒ시사저널 김현지

다로씨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그의 차를 타고 남부로 향했다. 중심부를 벗어나자 빈집들이 줄줄이 눈에 띄었다. 30분쯤 지나서 차를 세운 다로씨가 “이곳이 키쿠스이마치”라고 말했다. 그의 설명이 없었다면 이곳을 마을로 볼 사람은 기자를 포함해 아무도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에는 기둥이 무너져 가구가 삐져나온 폐가가 있었다. 현관문은 눈으로 뒤덮여 만질 수도 없었다. 다로씨가 입구라고 가리킨 곳에는 예상대로 1m가 훌쩍 넘어 보이는 눈덩이가 쌓여 있었다. 눈덩이와 상관 없이 마을 진입은 불가능했다. 안쪽으로 이어진 도로의 통행 자체가 제한돼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가장자리를 맴돌 수밖에 없었다. 관찰하는 내내 사람의 흔적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청소년부터 노인까지 북적...‘살아난 마을’ 히가시카와정

이튿날인 2월25일 히가시카와정으로 향했다. 유바리시에서 약 140km 거리에 있다. 인근 철도역인 아사히카와역에 도착해 버스 운행표를 보니 마을로 가는 버스가 4대 있었다. 신유바리역에서 유바리시 중심부로 가는 버스가 한 대뿐인 것과 비교됐다. 버스 안 풍경도 사뭇 달랐다. 히가시카와정으로 가는 40여 분 동안 청년부터 장년층까지 10여 명이 타고 내렸다. 노인으로 보이는 탑승객은 도착할 때까지 4명이었다. 유바리시행 버스의 경우 기자가 탔을 때 10명 중 9명이 노인이었다.

2월25일 오후, 아사히카와(旭川)시 인근 히가시카와정(東川町)의 한 약국 앞으로 학생으로 보이는 남성이 지나가고 있다.ⓒ시사저널 김현지
2월25일 오후 아사히카와(旭川)시 인근 히가시카와정(東川町)의 한 약국 앞, 학생으로 보이는 남성이 지나가고 있다.ⓒ시사저널 김현지

히가시카와정 정류장에 도착하니 20대 혹은 30대로 보이는 남성 무리와 중년의 여성이 보였다. 정류장 주변에는 약국과 음식점이 즐비했다. 인도를 5분 정도 걸어가니 형형색색 화려한 집이 보였다. 집앞의 눈은 깨끗이 치워져 있었다. 마을에 머무른 약 5시간 동안 폐가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동사무소 직원 무라나카 나나(34)씨는 5년 전 결혼하면서 이곳으로 이사왔다. 현재 두 살배기 딸이 있는데 한 명을 더 낳을 계획이라고 한다. 그는 “마을에 치과, 도서관, 미술관 등 편의시설이 다양하다”며 “유일한 단점은 쇼핑하기 위해 아사히카와역까지 가야 한다는 건데 여기가 살기는 좋아서 다른 곳으로 이주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했다.

나나씨와 함께 오후 1시쯤 인근 양식당을 찾았다. 테이블 6개가 깔린 식당 안은 발 디딜 틈이 없을 만큼 북적였다. 자리에 앉기 위해 10분 넘게 기다려야 했다. 초등학생 아이부터 중년의 여성들이 휴일 마지막 날 점심을 즐기고 있었다.

2월25일 오후, 어린아이부터 백발의 노인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히가시카와정의 공립도서관 ‘센토퓨아2’를 이용했다.ⓒ시사저널 김현지
2월25일 오후,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히가시카와정의 공립도서관 ‘센토퓨아2’를 이용하고 있다.ⓒ시사저널 김현지

마을의 미래 엿보이는 도서관의 풍경

히가시카와정의 공립도서관 ‘센토퓨아2’는 주말 저녁에도 불이 환했다. 낮 9시부터 밤 9시까지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도서관에 들어서니 이용객이 수십 명에 달했다. 어린아이부터 백발의 노인까지 연령대는 다양했다. 1층 스터디룸에는 청소년 10여 명이 독서에 몰두하고 있었다. 스터디룸에서 만난 베무라 카즈키(17)군은 “우리 마을은 살기 좋다고 생각한다”며 “특히 장점은 영유아 의료비가 공짜란 사실이고, 단점은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고 말했다.

도서관의 주요 이용객은 인근 학교 학생들이라고 한다. 히가시카와정에는 초등학교 4곳과 중·고등학교가 각각 1곳씩 있다. 마을의 10대는 전체 주민의 18%인 1496명이다. 도서관에서 책을 보던 한 10대 여학생은 “마을 밖에 살고 있는데 도서관을 이용하려 종종 온다”고 했다.

유바리시 시청에서 5~10분 거리에 있는 시립도서관은 폐쇄된 상태다.ⓒ시사저널 김현지
2월26일 오전, 유바리 시청에서 5~10분 거리에 있는 시립도서관은 폐쇄된 상태다.ⓒ시사저널 김현지

유바리시에도 도서관이 있었다. 시청에서 10분 정도 떨어진 곳에 ‘市立図書館(시립도서관)’이라고 쓰인 건물이 있었다. 단 들어갈 수는 없었다. 폐쇄됐기 때문이다. 도서관 외벽에는 출입금지 안내문이 붙어 있었고, 창문 곳곳은 깨져 있었다. 도서관의 주 이용객인 학생이 상당히 적다는 것을 시사한다. 실제 유바리시의 학교는 시청 주변의 초·중·고등학교 각각 한 곳만 남았다. 소멸위기에 처한 남부 지역에는 한 곳도 남김없이 폐교됐다. 유바리시의 10대는 전체 주민의 7%인 471명이 전부다.

홋카이도는 겨울 관광의 명소로 유명하다. 석탄산업을 관광산업으로 전환하는 데 성공한 유바리시도 그 유명세에 일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다 옛날 얘기다. 과거의 영광을 엿볼 수 있다는 석탄박물관은 정작 겨울철에 운영하지 않는다고 한다. 박물관 인근 공중화장실은 일년 내내 개방돼 있지만, 눈으로 뒤덮여 출입이 불가능했다.

2월26일 오전, 유바리시청에서 차량으로 약 30분 거리에 있는 멜론 테라스.ⓒ시사저널 김현지
2월26일 오전, 유바리시청에서 차량으로 약 30분 거리에 있는 멜론 테라스의 문이 닫혀 있다.ⓒ시사저널 김현지

4800만원짜리 특산품의 위엄은 어디에...문닫은 ‘멜론 테라스’

주중에는 좀 다를까. 24일에 이어 월요일인 26일 유바리시를 다시 찾았다. 현지에서 만난 홋카이도 여행업 종사자 설신희(41)씨는 “코로나 이전에는 유바리 멜론이 경매 시장에서 540만엔(4800만원)에 팔렸을 정도로 유명하다”며 “멜론을 재료로 쓰는 식당도 많다”고 했다. 그 중 유명하다는 식당 ‘멜론 테라스’를 찾아가 봤다. 온라인에 올라온 평가글을 보니, 멜론과 여러 음식을 파는 가게였다. 유바리 멜론이 여름 시기 판매된다 해도 가게의 문이 열렸을 것 같았다. 멀리서 보이는 식당 위 멜론 모양의 조형물도 기대감을 키웠다. 하지만 문이 닫혀 있었다.

남부 지역은 사정이 더 심하다. ‘인구 0명’ 키쿠스이마치 인근에는 특산품을 파는 상점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 흔한 편의점조차 없어 ‘편의점 왕국’이라는 일본의 명성을 무색하게 했다. 1시간 가까이 돌아다녔지만 필수 시설인 병원도 없었다. 유바리시 외곽에 사는 주민들은 몸이 아프면 병원이 있는 시청 인근까지 와야 한다.

히가시카와정 버스 정류장 건너편 우체국 1층에 있는 현금자동입출금기(ATM) 기계.ⓒ시사저널 김현지
2월25일 오후, 히가시카와정 버스 정류장 건너편 우체국 1층에 있는 현금자동입출금기(ATM).ⓒ시사저널 김현지
.ⓒ시사저널 김현지
2월25일 오후, 히가시카와정 미술관 앞 안내판에 게재된 전시 일정.ⓒ시사저널 김현지

히가시카와정에는 편의시설과 상점 등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버스 정류장에서 5~10분만 걸어가니 우체국과 마트가 나왔다. 젊은 여성과 노인들 10여 명이 장을 보고 있었다. 마트를 지나 약 20분 걸어가니 미술관과 콘서트홀도 보였다. 구색만 갖춘 문화시설이 아니라 실제 운영 중이었다. 콘서트홀 앞에는 ‘3월 23~24일 공연 예정’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히가시카와정은 문화의 마을로 알려져 있다. 요즘은 일본 전역에서 ‘포토존 핫플’이란 소문이 퍼져 사람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지방정부 관계자는 “지난 1985년 ‘사진찍기 좋은 마을이 되자’고 선언한 뒤로 관광 육성, 주민들의 복리후생 등에 힘을 쏟았다”고 했다. 또 이곳은 ‘이주민의 마을’이기도 하다. 1993년부터 주민이 꾸준히 늘었는데 매년 전출 인구보다 전입 인구가 더 많다. 공립도서관 직원 오가와 유미(55)씨도 그 중 한명이다. 10년 전 다른 마을에서 왔다는 그는 이사 이유에 대해 “육아에 전념하고 싶어서”라고 밝혔다. 지리적 이점도 무시하기 힘들다. 마을 인근에는 일본 최대의 산악 국립공원인 다이세쓰산(大雪山) 공원이 자리잡고 있다.

히가시카와정 동사무소 전경.ⓒ시사저널 김현지
2월25일 오후, 히가시카와정 동사무소 전경.ⓒ시사저널 김현지
유바리시청 전경.ⓒ시사저널 김현지
2월26일 오전, 유바리시청 전경.ⓒ시사저널 김현지
유바리시청 지역진흥과 관계자들이 2월26일 오전 시청에서 기자와 만나 시의 인구 정책을 설명하고 있다.ⓒ시사저널 김현지
유바리시청 지역진흥과 관계자들이 2월26일 오전 시청에서 기자와 만나 시의 인구 정책을 설명하고 있다.ⓒ시사저널 김현지

달라진 정책 방향...유바리는 “인구 덜 줄어들게 하자”

히가시카와정이 이처럼 부흥하게 된 배경에는 행정 서비스의 영향도 있다. 지방정부는 임산부의 택시 요금과 육아·청소 등을 지원하고 있다. 지방정부 관계자는 “마을을 응원하고 안팎으로 교류하는 사람을 늘리기 위해 ‘고향납세제’ 기부자를 마을의 주주처럼 대접하고 있다”고 했다. 고향납세제는 특정 지역에 기부하면 주민세를 공제받고 답례품도 받는 제도다. 우리나라의 ‘고향사랑기부제’와 비슷하다. 관계자는 “이러한 제도 덕분에 마을에 애착심을 갖고 이주해 온 분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유바리시는 인구 감소의 현실을 받아들이고 적응해 나가는 쪽으로 시정의 방향을 맞췄다. 시청 관계자는 “인구를 늘리기보다 덜 줄어들게 하는 정책에 집중하고 있다”며 “빈집 수리 비용과 민간 임대주택의 월세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바리시는 주요 시설을 중심지에 배치해 도시 기능을 집약한 ‘콤팩트 시티(compact city·집적 도시)’를 목표로 해왔다.

2월25일 오후, 히가시카와정에서 아사히카와역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는 노부부.ⓒ시사저널 김현지
2월25일 오후, 히가시카와정에서 아사히카와역으로 가는 버스 운행표를 보고 있는 남성과 여성.ⓒ시사저널 김현지

2월25일 오후 6시경, 히가시카와정에서 아사히카와역으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비교적 이른 시간이었지만 오후 5시30분부터 해가 지기 때문에 어둑어둑했다. 그래도 곳곳에서 가로등이 거리를 밝히고 있었다. 편의점과 마트, 미용실에서도 빛이 새어 나왔다. 한 식당 안에서 미소를 머금고 맥주잔을 부딪히는 노인이 보였다. 갑자기 전날 유바리시 남부 지역에서 버스가 다니지 않는 도로를 힘들게 걸어가던 노인이 떠올랐다. ‘한국의 미래를 알고 싶으면 일본을 보라’는 말이 있다. 우리나라 청년의 미래는 히가시카와정의 웃음 띤 노인일까, 유바리시의 어두운 표정을 한 노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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